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감정까지도 소통해야하는 이유

2020.07.31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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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그동안 너무 우울했습니다. 날씨의 영향을 꽤 많이 받는 저라서, 비가 계속 오니 컨디션이 계속 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날이 갰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하루를 조금 더 알차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는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간에 안 좋은 감정이라는 먹구름이 끼면 비가 내리고 습해져서 일의 진행을 크게 방해하는 것 같아요. 특히나 동료가 아닌 시니어와 주니어가 함께 일을 할 때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시니어가 주니어에게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테니까요.


제가 시니어라고 말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어제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제가 일을 부탁하고 있는 학부생 연구 인턴 친구들의 중간발표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거든요. 평소 발표나 표현에 관심이 많았던 저인지라 생각보다 많은 피드백을 쏟아내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 친구들은 꽤나 당황했을 거예요. '발표를 이렇게까지 준비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고요. 저 스스로도 최대한 감정을 배려해서 표현한다고 표현했지만, 문제는 그다음 날인 오늘 생겼습니다.


저는 제가 주었던 피드백을 반영한 발표의 수정이 오늘까지 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일까지라고 제 입으로 말했더라고요. 그래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발표자료 수정 다 하셨나요?'라고 했고, 그러지 못했다는 대답에 '왜 못하셨죠?'라는 조금은 차가운 물음을 덧붙였습니다. 당황한 친구들은 '기한이 내일까지다'라는 말은 못 하고 '다른 것을 하느라 못했다'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잠시 후에야 제가 일자를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저는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아마 어제 꽤 냉철한 피드백을 들어서 오늘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은 제가 기분이 나빴거나 실망해서 몰아붙인다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사과를 한 이후, 잠시 시간이 지나서 저는 그 친구들이 세 가지 약속 겸 부탁을 했습니다.


첫째로는 내가 주는 피드백은 여러분들이 납득이 되어야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피드백이나 의견을 듣는 순간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무조건 표현을 해주어야 하고, 결국 의견이 달라지더라도 서로의 논리는 온전히 이해한 상황이어야 한다는 점을 부탁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감정 또한 그런 논리에 포함이 되어야 한다는 점. 사람마다 공격적인 표현에 대한 민감함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피력하거나 수정할 때 그 감정이 무시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건 옳지 않다. 서로가 감정 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팀으로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면 아무리 좋은 피드백이라도 듣기 어렵다.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공유할 때 서로의 표현이 불편하다면, 그 또한 납득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반드시 표현해 주어야 하고, 이는 시니어와 주니어의 경계가 없어야 함을 부탁드렸어요.


마지막으로는 그러한 표현이 없을 때는 이해했다고 받아들이겠다는 점. 앞서 부탁드린 관점에서, 특별히 부정적이거나 반대되는 의견을 표출하지 않는다면, 마음속에 숨기는 것 없이 서로 진심으로 받아들였다고 판단할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기 때문에 실수를 하고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은 생각을 갖고 달려 나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우면서도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숨김없이 목표에 도움이 되는 모든 생각을 표현하고, 서로의 감정 또한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해 그 표현의 방식 또한 맞추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이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에요. 오히려 초반에 잘 다져 놓으면 뒤로 갈수록 신경 쓸 부분이 적어지고, 그 가치가 점점 커지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니까요.


이렇게 다소 갑작스럽게 시니어의 역할을 체험해보면서 좋은 리더십과 사람들의 소통에 대해 놓쳤던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보지 않을 거라 진심으로 확신하지만, 좋은 깨달음을 선물해준 연구 인턴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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