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를 읽고
개의 학명은 카니스 루푸스 파밀리아리스 (Canis lupus familiaris).
저자에 따르면 '인간과 함께 지낼 수 있었던 덕분에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포유동물 중 하나로 전 세계에는 약 4억 마리의 개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가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몸무게는 평균 11~16킬로그램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책 제목이 상당히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다른 많은 보호자들처럼 개를 키우게 되면서 여기저기 유튜브를 찾아다니며 공부를 했다.
유튜브 내용 중에는 내가 메시와 함께 하면서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른 방향성들도 있었다.
'개가 산책할 때 냄새를 많이 맡게 하지 마라' 든가 '서열에서 밀리면 안 된다' 든가 하는 내용들.
하지만 내가 메시와 함께 하며 느끼던 부분들은 이 내용들과는 달랐다. 산책훈련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게 냄새를 못 맡게 하고 개의 고집을 꺾는 것으로만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서열도 그렇다. 메시에게서 서열에 대한 집념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서열'에 대해 저자는 할 말이 많다.
'안타깝게도 '개보다 우위에 있기 위해 위협을 사용하라'같은 엉터리 충고는 생각보다 만연해 있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은 절대 때리지 않으면서 개를 지배하려면 그들을 무력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소위 전문가들의 충고는 왜 그리도 쉽게 받아들이는지 의아하다. '
메시와 함께 한 시간이 1년을 넘어가면서 든 의문. 개들은 인간 사회에 맞게 진화하는 듯한데 강아지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강아지의 발전을 못 따라가는 것은 아닐까였다.
책의 저자 패트리샤 맥코넬은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 동물학과 부교수 이자 응용 동물행동학자.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람들이 대체로 개의 행동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비해 우리 사람의 행동이 개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에 대해서는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이 책에서는 쉽게 이해되도록 상세히 알려줬다는 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많지만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도 많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쪽만의 방식을 고집할 때는 더 그렇다. 개를 훈련하면서 보호자를 많이 접해왔던 저자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을 강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훈련이 쉬운 종이 아니다'면서.
특히 개는 최첨단 스캐너처럼 우리 몸의 움직임을 꿰뚫어 보면서 우리가 의사소통에 필요한 적절한 '단어'를 생각해 내고 있는 동안, 개는 자기들의 의사소통법인 시각적 신호들을 읽어내려고 우리 몸을 주시하고 있다는 대목은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던 부분이어서 흥미로웠다.
내가 유익하게 생각한, 개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1. 개는 소리보다 시각적 신호에 더 반응을 잘하며 우리 역시 개의 시각적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간은 개가 보내는 신호에도 반응이 늦는데 그보다 더 문제는 인간 스스로 발생시키고 있는 시각 신호에 대해서는 엄청 둔하다. 사람끼리 만나서 서로 눈을 마주치고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는 예의 바른 인간의 인사법은 개 사회에서는 끔찍할 정도로 무례한 짓이어서 예의 바른 개들은 옆으로 접근하며 90도 각도로 접근하며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
이 책을 통해 완전 이해하게 된 메시의 행동이 있는데 메시는 밤산책에서 자주 만나 거의 매일 인사하다시피 했던 럭키맘이 판초를 입고 나타나자 엄청 경계하면서 짖어댔었다. 그 해답은 개들은 우리 인간처럼 '제거할 수 있는 일부분'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 모자를 쓰면 사람이 모자를 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개는 모자를 쓴 사람 전체를 하나의 개체로 인식한다. 선글라스는 너무 크고 둥글고 위협적인 눈이 되고 모자는 머리 위로 요상하게 불쑥 튀어나온 뿔인 셈이며 지팡이나 짐꾸러미는 손이나 엉덩이에서 자라난 소름 끼치는 물건으로 개에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2. 개가 우리에게 오게 하려면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라
우리는 개를 부를 때 마주 보며 오라고 손짓을 한다. 물론 사람에게 익숙해진 많은 개들이 이렇게 해도 오지만 원래는 강아지를 보고 마주 볼 게 아니라 뒤돌아 서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개에게 마주 보면서 오라고 하는 것은 정지 신호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말로는 '이리 와'라고 하면서 몸으로는 '거기 있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개를 내 앞으로 오게끔 '시각적으로 부르는'최고의 신호는, 개들이 '놀이 인사'를 할 때 취하는 자세처럼 몸을 낮게 구부린 후 몸을 돌려 등을 보이고 손뼉을 치는 것이라고 하니 참고할 만하다.
개가 내게 오기를 원하지 않을 때는 거절의 의미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3. 강아지가 알아듣는 말 체계는 다르다.
저자는 개에게 사람은 '말하는 기관총'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일관성 있고 명확하게 말하는 게 강아지가 알아듣기 좋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험담. 많은 개들을 상대로 개의 이름을 부른 뒤 '오케이'라는 명령어를 썼는데 이 명령어 체계가 개들에게는 엄청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름만 부르는 단순한 방법으로 바꾼 뒤에야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또 개의 입장에서 '개가 'sit'이 '엉덩이를 내려 땅에 붙이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배웠다면, 이미 앉아 았는데 'good sit'이란 말속에 들어있는 'sit'을 또 듣게 된 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개가 똑똑한 존재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런 문법까지도 이해하길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예는 또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개가 짖는 것을 멈추게 하려고 'No bark'라고 말한다.
'No Bark'는 아주 간단한 단어 두 개로만 이루어진 말이기 때문에 정말 쉽게 들린다.
그러나 다시 개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첫째, 당신은 개에게 'bark'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쳐준 적 있는가?
둘째, 단어 순서를 살펴보자.
만약 개가 'bark'의 의미를 배웠다면 'no bark'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짖는 것이 정상이다.
'no'라는 의미도 배웠다 하더라도 두 단어를 조합해 전체의 뜻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기 때문이다.
개 보호자들은 개가 자기 말을 듣지 않을 때 신호를 반복하거나 더 크게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의 입장에서 볼 때 보호자의 큰 목소리는 보호자가 두려움을 갖고 있거나 통제력이 없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개들이 대개 겁을 먹었을 때 시끄럽게 짖고 시끄럽게 짖을수록 더 많은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개들은 간결하게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끌리며 '짖지 않는'모습을 리더십의 신호로 파악한다.
4. '움직이는 콧구멍'의 놀라운 능력
개는 움직이는 콧구멍을 가지고 있다. 독특한 뼈 구조로 이루어진 서골코기관에는 다량의 냄새 분자들이 매직테이프처럼 착착 달라붙는다. 또 개의 뇌 속에 있는 후각신경구는 인간에 비해 네 배나 더 크다. 개는 아주 살짝 가볍게 건드린 후 2주간 밖에, 혹은 4주간 실내에 놓아둔 유리컵의 주인을 찾아낼 수 있고, 우리가 어제 던진 막대기와 그전부터 마당에 놓여 있던 막대기를 구별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다.
인간은 약 5백만 개의 냄새 수용기를 가진 반면, 개는 2억 2천만 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혹자들은 개가 인간보다 44배나 냄새를 더 잘 맡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후각수용력이란 단순히 콧속에 있는 뉴런의 초우로만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저먼 셰퍼드 도그는 약 155킬로미터 길이의 가스관이 묻혀 있는 젖은 진흙길을 따라가면서 150군데가 넘는 가스 누출 지점을 탐지해 냈다. 그 어떤 최첨단 장비들도 하지 못한 일을 그저 코만 가지고 해낸 것이다.
타고 있는 담뱃불에서 나오는 연기처럼 인간의 몸에서도 '레프츠 rafts'라 불리는 미세한 죽은 피부 조직들이 끊임없이 떨어져 나온다. 이 냄새들은 우리가 남기는 모든 발자국들을 통해 땅 위에 남겨지는데, 평균 크기의 남자 발자국 하나에만 약 4억만 분의 1그램의 땀이 남겨져 있다.
냄새에 이렇게 민감한 개는 악취가 날수록 그 대상에 더 많은 매력을 느낀다. 죽은 물고기, 신선하고 질퍽한 소똥더미, 반쯤 딱딱하게 말라 있는 다람쥐 시체 등 우리에겐 역한 냄새라 할지라도 개들의 세계에서는 스스로에게나 상대방에게나 모두 좋은 냄새일 수 있다.
5. 5~12주 사이의 사회화 경험이 개들의 일생을 좌우한다
생후 한 달쯤에 구조된 메시는 비교적 사회화 경험이 잘되었는데 여기에는 동물병원에 6개월 근무했던 딸의 공이 컸다. 그때만 해도 병원에서 6차 예방접종 때까지는 외부와의 접촉을 조심하라는 말만 들었고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메시를 데려온 첫날, 딸은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병원에서는 6차 접종 때까지 외부와의 접촉을 경계하라고 하는데 그때까지 아무도 안 만나다가 사회화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봤고 그래서 3차 접종 이후부터는 조금씩 경험을 하는 게 좋다더라"라고 알려줬다.
메시는 3차 접종 이후 아는 사람과 강아지만 조심스럽게 접촉했다. 그러다 5차 접종을 마치고 덜컥 사회화 시기가 늦어지는 게 아닌가 겁이 났을 무렵 카페 꼰띠고에 가면서 본격적인 사회화 경험을 했다.
그런데 이 사회화 경험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다. 생후 5~12주 사이에 사람과의 접촉이 차단된 강아지는 일생동안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개가 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몇 개월이 지나야 강아지를 밖에 데리고 나가도 안전한 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사회화 시기는 생후 12~13주면 끝나 버리는 것에 대해 보호자들이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개들은 자신감 넘치던 강아지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시기로 두려움을 공격성으로 표출하는 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개들은 적어도 한 살이 될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사회화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책을 읽고 나면 개와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개를 키우는 데 절대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가능한 한 최상의 것들을 제공해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책은 개에 대한 지식만 담고 있지 않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느낌들이 함께 있어 잘 읽힌다.
상세하고 적절한 비유가 이해를 돕기도 한다. 개와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