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혹은 몰락... 영웅들의 이야기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2. 영웅과 전쟁>을 읽고

by Jino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1>이 그리스 올림포스 신들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2권은 신화 속에 나오는 여러 영웅들의 이야기이다. 영웅들의 이야기는 신들의 이야기에 비해 인간의 약한 부분이 함께 등장하면서 몰입감과 안타까움이 더해 진다.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마 혹은 영화의 구도가 수차례 등장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아는 많은 이야기들의 원형이 그리스 신화이기 때문이다.


영웅들은 다른 이들과는 다른 용맹함과 실력을 타고났지만 엄청난 고난을 겪으며 성장하고 결국 업적을 쌓는다. 신화 속 영웅들 이야기를 읽는 게 너무 재밌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오랜만에 빨리 책의 뒷부분을 읽고 싶어졌다. 넷플릭스의 많은 콘텐츠들이 생각나지 않는 기간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영웅의 원조 페르세우스, 전쟁의 달인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 키즈라고 할 만큼 닮은 꼴이 있는 테세우스 등 세 영웅을 중심축으로 다루고 영웅들이 펼친 흥미진진한 모험담 <황금 양피 원정대 아르고호의 모험>, <일리아스>, <오디세우스>를 다루고 뒷부분에서는 <일리아스> 이후 헬레네와 그리스 장수들의 귀향 과정과 로마 건국 신화 <아이네이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웅들 중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멋지고 눈부신 활약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인간적인 약점과 고뇌를 안고 있는 인물도 있는가 하면 초반의 모험담을 응원하던 것이 아까워질 만큼 하찮은 욕망에 사로잡혀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웅들의 모험담이지만 우리 인생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들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고 그 시대의 자연과 사람, 건물과 신화적 상상력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들어간 책 속 이야기들을 찬찬히 읽어야 제맛이지만 책에 나오는 영웅들 이야기를 차례대로 소개한다.

(그림은 책 내용에 맞춰 검색해 삽입했음)


스토리텔링의 원형 영웅 이야기


영웅의 원조 페르세우스의 모험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외동딸 다나에가 아들을 낳으면 그 아들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신탁 때문에 딸을 청동 탑에 가두고 감시했다. 그런데 제우스가 우연히 다나에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졌다. 제우스는 황금 소나기로 변신해 청동 탑 지붕 구멍으로 스며들어 다나에와 사랑을 나누었고 열 달 뒤 페르세우스를 낳았다.

아크리시오스는 손자를 커다란 궤짝에 넣어 바다에 버렸고 세리포스라는 섬에 살고 있던 딕티스라는 어부가 이들을 구하고 보살펴 주었다.

페르세우스가 16세가 되었을 때 우연히 다나에를 발견한 세리포스의 왕 폴리덱테스는 다나에의 미모에 빠져 결혼을 하려고 했지만 다나에가 거절하기도 했고 페르세우스의 존재가 맘에 걸려 고민했다. 폴리덱테스의 계책. 자신이 이웃 나라 공주와 결혼하다고 공표하고 백성들에게 선물을 바치라고 했다.

남의 집에 얹혀사는 형편이라 바칠 것이 없었던 페르세우스는 대신 괴물 메두사의 머리를 갖다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메두사는 고르고네스라고 불리는 세 자매 중 하나였다.

메두사는 유한한 생명이었지만 다른 두 자매 스테노와 에우리알레는 불사의 몸이었다. 얼굴이 흉측해서 그들을 보는 사람은 너무 놀라 돌로 변해 버렸다. 메두사의 머리를 베는 데 성공해도 다른 자매들이 황금 날개를 달고 있어서 도망가기가 쉽지 않았다.


아테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페르세우스는 꿈에서 아테나 여신을 만났다. 아테나는 메두사를 죽이려면 그라이아이라는 세 명의 노파를 찾아가 메두사를 죽이는 데 필요한 무기를 보관하는 요정들이 사는 곳을 알아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메두사의 얼굴을 절대 보지 말고 거울에 비친 모습만 봐야 한다고 당부하며 거울로 쓸 수 있는 청동 방패를 건네주었다.

아테나가 시키는 대로 해서 요정들로부터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그 안을 넣을 마법 자루 키비시스, 날개 달린 신발, 머리에 쓰면 투명인간이 되는 마법 두건을 받은 페르세우스가 길을 나서자 헤르메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자를 때 쓸 다이아몬드 칼을 건네주었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베자 지상에 핏방울이 떨어지며 땅속에서 날개 달린 천마 페가소스와 황금 검을 지닌 전사 크리사오르가 태어났다.


메두사의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 Public Domain via WikiPedia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는 메두사가 원래 어깻죽지에 날개가 달리고 얼굴이 흉측한 괴물이 아니라 신 포세이돈에 사랑에 빠질 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였다고 나온다. 특히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이 빼어나게 아름다웠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포세이돈과 아테나 신전에서 사랑을 나누었다가 여신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 그만 머리카락은 한 올 한 올 실뱀이 되고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지고 말았다고 전해진다.


귀환하던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의 명령으로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으며 나라를 통치하던 아틀라스를 만나 하룻밤 묵기를 간청했다. 하지만 아틀라스는 제우스 아들 중 하나가 황금 사과를 훔쳐갈 거라는 경고를 들은 적이 있어서 페르세우스를 쫓아냈다. 페르세우스는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채 마법 자루에서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 아틀라스에게 보여주었고 메두사의 얼굴을 본 아틀라스는 산으로 변해 버렸다. 아프리카 북부 아틀라스산의 전설이다.


다시 길을 나서 에티오피아를 지나던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딸 안드로메다를 괴물에게 제물로 바치기 직전의 케페우스 왕을 보고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안드로메다를 구해줬다.

안드로메다와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원래 안드로메다와 결혼 예정이었던 왕의 동생 피네우스가 피로연장에 난입했다. 수적으로 열세였던 페르세우스는 “우리 편은 고개를 돌리시오!”라고 오치며 메두사 머리를 꺼내 피네우스와 부하들을 돌로 만들었다.

1년을 에티오피아에 머물며 아내 안드로메다와의 사이에 아들 페르세스를 낳은 페르세우스는 장인이 에티오피아를 맡아주길 원했지만 어머니 다나에 걱정으로 안드로메다를 데리고 세리포스로 돌아갔다. 다만 아들 페르세스가 에티오피아의 후계자가 되도록 남겨 두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의하면 페르세스는 후에 페르시아인들의 시조가 되며, 나라 이름인 페르시아 Persia도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주 : 신화적 유래-실제 역사적으로 ‘페르시아’는‘파르사(Parsa)’라는 부족/지역 이름에서 유래하고 그리스인들이 이를 페르시아라고 부름.)


안드로메다와 세리포스에 온 페르세우스는 폴리덱테스 왕이 자신이 떠나자마자 어머니 다나에를 괴롭혔단 사실을 알게 되자 격분했고 궁전으로 달려가 신하들과 잔치를 벌이고 있던 왕에게 자신은 고개를 돌리고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왔다며 꺼내 들었고 폴리덱테스와 신하들은 모두 돌로 변했다.


모험을 모두 마친 페르세우스는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외할아버지가 있는 아르고스로 향하며 외할아버지의 오해를 풀려고 했지만 손자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아크리시오스는

이웃 나라 라리사로 도망쳤다. 페르세우스는 라리사로 외할아버지를 찾아갔는데 마침 라리사에서는 축제 행사 중 하나로 원반 던지기가 열렸다. 페르세우스도 참여해 원반을 던졌는데 하필 엄청난 바람이 불더니 관중석 한 노인의 머리를 맞추며 숨지게 했다. 그가 아크리시오스였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할아버지를 죽인 것에 양심의 가책을 받은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의 왕위를 물려받을 수가 없어 이웃 나라인 티린스 왕과 서로 왕위글 교환하기로 했다.


티린스의 왕이 되어 여행을 하던 중 심한 갈증을 느낀 페르세우스 앞 땅바닥에서 물을 흠뻑 머금은 버섯 하나가 솟아올랐다. 페르세우스는 이곳에 도시를 건설하고 그리스어로 버섯을 뜻하는 ‘미케스’에서 힌트를 얻어 도시 이름을 미케네라고 지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페르세우스는 영웅의 원조다. 그래서 그의 모험은 보글러의 12단계 영웅의 여정과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일치한다. 또한 그의 모험담은 한 인간의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성공 과정과 마무리를 보여준다. 다른 몇몇 영웅 이야기가 씁쓸한 마무리를 맞는 것과는 다르다.


전쟁의 달인 헤라클레스의 모험


그리스 신화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인물이다. 천하무적의 영웅이지만 헤라의 끊임없는 괴롭힘으로 고난을 겪고 또 고난을 겪으며 성장해 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놀랐던 또 하나는 헤라클레스 이미지가 헬레니즘 시대에 간다라로 전해져 부처님을 지키는 금강역사에도 반영됐다는 점이다.

한국이나 중국 절에서 볼 수 있는 금강역사가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못 흥미롭다.

헤라클레스는 알크메네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알크메네는 암피트리온의 아내였다. 제우스는 자신을 대신해서 인간을 위해 위대한 일을 해 줄 영웅을 낳고 싶었는데 알크메네를 그 상대로 선택한 것이다. 제우스는 암피트리온이 없는 날, 암피트리온의 모습으로 알크메네를 찾아가 사랑을 나누었다.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은 역설적으로도 '헤라의 영광을 위하여'였다. 헤라의 질투로부터 아들을 보호하려고 지은 이름이었지만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태어나기도 전에 헤라의 가장 심한 질투를 받는다.


헤라는 행여 헤라클레스가 미케네의 왕이 될까 봐 알크메네의 해산을 지연시켰다. 제우스가 페르세우스 가문에서 제일 먼저 태어난 아이가 미케네의 왕이 된다고 했고 순리대로라면 헤라클레스가 왕이 될 상황이었다. 헤라는 알크메네의 해산은 지연시키는 반면 페르세우스의 다른 아들 스테넬로스의 아내가 예정일보다 석 달이나 빨리 몸을 풀도록 해 여기서 태어난 에 우리스테우스가 미케네의 왕이 되었다. 헤라클레스를 너무나 질투한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8개월이 되었을 때 요람 안에 독사 2마리를 집어넣어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했지만 8개월의 헤라클레스는 뱀을 목 졸라 죽였다.

아기 때 뱀을 잡은 헤라클레스. Public Domain via WikiPedia



헤라클레스는 테베 암피트리온 밑에서 자랐는데 오르페우스 동생 리노스가 헤라클레스에게 리라 교육을 시키다가 헤라클레스가 자꾸 실수하자 꾸짖으며 매를 들었다. 이에 분노한 헤라클레스가 리라로 리노스의 머리를 내리쳐 리노스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암피트리온은 벌로 헤라클레스를 키타이론 산으로 보내 목장을 돌보게 하며 근신시켰다. 근데 당시 키타이론산에는 무서운 사자가 살고 있었다. 그 사자는 이웃나라 왕 테스피오스 목장까지 휘젓고 다니며 사람을 물어 죽이기도 했다. 헤라클레스는 50일 동안 사자를 추적해 맨손으로 싸워 해치웠다.


헤라클레스의 용맹함을 물려받은 아이를 갖고 싶었던 테스피오스는 헤라클레스를 초대해 50일 동안 연회를 베풀며 술에 취하게 만든 다음 자신의 공주 50명을 하루에 한 명씩 들여보내 50명의 아들을 낳게 했다.


헤라클레스는 테베가 조공을 바쳐야 했던 오르코메노스를 공격해 역으로 조공을 받게 만들었다. 테베의 왕 크레온은 딸 메가라와 헤라클레스를 결혼시켰고 헤라클레스는 아들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행복한 헤라는 행복한 헤라클레스를 두고 볼 수 없어 그에게 광기를 불어넣었다.

헤라클레스는 갑자기 두 아들과 아내를 목 졸라 죽였다. 제정신으로 돌아와 정신이 든 헤라클레스는 델피 아폴론 신전에서 신탁을 물었다. 헤라의 술수로 헤라클레스 대신 미케네의 왕이 된 에우리스테우스 왕이 시키는 고업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는 신탁을 내렸다.


헤라의 도움으로 자신의 왕위를 가로챈 사촌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복종한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헤라클레스는 그가 맡긴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나섰다.

그게 바로 유명한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이다.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Carole Raddato via Wikipedia, CC BY 2.0

첫 번째 과업은 네메아의 사자를 잡아오는 것. 사자를 잡으러 가면서 헤라클레스는 올리브 나뭇가지를 꺾어 단단한 몽둥이로 만들었고 이 올리브 나무 몽둥이는 헤라클레스의 상징이 됐다. 사자 굴 입구 2개가 있는 걸 보고 입구 하나를 막은 다음 굴에 들어가 사자를 목 졸라 죽였다. 사자를 메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와 가죽을 벗겨내서 갑옷처럼 몸에 걸쳤는데 사자 머리 부분이 모자처럼 그의 머리에 딱 맞았다. 이때부터 헤라클레스는 트레이드마크처럼 올리브 몽둥이를 든 채 사자 가죽을 쓰고 다녔다. 사자가 죽자 헤라는 녀석을 불쌍하게 생각하여 하늘의 별자리로 박아 주었다.


두 번째 과업은 레르나의 괴물 뱀으로 머리가 9개 달린 괴물 뱀 히드라를 죽여야 하는 것이었다. 히드라는 아르고스 아미모네 샘물 근처 습지에서 게들과 함께 살았다. 헤라클레스는 불화살로 불을 놓아 히드라를 풀이 없는 곳으로 몰았다. 히드라가 나타나자 머리를 움켜쥐고 칼로 벴지만 잘린 히드라의 목 부위에서 머리 2개가 솟아올랐고 9개의 머리 중 한가운데 머리는 죽지 않았다. 설상가상 습지에서 히드라 친구 게들이 튀어나와 헤라클레스의 발을 계속 물어뜯었다.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쌍둥이 동생 이피클레스 아들 이올라오스를 불러 횃불을 갖다 달라고 했다. 헤라클레스가 히드라의 목을 자르자마자 이올라오스가 자른 부위를 횃불로 지졌고 8개 머리를 이렇게 베어냈다.


히드라의 죽지 않는 한가운데 머리는 자른 뒤 깊게 판 땅에 묻은 다음 큰 바위로 덮었다. 헤라클레스는 죽은 히드라 몸통을 가르고 자신의 화살촉들에 히드라의 피를 적셨다. 헤드라의 독을 입힌 것이다. 히드라가 죽자 헤라는 게와 함께 히드라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세 번째 과업은 케리네이아의 암사슴을 산 채로 잡아오는 것이었다. 이 암사슴은 아르테미스 소유로 황금 뿔을 지니고 있었는데 아르골리스 지방을 휘젓고 다니며 농작물을 못 쓰게 만들었다. 헤라클레스는 1년 동안 추격한 끝에 아르카디아 라돈강 근처에서 사로잡았다.


네 번째 과업은 아르카디아 에리만토스산에 있는 괴물 멧돼지를 산 채로 잡아오라는 것이었고 헤라크레스는 깊은 눈 속으로 멧돼지를 몰아 잡아왔다.


다섯 번째 과업은 엘리스의 왕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 오물을 치우는 것이었다. 소가 3,000마리나 있는 아우게이아스는 30년 동안 한 번도 오물을 청소하지 않아 신들이 사는 올림포스 궁전까지 악취가 날 정도였다. 헤라클레스는 하루 만에 오물을 치워 줄 테니 전체 소의 10분의 1을 달라고 했다. 헤라클레스는 외양간 벽 두 곳에 구멍을 뚫고 알페이오스와 페네이오스 강을 호스처럼 끌어다가 외양간에 집어넣어 외양간 오물을 말끔히 씻어 냈다. 하지만 아우게이아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복수를 다짐하며 엘리스를 떠났다.


여섯 번째 과업은 스팀팔로스 호숫가 괴조들을 해치우는 일이었다. 이곳 괴조들은 깃털을 화살처럼 쏘아 호수 주변 사람들을 죽이고 인육을 먹었다. 헤라클레스는 아테나가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해 만든 청동 딸랑이를 흔들어 괴조들을 놀라게 만든 다음 공중으로 날아오를 때 화살을 날려 죽였다.


일곱 번째 과업은 크레타의 미친 황소를 사로잡아 오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는 단숨에 황소를 제압해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갖다 주었고 왕은 자신의 수호신 헤라에게 소를 바쳤다. 헤라클레스를 미워했던 헤라는 이 황소를 받자마자 풀어주었고 고삐 풀린 황소는 펠레폰네소스 반도를 가로질러 아테네 근처 마라톤 지역을 휘젓고 다녔다. 이 황소는 한참 후 아테네 영웅 테세우스에게 잡힌다.


여덟 번째 과업은 트라케의 왕 디오메데스의 암말들을 데려오는 것이었는데 디오메데스는 암말 네 마리를 인육을 먹여 사육했다. 헤라클레스가 트라케에 도착했을 때 디오메디스는 출타 중이었다. 헤라클레스는 마부들을 해치우고 직접 말고삐를 잡고 바닷가로 갔다. 디오메데스 일당이 쫓아오자 헤라클레스는 디오메데스를 올리브 몽둥이로 쳐 죽었고 헤라클레스는 말들에게 디오메데스 시신을 먹이로 주었다.


아홉 번째 과업은 에우리스테우스의 딸 아드메테를 위해 아마존 족 여왕의 허리띠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아마존족은 전설적인 여인 왕국으로 아주 호전적이었다.

아마존족 여왕 히폴리테는 헤라클레스가 방문하자 즉시 허리띠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지켜본 헤라는 헤라클레스의 과업이 쉽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아마존족 여전사로 변신해서는 헤라클레스가 자신들의 여왕을 납치하려고 왔다는 헛소문을 퍼뜨렸고 아마존 여전사들은 헤라클레스 배로 몰려가 그를 공격했다. 헤라클레스는 결국 여왕을 죽인 다음 그녀의 허리띠를 빼앗았다.


열 번째 과업은 게리오네우스의 소 떼를 데려오는 것이었는데 게리오네우스는 전사 셋의 허리 부분만 하나로 합쳐진 괴물로 머리와 몸통이 셋, 팔다리가 여섯 개였다. 게리오네우스는 당시 세상의 서쪽 끝자락으로 여겨진 지브롤터 해협 너머 에리테이아 섬에 살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지브롤터 해협에 도착하자 아프리카와 유럽 쪽에 각각 기둥 하나씩을 세웠다. 후세의 여행객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다른 설에 의하면 원래 이곳은 지협이었는데 헤라클레스가 대서양 넘어가면서 운하를 파 해협으로 만들었다. 이 두 기둥은 현재 스페인의 지브롤터 바위와 모로코의 예벨 무사Jebel Musa산을 지칭하는 것으로 고대 로마인들은 칼페 Calpe산과 아빌라 Abyla산으로, 고대 그리스인들은 ’ 헤라클레스의 기둥‘으로 불렀다.


헤라클레스는 은퇴한 티탄 신족의 태양신 헬리오스에게 간청해 황금 술잔을 얻었다. 이 황금 술잔을 타고 긴 항해 끝에 에리테이아 섬의 목장에 도착한 헤라클레스는 괴물 개 오르트로스를 해치우고 개 주인 에우리티온도 올리브 몽둥이로 때려죽인 뒤 소 떼를 몰고 움직였다. 이 소식을 듣고 게리오네우스가 헤라클레스를 추격했다. 헤라클레스는 도망치듯 게리오네우스를 화살로 처치한 뒤 소떼를 몰고 미케네로 돌아갔다.


열한 번째 과업은 요정 헤스페리데스 자매들이 왕뱀 라돈과 함께 지키고 있던 황금 사과를 하나 가져오는 것이었다. 사과가 있는 곳을 아는 게 먼저였던 헤라클레스는 바다의 노인이자 현인 네레우스를 찾아가 물어보기로 했다. 네레우스 노인을 만나러 가다가 카우카소스 산을 지나던 헤라클레스는 그곳에서 독수리가 부리로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 먹는 걸 보고 독수리를 활로 쏴 죽인 다음 프로메테우스를 쇠사슬에서 풀어주었고 프로메테우스는 그 에 대한 보답으로 황금사과 정원에 직접 가지 말고 헤스페리데스의 아버지 아틀라스에게 부탁하라고 충고했다. 하늘을 짊어진 벌을 받던 아틀라스에게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하늘을 대신 짊어지고 있을 테니 딸들에게서 사과 하나만 얻어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부탁을 들어준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자신이 직접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황금 사과를 전해 주겠다고 했다. 헤라클레스는 도조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어깨에 쿠션을 올려놓을 때까지 잠시만 하늘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는 아틀라스 어깨에 다시 하늘을 얹어 주고 사과를 주워 그곳을 떠났다.


열두 번째 과업은 지하세계의 개 케르베로스를 데려오는 일이었다. 머리가 셋이고 꼬리가 뱀 모양을 한 케르베로스는 지하세계에 있었다. 하데스에게 케르베로스 빌리는 데 동의를 구한 헤라클레스는 케르베로스의 ㅣ꼬리 독침 공격에도 케르베로스를 붙잡아 굴복시켰고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데려갔다.


델피의 아폴론 신전에 가서 살인죄에서 벗어날 방도를 물었지만 여사제 피티아도 답변을 거부했다. 분노한 헤라클레스는 신탁소의 세발솥 의자를 빼앗은 다음, 신탁을 말해 주지 않으면 델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고 자신의 신탁소를 세우겠다고 위협했다. 아폴론이 나서서 말렸지만 헤라클레스는 심지어 그에게까지도 달려들었다. 제우스가 그들 사이에 번개를 쳐서 겨우 싸움을 말렸다. 피티아가 그제야 신탁을 내렸다.

“소아시아 리디아 Lydia의 옴팔레 Omphale 여왕에게 네 몸을 팔아 3년 동안 노예로 봉사해라! 여왕에게서 받은 네 몸값은 이피토스의 아들들에게 줘라! 그러면 너의 광기가 치료될 것이다. ”


헤라클레스는 옴팔레 여왕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했다. 여왕에게 자신의 올리브 몽둥이를 맡기고 여자 옷을 입은 채 실을 잣기도 했고, 소질에도 없던 노래 부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왕은 헤라클레스의 지극한 봉사에 탄복하여 3년이 되자 약속대로 그를 풀어 주었다. 그 순간 헤라클레스의 광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자유의 몸이 된 헤라클레스는 자신을 모욕한 왕들을 차례로 해치우기로 마음먹고 트로이 라오메돈 왕을 첫 번째 대상으로 삼았다.


라오메돈 왕은 제우스에게 시도했다가 제압당한 아폴론과 포세이돈이 그의 밑에서 1년간 종노릇을 한 적이 있었다. 이때 두 신은 난공불락의 트로이 성벽을 완성했는데 왕이 그들에게 약속한 삯을 주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두 신은 트로이에 복수를 했다. 아폴론은 역병을, 포세이돈은 바다 괴물을 수시로 보냈다.

신탁을 구하니 라오메돈의 딸 헤시오네를 바다 괴물에게 바치면 재앙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를 알게 된 헤라클레스가 괴물을 해치우고 딸을 구할 테니 딸과 암말을 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가 막상 딸을 구하자 라오메돈 왕은 또 약속을 안 지킨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혼자 트로이를 상대하기는 버거워 복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떠나온 적이 있었던 것이다.


옴팔레 여왕 밑에서의 노예 생활이 끝나자마자 헤라클레스는 50명이 노를 저을 수 있는 함선 18척과 병사들을 모아 트로이로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라오메돈을 처단한 헤라클레스는 그의 아들 중 포다르케스만 남기고 모두 죽였다. 헤시오네 공주와 암말도 차지했다.


하지만 헤시오네 공주가 비탄에 잠겨 있는 게 마음에 걸렸던 헤라클레스는 그녀가 선택한 포로 중 하나를 풀어주겠다고 했고 헤시오네는 자신의 오빠 포다르케스를 선택했다. 포다르케스는 헤라클레스가 돌아가자 '사다'라는 이름의 그리스어 동사 '프리아마이 priamai'에서 유래한 이름 '프리아모스'로 개명했다. (프리아모스는 나중 트로이 전쟁의 핵심 인물 파리스와 헥토르의 아버지가 된다.) 헤시오네는 헤라클레스와 함께 트로이를 공격한 텔라몬의 아내가 된다. 텔레몬과 본부인 페리보이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은 훗날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편으로 아킬레우스 다음으로 큰 공을 세운 대아이아스다.


올림푸스 신족을 도와 기간테스를 물리치는 데 공을 세우기도 한 헤라클레스는 자신에게 외양간 치운 삯을 주지 않았던 아우게이아스왕과 자신의 살인죄를 씻어달라는 부탁을 거절한 필로스의 왕 넬레우스, 스파르타의 왕 히포코온과 그의 12명의 아들들까지 모두 복수극을 펼쳤다.


복수를 모두 마친 헤라클레스는 강의 신 아켈로오스Acheloos와 레슬링을 벌인 끝에 칼리돈의 공주 데이라네이라를 두 번째 아내로 맞이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의 실수가 원인이 돼 사람을 죽이게 되고 칼리돈에서 추방당하게 됐다.


아내와 함께 에우에노스 강사를 건너는데 네소스라는 켄타우로스가 아내가 건너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하더니 아내를 납치하려고 했다. 헤라클레스는 즉시 활을 꺼내 네소스의 심장을 꿰뚫었는데 네소스는 죽어가면서도 복수를 위해 데이아네드라를 꼬드겼다. 자신의 피는 사랑의 묘약이니 남편이 변심하거든 옷에 발라 입히면 마음이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렇잖아도 헤라클레스가 딴 여자에게 눈길을 주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던 데이아네드라는 피를 조금 받아 두었다.


어느 날 문득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승승장구하도록 도와준 아버지 제우스에게 제물을 바치고 싶어졌다.

전령을 시켜 새 옷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데이라네이아가 이때 남편의 옷에 네소스의 피를 발랐다.

헤라클레스가 새 옷으로 갈아입자 네소스의 피에 있던 히드라의 독이 헤라클레스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전령을 혼내준 헤라클레스는 집으로 돌아가 아내를 혼쭐 내려 했지만 아내는 헤라클레스 소식을 듣고 이미 자살한 뒤였다.


자신이 죽을 때가 됐음을 깨달은 헤라클레스는 아들 힐로스를 대동해 오이타 산 정상으로 올라가 장작으로 화장단을 쌓으라고 했다. 화장단 위에 올라갔지만 부싯돌이 없어 불을 붙일 수 없었는데 마침 멜리보이아 왕 필록테테스가 부하들과 함께 소떼를 데리고 곁을 지나갔다. 그는 불을 붙여주고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을 물려받았다.


헤라클레스의 육체가 불타는 동안 올림포스 궁전에서는 회의가 진행되었다. 제우스가 엄청난 과업을 완수한 헤라클레스를 신으로 만들어 주자고 제안했고 신들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헤라클레스가 신이 되어 올림포스 궁전으로 올라오자 헤라는 그제야 그에 대한 분노를 풀고 자신의 딸이자 청춘의 여신인 헤베Hebe를 아내로 주었다.



황금 양피 원정대 아르고호의 모험


'아르고'라는 배를 타고 황금 양피를 찾아 나선 영웅들의 이야기다. 영웅 이아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르고호 별자리. Public Domain via WikiPedia

테살리아의 왕 아이올로스 큰 아들 아타마스는 보이오티아 오르코메노스의 왕으로 아내 네펠레와의 사이에 아들 프릭소스와 딸 헬레가 있었다.

그런데 네펠레가 죽으면서 후처 이노를 들였다. 이노는 아타마스와의 사이에 레아르코스와 멜리케르테스라는 두 아들을 낳았다. 이노는 전처의 남매인 프릭소스와 헬레를 구박했고 나라에 흉년이 들자 신탁을 조작해 그들을 제물로 바치려고까지 했다.


지하세계에서 그걸 지켜보던 친어머니 네펠레는 전령신 헤르메스에게 부탁해 자식들에게 황금 양피를 지난 크리소말로스라는 양을 보냈다. 이 양은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었고 날 수도 있었다. 프릭소스 남매는 이 양을 타고 태양의 나라 콜키스로 도망쳤다. 하지만 헬레는 오빠 등을 잡고 있던 손을 놓치는 바람에 바다에 떨어져 죽었고 헬레가 떨어져 죽은 바다는 헬레스폰토스로 불리다가 현재는 다르다넬스 해협으로 불린다.


프릭소스는 무사히 콜키스에 도착했다. 콜키스 왕 아이에테스는 티탄 신족의 태양신 헬리오스와 강의 요정 페르세이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프릭소스가 도착해 도움을 요청하자 아이에테스 왕은 그를 환대했고 자신의 딸 칼키오페를 아내로 주었다.


프릭소스는 자신이 타고 왔던 양을 잡아 제우스에게 바치고 황금 양피는 아이에테스 왕에게 선물했다.

왕은 전쟁의 신 아레스의 숲에 있는 아름드리 참나무에 이 양피를 걸어두고 절대로 잠들지 않는 용이 지키도록 했다. 칼키오페는 프릭소스와의 사이에서 아르고스, 프론티스, 멜라스, 키티소로스 등 네 아들을 낳았다.


테살리아의 왕 아이올로스의 둘째 아들 크레테우스는 이올코스 왕으로 자신이 키우던 조카 티로를 아내로 삼았다. 하지만 티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사랑을 받아 넬레우스와 펠리아스라는 쌍둥이 형제를 몰래 키우고 있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크레테우스는 쌍둥이를 자신의 친아들로 받아들였고 그 후 티로는 크레테우스와의 사이에 아이손, 아미타온, 페레스 3형제를 낳았다. 이중 아이손이 아르고호 원정대를 지휘하는 이아손의 아버지다.


티로에게 실망한 크레테우스는 아내를 점차 멀리하다가 새 아내 시데로를 얻었다. 시데로는 티로를 학대했다.

티로가 포세이돈과의 사이에서 낳은 쌍둥이 형제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는 이 소식을 듣고 계모 시데로를 죽이려고 했다. 시데로가 헤라 신전에 숨어들었는데도 신전 제단에서 시데로를 잔인하게 살해했는데 이 때문에 헤라의 분노를 샀고 헤라는 장차 아이손의 아들 이아손의 손을 빌려 펠리아스를 몰락시킬 계획을 세웠다.


포세이돈의 아들로 성격이 포악했던 펠리아스는 크레데우스가 죽자 쌍둥이 동생 넬레우스를 추방하고 아이손에게 돌아갈 왕위를 찬탈하고 아이손도 추방했다. 자신의 앞날이 걱정됐던 펠리아스는 신탁에서 외짝 신발을 신은 사람만 조심하면 권력에 이상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손은 아내가 첫째 아들을 낳자 사산했다고 소문낸 뒤 비밀리에 켄타우로스족 케이론에게 맡겼다. 16년이 지나 이아손은 빼앗긴 아빠의 왕권을 돌려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왕궁에서 펠리아스가 포세이돈을 위한 축제를 개최한다는 소문을 듣고 길을 떠난다.


이아손이 외짝 신발을 신고 나타나 왕권을 요구하자 펠리아스는 거짓으로 이렇게 말한다.

"최근 꾼 꿈을 신전에서 해몽했더니 이는 역병이 퍼질 조짐으로 프릭소스가 피신할 때 가져갔던 황금 양피가 야만족의 나라인 콜키스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니 늙은 나 대신 콜키스에서 황금 양피를 가져와라. 그러면 이올코스 왕권을 물려주겠다."

이는 콜키스에 가는 도중 이아손이 사고를 당해 목숨을 당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아손은 거짓인 줄 알면서도 황금 양피를 찾아와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혼자서 흑해 연안 콜키스까지 가기엔 역부족이어서 그리스 영웅들을 모집했고 54명의 영웅이 모였다. 여기엔 헤라클레스 , 오르페우스, 텔라몬과 펠레우스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아손은 배 만드는 장인으로 이름을 떨쳤던 아르고스에게 배 한 척을 부탁했다. 아르고스는 펠리온 산의 소나무로 수공예의 신이기도 한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항공모함급에 해당하는 아주 커다란 배를 만들었다. 이아손은 배가 완성되자 그것을 만든 아르고스의 이름을 따서 아르고호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 Cicero에 따르면 배 이름은 호메로스가 오늘날의 '그리스인'이라는 의미로 즐겨 썼던 아르게이오스 Argeios에서 유래했다. '아르게이오스'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르고스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특히 아테나는 아르고호 선수에 제우스 신전으로 유명한 도도네 Dodone에서 가져온 참나무를 박아주었다. 그 참나무는 신기하게도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어서 장차 영웅들에게 마치 스피커처럼 큰 목소리로 조언을 해 주곤 한다. 이아손이 원정대 대장을 맡았다.


아르고호가 처음 정박한 곳은 렘노스섬. 예전에 여인들이 아프로디테 섬기기를 게을리한 적이 있었다. 여신은 벌로 여인들에게 악취가 풍기게 했고 남편들은 그때부터 아내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트라케를 약탈해 그곳 여인들을 납치해 와 사랑을 나누었다. 렘노스 여인들은 어느 날 남편들이 모두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틈을 타 회의를 소집하여 렘노스의 모든 남자를 몰살하기로 결의했다. 이어 저녁에 남편들이 돌아오자 잔뜩 술을 먹인 다음 곯아떨어진 그들을 모두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들은 남편뿐들 아니라 트라케의 여인들도 모두 죽였다. 후환을 없애기 위해 자신들이 낳은 아들뿐 아니라 트라케의 여인들에게서 낳은 아들들도 모두 죽여 없앴다. 이아손이 전령을 보내 식수 등 도움을 요청하자 여왕 힙시필레는 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주어 떠나보내려 했지만 유모가 그 영웅들을 렘노스섬에 눌러앉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아손이 초대에 응해 궁전에 갔고 이아손은 힙시필레와 달콤한 시간을 보냈고 헤라클레스는 몇몇 영웅과 함께 아르고호에 남았다. 헤라클레스는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이아손에게 비아냥 거리며 정신이 들게 했고 일행은 다시 모험에 나섰다.


아르고호는 돌리오네스족 나라에 도착했다. 키지코스왕은 예언가 메롭스의 딸 클레이테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아르고호 영웅들을 극진히 대접하라는 신탁을 받았기에 풍성한 주연을 펼치고 물자도 충분히 보충해 주었다.


출발하기 전 6개의 팔이 달린 괴물들과 싸웠던 아르고호 영웅들은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저녁에 역풍이 불어 적당한 곳에 상륙했지만 이곳이 돌리오네스족 인구 밀집 지역인지 몰랐다. 돌리오네스족은 이들을 해적으로 오인했고 양측은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아침이 되고서야 상황을 파악하게 됐는데 키지코스 왕도 죽였던 것이다. 왕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클레이테도 자살했고 저주를 받아 열이틀 동안 폭풍으로 꼼짝하지 못했던 이들은 키벨레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고서야 길을 나설 수 있었다.


베브리케스 인들의 나라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왕 아미코스는 자신과의 권투시합에서 이기지 못하면 사라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아르고호 일행 중 폴리데우케스가 나섰다. 왕은 폴리데우케스의 주먹에 죽고 말았다. 영웅들은 여기서 쉰 다음 피네우스의 나라에 도착했다.


왕이자 예언가였던 피네우스는 백성들에게 신의 뜻을 너무 자세히 알려주는 바람에 제우스의 미움을 사 시력을 잃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머리는 여자고 몸통은 새인 괴조 하르피아아이 세 마리가 말아와 음식을 낚아채 갔다. 아르고호 영웅들은 북풍 신의 아들로 어깻죽지에 날개가 있는 제테스와 칼라이스가 하르피이아이를 쫓아냈다. 오랜만에 목욕하고 맛있는 식사를 한 피네우스는 영우들이 콜키스로 가면서 겪게 될 어려움을 헤쳐갈 방법들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아르고호는 도중 수컷 멧돼지의 공격을 받은 이드몬이 죽고 키잡이 티피스도 죽었지만 시노페에서 우연히 난난 테살리아 출신 3형제 데일레온, 아우톨리코스, 플로기오스가 합류했다.


피네우스의 충고로 아마존족, 칼리베스족, 티바레네스족, 모시코노이족 나라는 상륙하지 않고 지나고 무인도 아레스의 섬에 상륙했다. 이 섬에는 헤라클레스가 여섯 번째 과업으로 스팀팔로스 호숫가에서 쫓아냈던 괴조 일부가 달아나 정착해 있었다. 섬의 해안가 나무에는 괴조들이 새까맣게 덮여 있었지만 절반은 방패로 머리를 가리고 절반은 노를 저으며 무사히 섬에 상륙했다.


상륙한 날 밤 엄청난 폭풍우가 불었고 어둠 속에서 네 명의 청년이 배 파편 조각에 매달려 왔는데 이들이 바로 황금양털 양을 타고 갔던 프릭소스와 아이에테스 왕 공주인 칼키오페의 아들들로 아르고스, 프론티스, 멜라스, 키티소로스였다. 이들은 프릭소스가 죽은 뒤 아버지 유언에 따라 할아버지 아타마스가 세운 오르코메노스 왕국에 남겨둔 재산을 찾기 위해 그리스로 가다 난파를 당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은 아르고호는 드디어 콜키스에 도착했다. 영웅들은 아르고호를 강의 지류에 숨겼다. 이아손 일행이 콜키스에 도착한 날 헤라 여신은 불같은 성격의 콜키스 왕 아이에테스와 이아손 일행이 만나는 것에 대해 크게 걱정했다. 결국 아프로디테 아들 에로스를 시켜 아이에테스 둘째 딸 메데이아 공주의 가슴속에 이아손에 대한 사랑의 불을 지피는 작전을 쓰기로 했다.


이아손 일행이 아이에테스와 왕비 이디이아를 알현했다. 왕은 외손자들이 자신의 왕권을 빼앗기 위해 그리스에서 영웅들을 데려온 것으로 오해했다. 영웅 일행이 황금 양피를 정중하게 요구하자 말했다.

"내겐 헤파이스토스 신이 만들어 준 황소가 두 마리 있다. 황소는 발굽이 청동이며 입으로는 화염을 내뿜는다. 만약 사람의 뼈가 발굽에 부딪히면 바스러지고, 살이 화염에 닿으면 녹아 버린다. 너희들 중 아무나 그 황소에 멍에를 씌워 내가 주는 4일 분량을 밭을 하루 만에 갈아라! 그리고 씨앗 대신 내가 아테나 여신으로부터 받은, 그 옛날 테베를 건설한 카드모스가 죽인 용의 이빨을 뿌려라! 이빨이 땅에 닿으면 한참 후에 땅속에서 천하무적의 전사들이 솟아날 것이다. 그 전사들도 이삭을 자르듯 모두 목을 베어 죽여라! 너희들 중 하나가 이 과어을 완수하면 황금 양피를 주겠다!"

이아손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때 메데이아 공주가 방에서 나와 아버지 옆에서 이아손을 바라보았고 에로스는 그 순간 황금 화살을 날려 그녀의 가슴 정중앙에 명중시켰다.


그 순간부터 이아손에게 마음을 빼앗긴 메데이아는 이아손을 돕기로 결심했다. 메데이아의 언니 칼키오페는 메데이아를 찾아가 조카들을 위해 이아손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카우카소스산 크로커스 꽃의 새빨간 즙이 들어 있는 병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 꽃은 프로메테우스가 카우카소스산 절벽에 묶여 형벌을 받으면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힐 때 흘린 피가 땅에 떨어진 곳에서 자라난 것이었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자신을 그리스 이올코스에 신붓감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두 마리 황소도 제압하고 땅 속에서 솟아난 전사들에게는 돌 하나를 던져 서로 싸우게 만든 뒤 아이에테스 왕의 과업을 완수한 이아손은 아이에테스 왕에게 황금 양피를 요구했다.

황금 양피를 펠리아스에게 가져오는 이아손. Public Domain via WikiPedia



메데이아는 자신의 아버지가 황금 양피를 순순히 주지 않을 것임을 꿰뚫어 보고 이아손을 황금 양피가 있는 아레스의 숲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잠들지 않는 용의 눈꺼풀 위에 갓 자른 노간주나무즙을 떨어뜨려 깊은 잠에 들게 했다.

이아손과 메데이아. Public Domain via WikiPedia

그렇게 황금 양피를 가지고 달아나는 아르고호를 메데이아의 오빠가 추격해 왔는데 메데이아는 오빠 압시르토스에게 전령을 보내 자신이 납치된 것처럼 꾸며 단둘이 만나자고 유인해 이아손의 손에 살해되게 했다.


콜키스의 추격대를 따돌리고 떠나는 아르고해는 이오니아 해에서 방황했는데 아르고호 선수에 있는 도도네 산 참나무가 신탁을 알렸다. 이아손이 마녀 키르케에게 가서 메데이아 오빠 죽인 살인죄를 씻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키르케는 조카 메데이아의 간청에 못이겨 정죄 의식을 베풀어줬다.


아르고호는 키르케의 섬을 지나 세이레네스가 사는 섬을 지났다. 매혹적인 노래로 뱃사람들을 홀려 죽게 만드는 세이레네스의 유혹을 떨치기 위해 천재 음악가 오르페우스가 리라로 더 고혹적인 연주와 노랫소리를 들려주며 방어막을 쳤다. 영웅 중 부테스만이 세이레네스의 노랫소리에 홀려 그들이 사는 섬으로 가려는 걸 아프로디테가 구해 시칠리아 에릭스 산으로 데려가 애인으로 삼았다.


윗부분은 여자 모습이지만 아랫부분은 개 머리가 6개 달린 스킬라와 엄청난 소용돌이 카립디스가 사는 바위 절벽 사잇길, 바위암초 밭 플랑크 타이가 있는 끔찍한 갈림길에 있을 때 바다의 요정들인 네레이데스가 헤라의 명을 받아 플랑크타이 쪽으로 무사히 빠져나가도록 했다.


한편 황금 양피를 빼앗긴 콜키스에서는 2차 추격대를 보냈다. 2차 추격대는 아르고호가 마크리스라는 조그만 섬에 정박해 있을 때 그 맞은편 드레파네섬에 있었다. 2차 추격대는 알키노오스 왕과 아레테 왕비를 찾아가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 이름으로 메데이아와 황금 양피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에도 메데이아가 나섰다. 메데이아는 왕비 아레테를 찾아가 자신이 콜키스로 송환되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라며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아레테의 설득에 왕은 메데이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콜키스로 보낼 것이고 결혼했다면 이아손 곁에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밤사이 결혼식을 올렸다.


아르고호는 계속해서 북풍과 파도에 시달렸다. 그즈음 신탁에 따라 아르고호를 어깨에 메고 바다에서 튀어나온 말의 발자국을 따라가서 트리토니스호수에 도착했다. 호수 출구를 찾을 수 없어서 헤맸을 때 이아손이 델피 아폴론 신전 여사제 피티아에게서 받은 세발솥을 트리톤에게 바쳤고 트리톤이 호수 출구 쪽으로 아르고호를 끌고 가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르고호가 크레타 섬에 도착했는데 이곳의 파수꾼 청동 거인 탈로스가 상륙을 방해했다. 이번에도 메데이아가 나섰다. 그녀는 부드럽게 탈로스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이 건네주는 양약을 마시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유혹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수면제에 불과했다. 탈로스가 잽싸게 영약을 낚아채서 벌컥벌컥 마신 뒤 쓰러져 금세 깊은 잠에 빠지자 메데이아는 그의 목에서부터 발목까지 흐르는 하나밖에 없는 혈관을 막고 있던 청동 못을 발목에서 빼냈다. 바로 그 순간 못 구멍으로부터 피 역할을 하던 무색의 신성한 영액이 콸콸 흘러나와 탈로스는 죽고 말았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거쳐 아르고호는 이올코스에 귀환했다. 하지만 펠리아스는 황금 양피를 건네받고도 왕권을 물려주지 않았다. 펠리아스는 이아손을 없앨 계획을 세웠다. 메데이아가 이 속셈을 알아채고 선수를 쳤다. 펠리아스의 두 딸에게 속임수를 써서 딸들이 펠리아스를 죽게 만들었다.


펠리아스가 죽었지만 이아손은 왕이 되지 못했다. 원로회의에서 펠리아스 후계자로 펠리아스 아들 아카스토스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아카스토스는 선왕의 죽음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어린 두 아들과 측근을 데리고 이웃 나라인 코린토스로 망명했다.


코린토스 왕 크레온은 자신을 이을 아들이 없었던 터라 이아손을 후계자로 삼으려고 외동딸 글라우케와 약혼시켰다. 그리고 메데이아와 두 아들을 추방하려 했다. 이아손도 수수방관하며 메대이아를 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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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세계인형박물관(www.worlddoll.net) 학예사 / <인형의 시간들(바다 출판사 발행)> 저자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바다출판사 발행)> 공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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