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만들어 입을 결심

이번에도 책부터 샀다

by Jino

초등학교 다닐 때 뜨개질을 좋아했다.

바늘에 한 코 한 코 실을 꿰어 뭔가 완성된다는 것이 뿌듯했다.


어릴 적에 무슨 유난이었는지 뜨개질 잘하는 동네 어른 집을 찾아가며 뜨개질을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내 옷을 뜨기도 하고 가족 옷을 뜨기도 했다.


그렇게 뜨개질을 좀 하다 보니 어린아이인데도 손가락 관절이 아파오는 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한 땀 한 땀 뜨개질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래도 내가 뜬 것이든 남이 뜬 것이든 뜨개질로 완성된 옷이며 소품을 볼 때마다 마음이 끌렸고

언젠가부터는 뜨개용 실이나 뜨개질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부산진시장에 가서 그때는 거의 일본어로 되어 있던 뜨개질책을 사서 혼자서

머리로만 옷을 뜨곤 했다. 뜨개질책에서 예쁜 작품을 보고 혼자 상상하다가 책을 덮으면서

마치 내가 그 작품을 뜬 것만 같은 이상한 만족감을 느끼곤 했다.


대학도 의류학을 전공했다. 원래 지망했던 학과는 아니지만 다니게 됐고 그 시절의 나는

의상과 관련된 직업에 관심이 없었기에 다른 공부를 했고 의상과는 관계없는 직업을 가졌다.

그럼에도 또 부산진시장을 다니며 일본어로 된 옷책을 꽤 샀다. 학생일 때는

치마며 코트를 만들어 입기도 했다.


그런데 인생이 참 신기하기도 하지.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인형박물관에서 일하면서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즐길만한 헝겊인형 체험을 시작했다. 원래 인형도 인형 옷도

관람객이 직접 바느질을 하는 체험이었다.


하지만 인형체험을 하고 싶은데 바느질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을 겪으며

바느질을 해놓는 게 낫겠다 싶었다. 처음엔 손바느질로 틈틈이 만들어 두었는데

헝겊인형 단체 체험을 하기도 하면서 재봉틀로 헝겊인형과 헝겊인형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재봉틀이 조금씩 손에 익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메시와 감자 옷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어디선가 강아지와 보호자 옷본을 판매하길래 샀고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다.

옷본이 있으니 옷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다.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감자 보호자용 옷도 만들어 봤다. 옷본을 오리고 천에 대고 천을 오리고 바느질을 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빨리 완성됐다. 목과 소매 부분 바느질 완성도는 좀 아쉽지만.


이제 곧 내 옷을 만들 차례다. 그런데 욕심이 좀 낫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알고리즘에 옷 만들기 책광고가 떴다.

기본적인 옷과 원피스, 바지 등을 만들 수 있었고 실물 사이즈 옷본도 제공되는데

48% 할인을 한다는 것이 아닌가.


요 몇 년 옷을 사면서 옷이 너무 빨리 망가지는 게 아쉬웠었다.

옷을 1~2년용으로 만드는 건지 오히려 옛날 옷은 오래 입는데 요즘 옷은 옷감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잖아도 예쁜 천을 사서 옷을 만들어 입어볼까 하는 생각은 있었다.


새로 산 책의 옷 디자인들을 보고 또 옷본을 만지작 거리며

나는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옷들을 벌써 여러 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릴 때처럼 머리로만 옷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내 옷을 직접 만들어 입으려 한다.

1년에 몇 벌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한 벌 한 벌 천을 고르고 오리고 바느질하는 걸 즐기면서

조금 삐뚤빼뚤하고 뭔가 엉성하더라도

빨리 망가지지 않는, 내 시간과 애정이 담긴 옷을 가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