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옷은 메시와의 개플룩

by Jino

내 손으로 만든 첫 옷은 메시와의 개플룩이다. 요즘 나의 생활 패턴과 관심사로 보면 당연한 일이다.

메시 덕분에 나는 -겨우 장난감 하나 떠주었을 뿐이지만- 오랫동안 손놓았던 뜨개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고

(시작할 땐 뜨개로 된 집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말이다)

와디즈 펀딩 사이트에서 개플룩 옷본 판매하는 걸 보고 1년 전인가 개플룩 입고 싶단 로망에 무작정 사두었던 것이다.


내 무의식의 흐름은 집에 옷본을 언제 쓸까 생각하고 있다가 -메시와 감자가 같은 옷 입은 걸 몇 번 보니 그게 너무 예뻐서-

나도 메시랑 함께 옷 입어야지 생각했고-아, 집에 옷본이 있지 떠올렸고-인형 옷도 만드는데 우리 옷도 만들어봐?

-재밌겠다, 너무 재밌겠다-에 이르렀고 마침 박물관에는 몇 년이나 굴러다니던 내 맘에 쏙 드는 천을 찾았다.


소매까지 하기에는 천이 모자라기도 했고 천 자체는 예쁘지만 이 천으로 소매까지 하면 답답해 보일 것 같아서

하늘하늘 레이스 천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2xl 사이즈 메시 옷을 먼저 만들었다. 레이스 옷차림 거의 안 하는 메시지만 이 천과 레이스의 조화는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다.

뭐랄까 캐주얼해 보이면서 드레시한 느낌도 있어서 평소에 입기에도(지렁이 댄스는 자제 요망 ㅎ) 아니면

그럴 일은 별로 없어도 살짝 차려입는 느낌 줄 때도 좋아 보였다.


사람 옷은 조금은 긴장됐다. 감자네 개플룩을 먼저 만들어 줬는데 역시나 소매와 목 부위가 조금 까다로웠다.

감자네 개플룩은 토끼 무늬가 있는 핑크빛 천으로 만들었다. 원래는 인형 옷을 만들려고 사둔 천이었는데

인형 옷 하기에는 토끼 무늬가 너무 커서 사용하지 않던 것을 활용해 만들었다.


신축성은 없던 천이어서 입기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감자와 감자 언니가 입으니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빨리 나와 메시 옷도 만들고 싶어졌다.


간단한 디자인이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간단하다고 해도 옷본을 오리고

천에 대고 재단을 해야 하고 또 어깨며 옆선, 소매를 이어야 하고 실밥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들이 있으니 뚝딱 끝낼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기도 하지?

그 과정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옷을 다 만들면 어떤 느낌일까? 메시랑 함께 입는 느낌은 또 어떨까?

이런 상상을 하고 있으려니 옷 안 만들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시간이 아까운 생각까지 들었다.


박물관 일도 더 바빠졌다. 5월부터 당장 전시회를 시작해야 해서 준비할 일이 많았다.

그런데 이 바쁜 와중에도 옷을 만들고 싶은 열정이 솟구쳐 올랐다. 어느새 옷 만드는 건 일이 아니라 놀이처럼 느껴졌다.

‘이 일 다 끝내고 빨리 옷 만들어야지’ 생각이 들면서 나는 마치 사탕 마려운 아이같이 옷을 만드는 시간이 마려웠다.


어제 드디어 완성됐다. 소매가 진동둘레보다 더 길어져서 둘의 길이를 꿰어 맞추느라 시간이 조금 더 들긴 했지만

어깨 붙이고 옆선 붙이고 목둘레 정리하고 소매 끝단 정리하고 옷 밑단 정리하고 똬악 완성!


집에서 메시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같이 사진 찍을 때면 도망도 곧잘 가는 메시가 어제는 많이 협조해 줬다.

카메라는 끝내 보지 않아서 도촬처럼 찍은 샷도 있다^^.


메시야, 우리 조금 더 따뜻해지면 이 옷 함께 입고 꽃길 산책 가자~.


어느새 내 책상에는 다음에 만들 메시와 감자의 커플룩을 위한 천과 내 원피스를 만들 천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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