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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호 Nov 17. 2021

병렬(Parellel)의 미학 3

세번째 이야기. 여러개의 심장을 가진 전기 자동차

Chapter1.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시대를 열었다

  

  달리는 스포츠카의 엔진소리는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한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이 뛰는 소리에 우리 심장도 같이 반응을 한다. 그런데 요즘 스포츠카들이 이상하다. 예전처럼 우렁찬 엔진 소리 대신 마치 제트기가 날아가는 듯한 날카로운 고음의 소리를 내며 달린다. 전기모터의 세상이 왔다. 2006년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러가 처음으로 '테슬라 로드스터'가 공개될때 까지만 해도 전기차의 시대가 이렇게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테슬라는 다른 회사와 다르게 경제적이고 보급형 전기차 대신 빠르고 날렵한 스포츠카 시장에 도전을 했다. 전기 모터를 품은 자동차는 강력했다. 유명 스포츠카들을 뒤로하며 달려나가는 테슬라의 모습에 사람들은 전기자동차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전기 모터는 동작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최대에 가까운 출력을 낼 수 있어서 초반 가속도가 매우 좋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최대속도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낮은 편이다.) 단순히 구동방법을 엔진에서 모터로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해야 전기 자동차 만의 장점을 살리고 기름을 태워 달리는 내연기관의 아성을 무너트릴 수 있을지 고민한 테슬라는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

테슬라 로드스터 1세대

Chapter2. 전기자동차, 플랫폼부터 만들어볼까?


자동차는 저렴하다. 규모의 경제

  자동차는 매우 값싸게 만들어 진다. 의아해 할 수 있다. 아무리 저렴한 자동차를 고른다고 해도 기본 천만원 단위에서 시작하는 자동차를 어떻게 싸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자동차의 부품을 모두 분해해 보고 하나하나 만드는 비용을 따져본다면 이내 자동차 회사들이 얼마나 많이 대량생산의 정점에 올라와 있는지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똑같은 제품은 많이 만들수록 저렴해 진다. 현대 대량생산이 이야기 하는 규모의 경제다. 바퀴만 딱 집어서 보자. 바퀴의 중심에는 보통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휠이 있고 여기에 고무 타이어를 끼워서 사용한다. 바퀴를 1개 만든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알루미늄을 열심히 깎고 다듬어서 휠을 만들어야 한다. 타이어는 타이어 회사에 가서 하나를 사와서 끼워야 한다. 아마 1개만 사는 것이기 때문에 할인을 해줄 것 같지는 않다. 만약 우리가 바퀴를 10개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알루미늄을 깎는 과정은 10개를 만들다 보면 익숙해 지고 들어가는 시간도 짧아질 것이다. 타이어도 10개를 한번에 산다면 아마 조금의 할인은 가능할 것 이다. 자 이제 규모를 많이 늘려보자. 국내 현대자동차가 쏘나타 모델을 2010년 약 50만대를 판매했다. 그렇다면 바퀴는 200만개가 들어간 것이다. 200만개의 알루미늄을 휠을 만든다고 하면 깎는게 아니라 알루미늄을 녹여서 찍어낼 수 있는 틀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면 가격은 훨씬 저렴해 진다. 타이어는? 타이어 회사에 가서 "바퀴 200만개를 사고싶습니다" 라고 말하는 상상을 해보자.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자동차 플랫폼

  자동차는 규모의 경제로 돌아가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자동차 회사는 수없이 많은 고민을 통해 전체적인 원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대표적으로 생산 과정을 단순화 하고 부품을 개선하여 원가를 낮춘다. 더 나아가 플랫폼을 개발한다. 플랫폼은 자동차의 핵심 구동 부분을 모아서 만든 기본 뼈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렸을때 미니카를 가지고 놀아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터, 베터리, 바퀴 등 구동에 필요한 부품들은 모두 모아 뻐대를 만들어 두고 위에 샷시를 바꾸어 외관을 바꾸는 것이다. 자동차도 비슷한 플랫폼이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 3세대 플랫폼의 경우  소나타, K5, 투싼, 스포티지, 쏘렌토 등 기아자동차 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제품들이 공통의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N3 플랫폼) 여기에 각 제품에 맞는 엔진 스펙, 바퀴 스펙등을 정하여 제품으로 제작한다.  이렇게 여러가지 제품에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에 뛰어난 플랫폼을 제작하는 일은 자동차 회사의 가장 핵심 목표 중 하나다. 그렇다면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자동차의 플랫폼은 어떻게 다를까?


자동차 플랫폼, 이제는 전기로 간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기름을 태워 순간적인 폭발력을 모아 움직인다. 이를 위해 수많은 과정들이 필요하다. (연료를 처장하고, 분사하고, 스파크를 일으키고, 밖에서 산소를 들고오고, 폭발한 힘을 회전하는 힘으로 바꾸고, 이를 바퀴로 전달하고, 발생한 가스는 깨끗하게 걸러서 배출하고, 뜨거워진 엔진은 공기로 식혀주고...)  이에반해 전기자동차는 필요한 과정이 현저하게 작아진다. 베터리를 충전하고. 충전된 에너지로 모터를 돌리면 된다. 물론 디테일한 기술적인 부분들을 보면 복잡한 부분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필요한 부품과 과정을 보자면 상대적으로 간단한 시스템이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동차 내부 구조 설계를 유리하게 한다. 많은 공간이 비워지게 되고 전체적인 설계과 디자인에 있어서 더욱 높은 자유도를 준다. 아래는 전기 자동차 플랫폼 (현대자동차 E-GMP)이다. 외관만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운데 넓은 부분이 베터리이며 양쪽에 모터와 기타 조향장치가 있다. 이러한 플랫폼 위에 다양한 장치를 얹음으로 세단, 트럭, SUV등 다양한 형태의 전기 자동차를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전기차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무게가 무거운 베터리가 중앙 아래에 위치함으로 전체적인 무게 중심도 아래로 낮추어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또한 전기 자동차 플렛폼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장점들을 자동차 회사들은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병렬의 미학을 찾아본다.

현대자동차 E-GMP 플랫폼


Chapter3. 병렬의 미학. 여러개의 모터가 움직인다.   


모터의 병렬화, 대량 생산의 가속화

  연료를 폭발시켜 그 힘으로 바퀴를 돌리기 까지 많은 단계들이 필요한 만큼 내연기관은 그 과정에 수많은 부품들이 사용된다. 이에 반해 전기자동차 플랫폼은 베터리와 모터라는 단순한 구조적 특성상 부품의 수가 극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전기자동차에서도 몇개의 모터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이 구성되는데 가장 전기자동차의 이점을 잘 살리며 이상적인 전기자동차 플랫폼이라 말할 수 있는 형태는 각 바퀴에 모터가 하나씩 장착된 형태일 것이다. 이렇게 구성할 경우 각 바퀴의 속도, 방향을 모두 제어할 수 있으며 차동 기어와 같은 복잡한 형태의 구동부도 필요가 없게 된다. 차동 기어는 자동차 좌우 바퀴가 다른 속도로 돌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아래 그림과 같이 자동차가 코너를 회전할 때 안쪽 바퀴는 바깥쪽 바퀴보다 적게 돌아야 한다. 달리기를 할때도 안쪽으로 돌면 거리가 더 짧은 것 처럼 안쪽 바퀴가 더 느리게 회전을 해야 양쪽의 균형이 맞게 된다. 이러한 구동을 위해 차동 기어가 발명되었는데 각 바퀴별로 모터가 장착될 경우 방향에 따라 회전수를 제어해 주면 된다. 또한 엔진과 모터가 하나일 경우 여러개의 바퀴로 회전력을 물리적으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축과 연결 기어들이 장착되게 되는데 각 바퀴별로 모터를 설치할 경우 이러한 부품들이 생략된다. 이러한 방향은 전체적인 재료 원가와 조립비용의 감소로도 이어진다. 바퀴와 모터의 조합이 하나의 모듈화 되고 동일한 부품을 여러번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대량생산의 기본 개념은 동일한 부품을 많은 수량 제작하여 하나의 단가를 낮추고 생산의 능률을 높이는 것이다. 모터를 병렬화 하여 각 바퀴별 모터를 설치하는 형태는 이러한 대량생산의 기본 개념에 쉽게 부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의 새로운 움직임. 제자리에서 돌아볼까요?

  각 바퀴별로 모터가 설치된 병렬 형태의 전기자동차는 새로운 움직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제까지 일반적으로 접한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모든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한다. 자동차가 움직이는데 힘을 주는 바퀴들은 모두 하나의 엔진에 연결되어 같은 방향으로 회전할 수 밖에 없다. 뒷바퀴 굴림 자동차의 경우 두개의 뒷바퀴가 앞으로 가는 힘을 주고 앞에 바퀴 두개는 좌우로 회전하며 방향을 정하게 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모든 바퀴가 하나의 방향으로 회전을 한다. 하지만 모든 바퀴가 각각 별도의 모터에 연결되어 있다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게된다. 얼핏 생각하면 이게 왜 필요하지? 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아래의 트럭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당장 구매욕을 자극시키는 자동차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 리비안에서 제작한 R1T 전기트럭이다. 각 바퀴에 모터가 장착된 형태로 좌우 바퀴의 회전 방향을 다르게 하여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이른바 "탱크턴"의 모션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험악한 오프로드 상황이나 협소한 장소에서의 주행에 매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바퀴의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은 험로를 주행할때 각 바퀴에 필요한 만큼의 힘을 그때그때 주어 웅덩이에 빠지거나 바퀴하나가 걸렸을때 다른 바퀴에 힘을 주어 빠져나오는 등의 제어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점은 모두 병렬화된 모터가 주는 새로운 움직임이다.


리비안 트럭 탱크턴 모션


다같이 모여라. 자동차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

  이제까지는 하나의 자동차에 여러개의 병렬 모터를 설치하여 새로운 기능성을 부여한 사례를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는 여러개의 병렬 자동차를 이용하여 물류 시스템을 혁신하고자 하는 현대자동차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1년 9월 킨텍스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소개된 본 시스템은 여러개의 e-Bogie라 불리는 자동차 모듈이 위에 트레일어를 얹어 이동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각각의 e-Bogie는 독립적인 운동을 할 수 있어 앞뒤로 매우 긴 형태의 트레일러를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다. 대표적인 움직임을 보면 먼저 아래의 로터리 회전 운동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트레일러를 앞에서 자동차로 끌어서 이동할 경우 본 로터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운전자의 스킬이 필요로 한다. 하지만 e-Bogie 2대를 사용하여 트레일러를 이송할 경우 아래와 같이 앞뒤에서 적당한 각도로 회전을 해주면 긴 트레일러를 쉽게 이송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e-Bogie 움직임1

  여러개의 e-Bogie가 아래와 같이 트레일러를 나누어 각각 목적지로 이동 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자동차 역할을 하면서 여러대가 함께 모였을 경우에는 마치 커다란 트럭이 움직이는 것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e-Bogie 움직임2


  전기자동차의 시대가 열리며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 가고 있다. 베터리와 모터라는 간단한 구조를 기반으로 다양한 엔지니어링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고 수많은 시도 중 병렬이라는 기본적인 디자인 컨셉을 가진 사례들을 소개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현대자동차의 물류 시스템은 이러한 엔지니어링의 근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자동차로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군집을 이루며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는 병렬 자동차. 전기차의 미래에 자주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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