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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Nov 06. 2023

어떻게 해야 잘 쉴 수 있을까?

좋은 휴식

  꽤 긴 연휴였습니다. 연차를 3개 연달아 쓰니 주말을 포함해 12일을 쉴 수 있었어요. 잘 쉬었다 생각하기는 하는데 사실 잘 쉬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방에서 뒹굴거리는 등 꽤나 쉬는 방법이 확고하고 그렇게 하면 잘 쉬었다고들 말합니다. 저는 그 무엇에도 일정하거나 큰 흥미가 없어요. 정해진 휴식이 없고 모습이 매번 다릅니다. 어떨 때는 밖을 돌아다니기만 하다가도 또 어떨 때는 하루종일 PC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기도 해요. 딱히 특별하지도 멋있지도 않습니다. 쉬는 것 자체가 그렇게 좋은 지도 잘 모르겠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잘 쉬는 게 맞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돌이켜보면 쉬는 게 늘 어려웠습니다. 참 이상하죠? 휴학을 하고 6개월 동안 집에서만 지냈던 시간도 괴로웠어요. 5년 동안 쉼 없이 달렸던 터라 잘 쉬고 싶은데 방법을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무언가 성취하는 걸 너무나도 좋아하는 워커홀릭이라 그랬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저에게는 쉬는 것도 잘 해내야 하는 강박 중 하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이번 연휴와 같이 길게 주어진 시간이 아니었다면 휴식은 그저 본업 외의 일들을 하는 시간이었을 뿐입니다. 밀린 집안일을 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나면 찰나의 여유조차도 잘 허락되질 않았으니까요. 누구나 잘 쉬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 않을까요? 저만 느끼는 부담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찌 됐던 오랜만에 주어진 이 긴 시간 덕분에 잘 쉰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어요. 제게 좋은 휴식에는 뭐가 필요할까요?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채워야 했어요. 그럴 수 있을 때가 가장 멋지고 행복한 휴식이었습니다. 사람들 속에는 제 자신도 포함이었고요. 그러니 사실 무엇을 하든 별 상관이 없었던 셈입니다. 무엇이든 마음 가는 대로 정신없이 이것저것 하는 게 정답이었어요. 이번 연휴는 본가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걸 먹으며 좋은 공간들에 놀러 갔습니다. 조금 일찍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사한 집에서 처음으로 요리를 하고, 낮잠과 함께 여유로운 오후를 만끽했으며, 운동과 게임을 참 많이 했습니다. 특히나 제 자신과 꽤 많은 시간을 보냈던 연휴였네요. 이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잠시 본업을 벗어나 사람들에 집중하여 힘을 얻는 것. 그게 저에게 맞는 좋은 휴식이었어요. 마음을 챙겨 다시 본업이라는 전쟁터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시간인 셈이죠. 그러니 휴식이 어떤 모습인지는 크게 상관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일을 너무나 사랑하는 제가  그저 일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습이 다양해도 상관없다 한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선택해야 좋은 휴식인지는 아직 명료하게 와닿지 않습니다. 고민하고 찾아갈 게 많은 내용인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일단은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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