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의 페이가 나올것 같습니다.
제 글을 도용하여 유튜브로 수익창출 중인 분을 발견하여, 살면서 처음으로 고소장을 다 써봤습니다. 불펌은 엄격히 금지하며, 콘텐츠 사용을 희망하시는 분은 fintechmaker@gmail.com로 연락 바랍니다.
졸린 엊그제 오후, 제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가 손을 잡는다는 거였죠. 최근 3년간 본 모든 금융/핀테크 관련 기사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이거는.. 뭐랄까 독수리랑 사자랑 손을 잡는 느낌이랄까요. 각자 자기 동네 짱 먹고 있던 사업자들이 반대편 영역으로 크로스하겠다는 건데요.
굳이 손 잡을 이유가 없는데 대체 왜? 뭘 주고 뭘 얻으려고?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군요.
일단 기사 주요 내용을 공유합니다. 아마 똑같은 보도자료 보고 받아쓰기 했을 터라 여러 언론들이 거의 동일한 내용이더라고요.
- 2023년 2월 20일 두 회사가 모바일 결제 경험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 체결
- 결제와 월렛(wallet) 부문에서 협업시작, 보다 편리한 디지털라이프를 위해 지속협력 약속
- 삼페 사용자는 55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한 네이버페이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통한 온라인 간편결제 이용 가능
- 네페 사용자는 삼페 MST 방식으로 오프라인 결제 이용가능
- 양사는 상반기 중으로 되도록 빠르게 협력진행 예정
- 네이버파이낸셜 박상진 대표 “삼성전자와의 협력으로 3,150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이 삼성페이를 통해 전국 대부분의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편리한 사용성과 혜택을 온라인과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됐다”
-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월렛팀장 한지니 부사장 “네이버페이와의 협업을 통해 삼성페이 사용자들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편리한 모바일 결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됐다”
MST결제란? : Magnetic Stripe Transmisson 삼성페이 결제방식을 말합니다. 기존의 결제단말기를 그대로 쓸 수 있기에 국내에서 100% 호환성을 자랑합니다. 삼성이 특허를 가지고 있어 삼성폰에서만 사용가능합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여기에 국내 언론들은 특유의 자극적 제목 붙이기에 나섭니다. 애플페이 때문에 이러는 거라는 해석이죠.
어디까지가 맞는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사실 확실하게 보려면 고객 UX가 어떻게 변하는지가 관건입니다만, (제 뇌피셜 기반으로) 이번 제휴의 의미와 양사의 속셈을 따져보고자 합니다.
관전포인트 1. 이러면 뭐가 어떻게 바뀌는 것인가?
단순히 텍스트로 쓰여 있었지만, 좀 더 명확히 해 보자면 이렇게 될 겁니다.
<네이버페이의 삼성페이방식 오프라인결제 UX 예상>
(1) 오프라인 매장에서 네이버페이 앱을 켬
(2) 카드선택, MST 결제 (삼성페이식 결제)
(3) 아마도,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
체리피커들은 이미 잘 쓰고 있지만, 지금도 삼성페이의 MST 결제는 삼성페이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페이코, KB Pay, 신한 플레이, 하나카드앱에서 지금도 삼성페이 방식의 결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페이코는 자사 앱을 켜고 삼성페이 방식으로 하는 모든 결제에 대해 결제액의 1%를 추가로 얹어주기까지 했습니다. 과도한 비용 때문에 최근에는 랜덤 포인트 지급으로 바뀌었습니다만 삼성폰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페이코로 결제하는 게 이득이었죠.
하지만 주변사람들 사례를 볼때, 이용률은 높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잘 몰랐거든요.
그러나 네이버페이가 한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 겁니다. 22년 6월 말 기준 네이버페이는 월 사용액이 4조 원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용자수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절대다수의 네이버 사용자가 네이버페이도 사용하고 있음을 볼 때, 페이코나 KB카드, 신한카드 사용자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에게 삼성페이 기반의 결제를 열어주고 포인트까지 얹어준다면, 사실 안 쓸 이유가 없게 됩니다. 보통 삼성페이 결제는 '앱을 별도로 켜야 하는 것' 이 가장 큰 허들인데요. 네이버페이 가입자가 많은 점, 그리고 포인트를 줄 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허들을 잘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페이의 네이버페이 가맹점 온라인 결제>
아래 사진과 같은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서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발표인데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이게 뭔가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때의 최고의 장점은, 별도 가맹점에서 회원가입/로그인이 불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ID로 SSO (Single Sign On, 간편 로그인)이 되기 때문에, 고객은 그냥 결제하면 됩니다.
그런데 보도자료와 같이 협업하는 상황을 상상해 볼까요? 삼성페이 고객이 네이버페이 온라인 가맹점에 들어왔습니다. 이 고객은 네이버 ID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 ID 보유고객 : 평소에 네이버페이 결제하던 것과 동일한 상황. 굳이 삼성페이로 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음. 삼성페이 온라인 결제가 네이버페이 온라인 결제보다 엄청나게 빠르고 편리한 것도 아님. 둘 다 빠름... 그러니 네이버페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음
네이버 ID 미보유 고객 : 해당 쇼핑몰 회원으로 별도 가입을 하고 삼성페이 결제 시도 or 네이버 가입 후 결제시도 (근데 이러면 네이버 ID보유고객 결제...)
네이버페이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 결제를 받아준다는 것은 일단 이런 특이상황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물론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열심히 추가개발해서, 삼성페이 고객은 네이버 SSO처럼 구현해 줄 수도 있겠습니다만, 개발사항도 많아지고 각 가맹점과 PG 계약서도 수정해야 할 겁니다.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 못할 거라 봅니다. 즉,
'네이버페이가 가능한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엄청난 파급력이 없다는 말입니다.
관전포인트 2. 진짜로 애플페이 견제를 위한 것인가?
발표시점이 딱 이런 말 나오기 좋은 때라서 추측이 나오는 것일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협력은 애플페이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겁니다. 대항마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네이버페이 & 삼성페이는 자기 갈길 가고, 애플은 애플갈길 간다는 말이죠.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애플 아이폰에서 삼성페이 MST결제가 원래 안되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요. 그럼에도 의미가 있으려면, 대전제가 필요합니다. '삼성페이가 되는 네이버페이가 너무 쓰고 싶어서 아이폰 사용자들이 단체로 우르르 이탈하여 갤럭시를 산다' 면 대항마가 됩니다. (...) 그런데 그럴 분들은 이미 갤럭시로 넘어왔겠죠.
네이버페이는 아이폰에서도 잘 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결제는 아무 차이가 없고 QR기반으로 오프라인 결제도 됩니다. 다만 그렇게 많이 이루어지진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네이버페이는 애플페이에게 '아이폰에서의 오프라인 결제'만 넘겨주는 상황입니다. 아이폰에서의 온라인 결제도 애플이 위협적이지 않냐고요? 국내 온라인 가맹점 점유율과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통한 Lock-in효과를 생각하면, 큰 위협이 안됩니다.
삼성전자는 애플페이 견제효과를 바랐겠습니다만, 위의 대전제가 선행되지 않는 한 견제는 안될 겁니다. 다시 말해, 애플페이 견제효과는 없을 겁니다. 물론,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마케팅비를 미친 듯이 불태운다면 일시적으로는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생기겠죠. 이런 예외상황은 빼고, 현재 기준으로 생각해 본 것입니다.
관전포인트 3. 이번 제휴는 누가 더 좋은 건가? - 삼성의 입장은..
네이버에게는 압도적으로 좋은 제휴이고, 삼성전자는 실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먼저 삼성. 아마도 내부에서 삼성페이 사업의 수익성이나 전략에 대한 챌린지가 꾸준히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국내 다른 페이들에 비해, 삼성페이는 결제는 많이 일어나지만 그다음 BM이 동작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사용자들은 대부분 n개의 페이를 쓰고 있습니다. 네이버나 토스는 결제 외에도 꾸준히 쓸 서비스를 키워나가고 있지만 삼성페이는 결제하고 끝입니다. 굳이 관련 메뉴를 눌러보지 않아도 되었죠.
대신 삼성은 페이코, KB Pay 등에 오프라인 결제 솔루션을 공급하는 B2B 모델로 돈을 벌었습니다. 금액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아래 기사등을 볼 때 연단위 계약을 맺고 솔루션을 납품(?!)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참고 : https://www.etnews.com/20220126000192
그러다가 네이버페이와도 이런 제휴를 하게 된 것인데요. 국내 최대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에게 솔루션 납품을 한다는 말은, "삼성페이는 간편 결제에 기반한 종합금융플랫폼으로 확장은 안 하겠다는 선언"처럼 보입니다. (물론 네이버페이가 엄청난 금액을 지불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계약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니)
삼성페이도 잘 키운다면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다른 앱들은 초기 다운로드 시키는 것부터 엄청난 과제인데, 삼성페이는 시작부터 금수저입니다. 거기에 매일 결제할 때마다 앱이 활성화됩니다. 출혈 마케팅 끈질기게 하고, 각종 BM들 잘 붙이면서 온라인 가맹점 늘여갔다면 충분히 해 볼만했을 겁니다. 무엇보다 아빠가 그 삼성전자잖아요. 금수저가 아니라 비브라늄 수저인데, 긴 호흡으로 싸우면 충분히 해 볼만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MST 결제기능은 삼성페이 앱에서만 된다'는 전제입니다. 다른 앱에서 MST 결제가 되면 될수록 삼성페이 앱의 희소가치는 사라집니다. 삼성전자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 네이버페이에게 MST를 열어준다? 이건 그냥 솔루션 제공자로 남겠다. 난 링에 올라가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봐야 합니다.
관전포인트 4. 네이버의 입장 - 호랑이에 제트엔진을 달았...
호랑이에 제트엔진을 달면 호랑이가 숨을 못 쉴 것 같긴 합니다만.. 암튼 네이버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숙원을 풀면서 그야말로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열렸습니다.
아니 MST를 빌려가서 붙인 사업자가 처음이 아닌데 이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이게 제트엔진이라면 이미 하고 있는 페이코나 KB Pay 등은 뭐냐라고 하실 수 있죠. 그런데 네이버는 그들과 다른 점이 크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O2O (Online to Offline)와 마이데이터를 같이 하고 있는 사업자라는 점입니다.
네이버는 이미 네이버앱, 네이버페이, 네이버지도 등에서 유기적으로 O2O BM을 돌리고 있습니다. 네이버 지도에서 예약, 주문 배달등은 이미 매끄럽습니다. 이건 다 온라인 결제죠. 여기에 고객이 돌아다니면서 돈을 쓸 때마다 네이버앱을 켜고 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O2O BM)
A국밥 네이버 삼페결제(MST) 확인 -> 실시간으로 그 옆 카페 쿠폰 발송(네이버앱 Push) -> 온라인 주문 버튼 노출 (네이버앱 Push) -> 고객은 식사 후 바로 이동하여 커피
(결제내역에 기반한 고객 프로파일링)
삼성동 하이마트 120만 원 MST 결제 확인 -> 압구정 스튜디오 50만 원 MST 결제 확인 -> 결혼준비 중으로 간주 -> 네이버검색 결과에 관련광고 노출도 증대
(데이터기반 신규BM)
네이버페이 마이데이터 정보 업데이트 -> 월간 오프라인 결제내역과 대조 -> PFM(개인자산관리) 정교화 -> 대출/보험 등 필요한 금융상품 판매
잠깐 생각해도 이런 아이디어들이 쏟아집니다. 다른 사업자들은 이거 못하냐고요? 하고 싶죠. 근데 포털도 없고, 지도도 없고, 예약 Biz도 안 하는데 뭘 어떻게 연결하겠습니까.
거기다 중요한 거 하나 더, 네이버 3대장의 Push 사용율입니다. 네이버앱은 QR 체크인, 네이버 사설인증 때문에 Push 개방율이 상당합니다. 다른 사업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강점입니다.
이런 저런 BM들을 늘 생각만 하고 못했는데, 네이버는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벌려놓은 판이 있기에 아주 매끄럽게 가능할 겁니다.
마치며 : 계약의 이면을 알 순 없지만, 네이버의 다음 행보가 무섭습니다.
여기까지 제 상상 속의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당사자간 상세 계약 내용을 모릅니다. 그러니 알려진 것만 가지고 추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확한 건 실제 제품이 나와봐야 알겠죠.
네이버가 페이사업을 본격적으로 한다고 할 때부터 저는 무서웠습니다. 검색을 잡은 자가 뉴스시장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봤으니까요. 검색을 잡고 있으면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쉽게 잡을 수 있고, 이어서 온라인 결제까지 잡기 쉬울 거라 봤습니다. 당연히, 네이버페이는 시장진입 이후 무섭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은 뾰족한 수가 없었죠. 네이버든 카카오든 누구든 오프라인 결제는 난공불락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오프라인 결제시장은 매우 기형적이고 특이한 상황이거든요. 스타트업 강의에서 늘 말하는 해자 (Moat)가 수십 개가 파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신규 결제수단이 쉽게 자리 잡을 시장이 아닙니다.
삼성페이는 이를 기술특허로 해결했습니다. (WMC라는 별도 특허로) LG페이도 똑같이 했지만 폰 점유율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기에, 곧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죠. 해자를 건널 수 있는 거대한 널판자를 혼자 만들어냈던 건데요. 이제 이 널판자 위로 네이버페이가 뛰어다닐 판입니다. 오프라인 점령도 어쩌면 시간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시장에 올지 두근두근 합니다. 달콤한 네이버 포인트 뒤에 올 독점시장을 살짝 걱정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