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출근길이었다.
박물관 건물 위쪽에서 계속해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짹짹짹' 같기도 하고 '찍 찍 찍' 같기도 했던 그 소리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파주에 와서 많은 낯설고도 다양한 새소리를 들어온 터여서 처음엔 새소리인 줄 알았다.
계속 들려온 그 소리는 그러나 다른 새소리보다는 조금 컸다.
어렴풋하게 아기 고양이 우는 소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양이 소리라기에는 작고 가늘었으나 왠지 어미를 찾는 아기 고양이 소리만 같았다.
눈에 띄는 특별한 게 없어서 소리를 따라갔다.
소리의 진원지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 쪽이었다.
주인집에서 종이박스며 눈삽 등을 쌓아둔 속에서 가늘고 힘은 없지만, 한순간도 멈추지 않은 채 아마도 어미 고양이에게 구조신호를 보내는 듯한 소리가 가까워졌다.
분명 고양이인데 너무 작은 덩치는, 고양이라기보다 쥐에 가까웠다.
내가 지금껏 봐온 고양이중 가장 작아서 세상에 나온 지 며칠 정도밖에 안되어 보이는 이 아이는 구석으로 구석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가고 싶은 데 길을 못 찾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뒷걸음치면 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해줬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막혀있는 앞쪽으로 앞쪽으로만 향할 뿐이었다. 마치 엄마 품에 파고드는 아기 같았지만, 엄마는 없었고 단단한 시멘트 벽만 아기 고양이 앞을 가로막았을 뿐이었다.
다행히 아직 기운은 있는지 우는 소리가 커서 이 정도면 엄마 고양이가 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낮시간.
요즘은 이 부근에 나타나지 않는 산초의 딸 고양이가 야옹야옹거렸다.
아기 고양이와 같은 색의 털과 무늬. 한눈에 봐도 이 고양이의 새끼인가 보다 싶었다.
사람을 무서워해 가까이 온 적은 거의 없었는데 그날따라 내게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박물관에서 매일 조금씩 놔두는 사료를 가끔 먹는 정도가 박물관 부근 고양이들과 우리 사이였는데 이날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를 빤히 보더니 마치 따라오라는 듯 나를 보며 앞서갔다. 새끼 고양이가 있는 부근까지 나를 데려갔다.
그러고는 내가 자기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으니 자기 소임은 끝났다는 듯 총총히 옥상으로 가버렸다.
우리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이 아기 고양이가 누구의 아이인 줄 알아챘을 뿐이었다.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었다. 어미 고양이가 데려가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인가.
어찌해야 할지를 모른 채 낮시간을 보내고 퇴근할 때가 되니 슬슬 걱정이 되었다.
아기 고양이가 저기서 혼자 있으면 밤새 괜찮을까. 어미 고양이는 저 아이를 못 데려가는 것일까, 안 데려가는 것일까. 아무튼 비도 꽤 쏟아져 기온이 높다곤 해도 아기 고양이에게는 추울 것이고 먹을 것도 마땅치 않다. 어찌해야 할까.
마침 아기 고양이가 있는 곳은 주인집 바로 앞. 무엇을 치우려고 해도 내가 감히 손대기도 어려웠다.
나는 주인집 언니에게 전화했다. 다행히 집에 계셨다. 내가 작은 상자에 헌 옷가지를 깔아 준비했다. 고양이를 제대로 만지지도 못하는 우리 두 사람은 어떻게 아기 고양이를 안아 올려 상자에 넣었다. 박물관에 있는 사료를 너른 일회용 접시에 담아 넣었더니 핥듯이 먹기는 했다.
일단 어미 고양이가 데려갈 수 있게 상자 안에 넣어둔 채로 하룻밤을 지내보기로 했다.
내가 퇴근해도 언니가 가끔씩 나와도 상태를 확인해 보겠다고 하셨다.
감사했다. 고양이를 그냥 두자니 맘이 쓰였는데 이렇게 귀찮은 기색 없이, 누구보다 아기 고양이를 걱정하며 함께 해주셔서.
밤 사이 어미 고양이가 당연히 데려갈 줄 알았다.
다음날은 내가 출근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할 일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동물병원에서 일한 적 있는, 지완이가 박물관을 하루 맡아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에 온 지완이는 아기 먹을 걸 사야겠다며 꽤 먼 거리를 걸어가 가루분유와 젖병을 사 와서 먹이고 박물관 카운터 아래에 아기 고양이를 데려가 보살폈다.
주인집 언니나 나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데 아기 고양이의 몸에 진드기 두 마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사진으로 보내준 진드기는 아기 고양이 몸에 비해 꽤 커서 고양이가 꽤 괴로웠을 것이라는 걸 짐작케 했다.
지완이는 하루 종일 박물관 일보다는 아기 고양이 이야기만 전하더니 퇴근하고 동물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진드기는 두 마리가 더 발견됐다. 무려 네 마리의 진드기가 아기 고양이를 며칠이나 괴롭혔던 것이다. 전날 병원에 데려갈 걸 싶었다. 그랬으면 진드기가 주는 고통이 덜했을 텐데.
병원에서는 입양을 보내더라도 한 2~3주 진드기로 인한 후유증이 있는지 여부를 확실히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하룻밤 우리 집에서 머문 아기 고양이를 다시 박물관으로 데려왔다.
사무실 한편에 큰 박스를 두고 재웠다. 첫째 날, 둘째 날 너무도 작고 연약해 보였던 이 아기 고양이는 그러나 병원 다녀온 다음날부터 그 조그만 체구가 무색하게 하루 종일 뭐라 뭐라 울어대며 사무실을 휘젓고 다닌다.
그래도 고양이라고 제 몸의 몇 배 높이인 박스 정도는 훌쩍 넘어온다. 아기 상태로 발견돼 그런지 사람 품을 좋아해 계속 내 발에서 논다. 바쁠 때 계속 울어대면 어쩌나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빨리 건강한 상태로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란다.
입양 문의도 할 겸 동물 자유연대에 전화하니 아기 고양이가 건강해지면 어미 고양이가 데려갈 수도 있으니 며칠 동안은 밤 사이 키가 높은 박스에 담아 바깥에 놓아두라 한다. 며칠이 지나도 어미를 만나야겠다는 듯 먹는 일도 제쳐놓고 어미에게 신호를 보내듯 하루 종일 울어대는 이 아기 고양이, 동동이(언니가 하도 움직여댄다고 붙여준 이름이다^^)가 어미를 만나는 해피엔딩이 되길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