교수가 연구를 지도하는 두 가지 방식

2020.07.30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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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에게 있어서 지도교수의 연구 지도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실 상세한 설명이 필요 없죠.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학문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도교수의 지도는 필수입니다. 제 경험상 이 지도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거 같습니다. 세세한 논의도 함께하는 섬세형과, 큰 줄기만 잡아주는 방임형으로 말이죠. 뭔가 섬세형이 방임형보다 무조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지도를 받는 학생의 특성에 따라 더 잘 맞고 맞지 않는 성향이 있을 뿐, 무엇이 옳고 그르다의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더불어 주로 드러나는 성향이 있을 뿐이지, 대부분의 정상적인 교수들은 두 가지 성향을 적절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부 연구 인턴으로서 처음 겪었던 지도 스타일은 섬세형이었습니다. 연구실의 규모가 크지 않았고, 교수가 학생들의 연구와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논의를 꽤 자주 가지는 편이었죠. 때문에 학생들은 각자의 생각을 빠르게 피드백받고, 여러 가지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수가 모든 걸 알고 있지는 못하죠. 때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반드시 해볼 것을 요구하여 학생들이 난처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것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제로 한 결과를 들고 가야만 합니다. 보다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돌아서 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반면에 현재 제가 있는 연구실은 이와는 반대인 방임형입니다. 연구실의 규모가 꽤 큰 편이고, 교수가 학생들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은 전체 랩미팅 한 번 정도가 전부입니다. 때문에 학생들은 그 사이에 자신만의 논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키울 시간적 여유가 있고 보다, 자유롭게 주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죠. 하지만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꽤나 잔인한 환경이 되어버립니다. 특히나 처음 연구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구체적인 가이드가 없어 꽤 오랜 시간을 헤매야하죠. 방향이 있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방향이라면, 오랜 시간이 걸려 나온 결과를 뒤집거나 버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물론 지도교수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연구실 내 다른 사람들의 성향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도교수가 방임형이라도 총명한 동료와의 토론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지도교수가 섬세형이라도 동료들과의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여러 방향으로 빠르게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지도교수의 스타일이 그 연구실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가지 스타일을 경험해봤는데, 저는 섬세형이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연구의 방향에 대해 처음부터 논의를 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뒤로 갈수록 스스로가 독립적인 근거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처음에 아무런 도움이 없다면 그 과정이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지금의 주제를 잘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좋은 연구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은 저 스스로가 가질 수밖에 없고 이게 꽤나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의 연구 결과를 처음 공유하는 랩미팅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요. 그때까지 결과를 보여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그 결과가 연구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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