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 인형으로 통통(通通)>
박물관에서 한 해 진행할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것은 가슴 설레면서도 골치깨나 아픈 일이다.
일단 참신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 줄만한 내용이어야 하고 또 이 내용을 잘 소화해 줄 강사가 있어야 한다. 새롭고 흥미로운 프로그램 구성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박물관의 전시물, 인형을 가지고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하기에 이런 저런 문화 프로그램들을 항상 눈여겨 보며 고민하는 편이다. 사실 인형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이 크기에 고민이 더욱 깊은 측면도 있다. 인형의 말랑말랑한 정서를 어떻게 잘 살려서 사실 어떻게 해도 딱딱하기 쉬운 '교육'에 녹여낼 것인가 싶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몇 년 간의 박물관 교육을 통해서 이런저런 방향성은 보인다. 그렇게 골치가 아프면서도 꼭 하고 싶은 프로그램 역시 생겨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인형을 활용해 교육을 하는 방식을 가족과의 대화에 접목시켜 보면 어떨까 싶었다.
올해 나름 공을 들여 준비한 <2020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인형으로 통통(通通)>을 소개한다.
코로나 19 상황으로 수업 시간이 계속 들쭉날쭉이 되어 속상하지만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인형 활용 교육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생활 속에서 인형을 통해 아이들에게 많은 교육을 해왔다. 주식인 옥수수를 먹고 난 뒤에는 그 껍질을 버리지 않고 인형으로 만들었다. 특이하게도 얼굴이 없는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었다. 얼굴이 없는 옥수수껍질 인형을 통해 아이들에게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차별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그런가 하면 호피족은 집집마다 카치나(Kachina)라는 인형을 놔두었다. 카치나는 호피족이 마을에서 생활을 시작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일종의 수호신인 셈인데 호피족 곁을 지키던 수호신들이 다 떠나고 인형으로 그 형상만 남겨 놓은 것이다. 카치나 인형은 집에 그저 놔둘 뿐이다. 호피 족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이 카치나 인형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 말 한 번, 행동 한 번에도 카치나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피족 아이들은 이 카치나를 의식하면서 자라난다. 생활 속에서 흔히 생겨날 법한 유혹과 갈등, 어쩌면 그것은 사소한 데서부터 시작됐으리라.
“이건 내 것이 아닌데 가져가도 모르겠지?”“친구가 얄미운데 한 대 때려줄까?”
이런 마음을 먹다가도 카치나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어느새 마음을 다잡고 이런 유혹들을 뿌리치게 된다. 카치나는 그렇게 아이들 곁에 있는 것만으로 훌륭한 인생의 어른이자 스승 역할을 했다.
과테말라 지역에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걱정인형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
평소에 아이에게 인형을 준다. “자, 너의 걱정을 이 인형에게 말하렴. 그럼 네 걱정을 가져가 줄 거야. 너는 아무 걱정 없이 그냥 편안히 잠을 자면 된단다.”
걱정인형은 어쩌면 부모가 부리는 마술에 가깝다. 어린아이의 새끼손가락 크기 정도인 작디작은 나뭇가지에 천, 혹은 실을 돌돌 말아 만든 이 인형은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맙고 든든한 밤의 수호자가 된다.
세계인형박물관에 있으면서 만나게 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인형은, 아이에게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호소력 있는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였고 이 방식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인형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기능은, 생각보다 많고 그 역할도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부모들이 아이에게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고 말로 가르치는 장면과 옥수수 인형을 앞에 두고 “이 인형에는 왜 얼굴이 없을 것 같아? 눈, 코, 입이 어떤 모양이더라도 다 소중한 사람이라서 그렇단다.” 라는 말을 해주는 것의 효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인형을 흔히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사람들 곁에 머문 역사는 생각보다 무척 오래 되었으며 사람들 옆에서 해온 역할이 의외로 많다. <인형으로 통통(通通)> 은 그 중에서도 인형이 가진 친근함과 소통의 역할에 힘입어 준비된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에게 친근한 인형을 통해 내가 평소에 가족이나 친구에게 할 수 없었던 속내를 털어보면 어떨까?”
인형의 힘을 빌어, 행복한 하루 하루 만들기, 그래서 그 하루하루가 쌓여 행복하게 살기.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이를 진행해 줄 선생님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어쩌면 믿을 만한 두 분의 선생님이 계셨기에 이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었다. 두 분 모두 인형박물관을 찾은 인연으로 인형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두 분이다. 고현희 공감대화센터장과 가꾸미 선생님. <인형으로 통통(通通)>의 아이디어를 전하고 수업을 함께 진행하면 어떨까 여쭸더니 두 분 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세계인형박물관에서 두 선생님과 수업을 도와주실 손민원, 박미경 선생님까지 함께 만나 프로그램 방향을 논의하고 수업 내용을 확정했다. 어떤 인형을 만들면 좋을까, 공감 대화의 의미를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에 대해 서로의 입장에서 의견을 조율했다.
초등학생 및 청소년과 그 가족으로 참여 범위를 정하고 1기에 5회 수업, 그리고 모두 6기로 진행하기로 했다.
첫 회에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세계 여러 나라 인형에 대한 소개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내 감정을 나타내는 인형을 만들게 된다. 인형은 동글동글한 목각 재료를 기본으로 하고 실로 머리카락을 만들어 붙인다. 인형을 처음 만들어 보는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준비했다.
2회차 수업에서는 공감대화에 대해 알아본다. 고현희 공감대화센터장님이 공감대화가 무엇인지, 특히 가족끼리 공감대화를 나누는 기술적인 방법까지 세세히 알려주신다. 수업이 끝나갈 때면 다음 수업 준비를 하게 된다. 3회차 수업에서는 인형을 만들게 되는데 그전에 가족 상황극 시놉시스를 준비한다.
생활 속에서 흔히 생겨날 수 있는 갈등 상황을 간단한 장치와 소품을 활용해 만든 뒤 인형극을 준비하게 된다.
4회차는 3회에 만든 인형들을 가지고 참여 가족 단위로 상황극 리허설을 펼친다. 이 리허설에서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고현희 선생님이 리허설 중 나누는 가족들의 대화를 공감대화 측면에서 세세하게 짚는다.
마지막회인 5회차는 가족들의 상황극 공연을 펼치면서 마무리된다. 상황극 리허설과 공연은 가족 간의 평범한 대화가 공감 대화로 변해가는 과정이 되어가기를 기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인형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가족간 대화가 어땠는지를 돌아보고 어쩌면 아주 작고 사소한 표현의 차이로 보다 행복하고 따뜻한 관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열정 넘치시는 두 선생님의 수업 준비가 흥미롭고도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공감대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공감대화는 마샬 로젠버그의 저서 ‘비폭력대화’를 의역한 말입니다. 공감대화는 소통할 수 있는 말하는 법칙을 알려주며, 이 법칙은 말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소통할 수 있는 단어까지도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공감대화를 하면 소통이 일상이 되며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언어의 습관을 멈추고 공감대화의 법칙을 꾸준히 연습하면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인형이 공감대화에 도움이 될까요?
인형은 그 모양이 어떠한지에 상관없이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감대화를 하는 것이 어색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다면 인형이 변화의 문을 여는 탁월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번 수업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인형을 통하여 공감대화를 체험하여 실생활에서 자신의 말을, 의식을, 습관을 돌아볼 수 있고 나아가 긍정의 변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2회 수업을 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인형에 몰입하는 수강생들을 보면서 인형이라는 매개체의 힘을 보고 놀랐으며, 가족이 함께하는 공감대화 수업에서 가족의 소통 방법의 서툰 점들이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인형으로 통통‘ 프로그램을 통한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 절실해졌습니다.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은 뭐가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과 시간이고, 추가 한다면 자신의 말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온다면 좋겠습니다.
-인형과 어떤 인연이 있으신지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와 인형 만들기를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멀쩡한 베개를 뜯어서 천과 솜으로 커다란 인형을 만들 정도로 인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엄마한테 종종 혼나기도 했지요. 대학생 때에도 인형 만들기는 취미 생활로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꾸준히 인형을 만들다 보니,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나무를 조각하여 만드는 목각인형에 푹 빠져 있습니다.
-<인형으로 통통> 에서는 어떤 인형을 만드나요?
공감 대화를 배우는 데 있어서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 인형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인형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바뀔 수 있는 두 가지의 얼굴 표정을 한 인형에 표현해 보았습니다.
또한 소장하거나 전시해 놓기 좋고 손쉽게 조립하여 만들고 표현할 수 있도록 나무 재료를 사용하였습니다.
-인형에 표정을 그리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도움을 주시나요?
그림에 대해 막연하게 어려워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표정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표정 가이드를 보면서 따라 그리거나 그리고 싶은 표정을 서로 지어 보이며 그려봅니다.
간혹 너무 어려워하는 분들은 그리는 포인트를 살짝 지도해 드리기도 합니다.
-인형이 공감대화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공감대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배우는 것과 함께 실전으로 연습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극처럼 직접 자신이 연기할 수도 있지만, 인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연기를 하다보면 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 연습을 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가족이 함께 인형으로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수업을 진행해 보신 소감은 어떠세요?
구성원의 연령이 다양하다 보니 만들기의 난이도가 잘 맞을지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즐겁게 만드시고, 만드는 중에 자연스레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가 풍성해지는 것을 보니 흐뭇하고 즐거웠습니다.
------------------------------------------------------------------------------------------------------------------------
세계인형박물관의 <인형으로 통통(通通)>프로그램은 K-TV에 소개되기도 했다.
❏ 일 정 : 2020년 5월 ~ 12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1기 5회 수업 * 6기)
1기 : 5월 9일~ 6월 6일
2기 : 7월 4일~8월 1일
3기 : 8월 8일 ~9월 5일
4기 :9월12일~10월 10일
5기 : 10월 17일~11월14일
6기 : 11월 21일 ~12월 19일
❏ 내 용 : 1회 내 마음을 나타내는 인형 만들기 (2시간)
2회 공감대화에 대해 알아보기 (2시간)
3회 인형을 활용한 대화 상황극 구성 (2시간)
4회 공감대화 인형 상황극 리허설 (2시간)
5회 가족별 상황극 공연(2시간)
❏ 신 청 : 전화(031-947-2575) 예약, 홈페이지 (www.worlddoll.net) 예약
❏ 장 소 : 세계인형박물관 2층 체험실
❏ 참 가 비 : 1인 1만원(5회 입장료)
❏ 대 상 : 초, 중, 고등학생과 가족
❏ 참가문의 : 전화 031-947-2575 /
email : igeoreport@gmail.com
홈페이지 게시판 www.worlddol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