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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의 권고사직, 어떻게 봐야 할까요?

토스는 토스고, 우리는 우리 나름의 준비를 합시다.

제가 기고하고 있는 곳 중 하나인 아웃스텐딩에서는, 종종 핀테크나 금융 이슈에 대해 제게 전화를 해서 의견을 묻곤 합니다. 사실 저보다 더 잘 아시는 경우도 많아서 굳이 왜 물어보시나 싶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의견을 드리곤 합니다. (실은 일전에 사주신 소고기가 너무 맛있었..)


그런데 어제 들어온 질문은 제가 평소 고민하던 부분과 상당히 연관이 있어서 통화 후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최근 논란이 된 토스의 권고사직이슈에 대한 것입니다.


제 브런치에서 저를 구독해 주시는 분들은 크게 두 부류의 분들입니다. IT/핀테크에 관심이 많은 분들, 그리고 회사생활 에세이 구독자 분들인데요. 이분들에게 모처럼 공통의 주제이기도 하네요. 이참에 제가 생각하는 토스 논란에 대해 정리해보려 합니다 :)


1. 토스 권고사직 이슈란?


말 그대로 토스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분들이 나타나며 화제가 된 내용입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었습니다. 블라인드의 IT기업들이 모인 게시판은 늘 토스의 기업문화가 단골메뉴입니다. 토양어선, 선릉의 등대 등 화려한 수식어가 난무합니다. 


전설의 토양어선 (출처:EO 유튜브)


일단 자세한 내용은 아래 뉴스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100135



2. 왜 이슈일까요?


제가 직장 다니면서 본 회사의 갑질, 권고사직 이슈만 해도 엄청 많습니다. 옛날 모 전자회사는 직원 월급줄 돈이 없어서 냉장고를 3대씩 줬다더라, 어디는 승진하고 싶으면 마라톤 완주가 필수더라 (거기 회장님이 대한 마라톤협회 이사였나 그랬습니다)와 같은 귀여운(?) 케이스부터,


나이 많다고 자르고 싶은데 직원이 안 나가서 책상을 화장실 앞에 뒀다더라. 나가라는데 안 나가니 일부러 왕따를 만들려고 팀원들에게 해당직원과 대화금지를 시켰다더라는 둥 악랄하고 비열한 케이스까지. 우리 노동문화도 개선할 점이 참 많았죠 (슬프게도 현재 진행형)


요즘도 이런 회사가 있을까 싶긴 합니다 (출처 : SBS)


그러니 사람들이 권고사직이라는 말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여기에 '토스'라는 점이 사실 불에 기름을 부은 게 되었는데요. 그동안 토스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워낙 '꿈의 직장', '가기만 하면 연봉 1.5배', '네카라쿠배당토의 토' 였으니 반발이 더 센 거라고 보입니다.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너희도 결국 그렇구나'라는 폄하도 있고요. 사실 토스가 그동안 외부로 홍보해 온 내용을 생각해 보면... 대중들의 이런 시선은 이해가 갑니다. 


블라인드에서는 여러 가지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오고 가고 있습니다. 토스 계열사 어디 대표가 비인간적인 대우를 했다더라.. 권고사직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더라. 노동부 조사 중이더라 등등. 

토스 뉴스는 조회수가 보장되기 때문에 기레.. 아니지 기자님들이 잘 보고 계시니 뭐 하나 나오면 언론에서 바로 보도할 겁니다. 사실여부에 대해서는 기다렸다가 평하면 될 겁니다. 



3. 권고사직의 대가


많은 사람들이 권고사직으로 인해 회사만 좋고 개인은 안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말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번 토스 건에서는 그게 더 두드러지는데요.

이러니 저러니(대외환경탓 등) 해도 권고사직은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했다는 인정입니다. 뽑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뽑았다는 채용프로세스의 부실일 수도 있고, 필요인원에 대한 예측을 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죠. 회사 경영을 잘못해서 사람을 줄여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뭐가 되었든 다 경영진과 대표의 잘못에서 비롯됩니다. 왕관의 무게가 가벼울 리 있나요. 이 부분에선 직원들의 비난은 적절하며 경영진이 감수해야 할 몫입니다. 


토스의 이번 논란으로 인해 주위에서 느껴지는 동요가 꽤 흥미롭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내 저럴 줄 알았다', '토스 함부로 가면 안 되겠구나' 등입니다. 일 잘하는 능력자를 모시고 싶은 토스에게는 이는 분명 악재입니다. 인재 쟁탈전이 치열한 IT업계에서 이런 이미지는 불리합니다. 


실제로 최근 야놀자가 전면재택을 선언했다가 폐지하면서 야놀자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이탈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은 회사가 갑인 세상이 아니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조건과 맞지 않으면 언제든 떠납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22816250446168



3. 문제의 본질은 평가


다만 저성과자에 대한 권고사직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가장 첨예하게 근로자와 사용자가 부딪히는 부분이 이 부분일 겁니다. 


아니 당연히... 직원이야 자기는 최선을 다해 일한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사용자는 주는 돈 보다 더 많은 아웃풋을 뽑으려고 합니다. 저는 대학교 1학 때 PC방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손님이 없으면 사장님은 갑자기 창틀 청소를 시키거나 마우스 볼 청소를 시켰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너 노는 꼴은 못 보겠다!"는 시그니쳐 워딩이 2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실제진짜리얼임) 시급 1,700원 주던 시절도 그랬는데 지금은 오죽할까요.


요즘 젊은이들은 못 봤을 전설의 볼마우스. 진짜 볼...입니다. (출처 미상)


'난 할 만큼 했다 vs 너 더 해라'의 논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공정한 평가와 이에 기반한 인사조치겠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공정한 평가란 일종의 유니콘과 같습니다. 상향평가, 동료평가 별별 방법이 다 나오지만 공정한 평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전국 경영학과의 인사/조직관리 교수님들이 무슨 소리냐고 역정내시겠지만, 제가 직장 다녀보니 그렇습니다. 절대평가이든, 상대평가이든 공정한 평가는 불가능합니다. 이유는, 아래 3가지 때문입니다.


1) 모두가 정량측정 가능한 업무를 하는 게 아니다.

2) 모두가 하는 업무도 다르다

3) 모두를 평가하는 자가 동일하지 않다.


회사 규모가 작을 때라면 모두를 평가하는 자가 CEO 혼자 가능하기 때문에, 최소한 동일한 잣대로 평가가 가능합니다만, 대략 50명만 넘어서도 공정한 평가는 엄마친구 아들같이 됩니다. 분명 있다고는 하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게 되는 거죠. 차라리 아침마다 양말 100켤레 주고 팔아온 순으로 고과 매기면 (정량화) 군말이 없겠습니다만..



4. 바람직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월급루팡이나 주변 동료에게 악영향만 미치는 썩은 사과 직원이 있다면 경영진은 잘라내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월급루팡 본인은 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겠죠. 회사가 자선단체도 아니고, 경영진의 고뇌(라고 읽고 빡침이라고 쓰는)도 이해는 갑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요?


제 생각에 서로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모든 부분을 입사 시부터 아주아주 명확하게 밝히고 가는 겁니다. 


ㅇ 회사의 평가방식

ㅇ 저성과자에 대한 정의, 선정방법

ㅇ 저성과자에 대한 회사의 제안 (재교육, 직무전환 등) 

ㅇ 저성과 반복 시 권고사직 기준


대기업은 그래도 취업규칙 내에 이런 내용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중소기업은 한두 줄로 두리뭉실하게 기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뽑고 연봉을 협상하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많은데, 이런 이야기까지 하긴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입사 대상자 입장에선 이건 뭐 오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란 생각도 들죠.


그런데 이런 협의가 채용과정에서 명확히 되어야 나중에 헤어질 때 깔끔합니다. 제 책에서도 강조했지만 취업해서 일을 한다는 건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개인'과 '노동력을 받고 돈을 주는 법인'의 계약일뿐입니다. 계약서는 최대한 명확하게 써야죠. 


이런 민감한 내용들에 대해 끈질기게 물어보고 이해한 후에 입사해야, 본인도 회사에 맞춰 노력을 하고, 회사 역시 직원에게 퍼포먼스를 요구하기 수월해집니다. 



마치며 : 토스를 보며 제가 생각한 건..


장점만 가득한 환상 속의 직장은 없습니다. 모든 기업에는 명과 암이 있습니다. 밝은 부분만 부각하니 어두운 부분을 우리가 망각하고 사는 거죠. 


토스가 권고사직을 남발하고, 직원을 불법적으로 마구 잘라내는 악덕기업이라면 우수인재 이탈로 결국 손해 보는 건 토스 자신이 될 겁니다. (각종 소송은 덤) 이승건 대표가 원하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계속 뛸 사람만 같이 가자는 것이죠. 끝없는 달리기에 참여할 것인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런 인재만 뽑겠다는 건 토스 마음이고, 그런 회사에 갈지 말지도 개인의 마음인거죠.


적법하게만 된다면야 사기업에 대해 누가 뭐라 할까요. 다만 입사 지원하는 개인이 줄어든다면 토스도 아차 싶어 변화해 나가겠죠. 성장통이고, 자연스러운 수요와 공급입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는 우리대로 회사에 끌려다니지 않도록 노력하는 걸 넘어서서, 늘 회사를 골라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사문화된 지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 자신을 지킬 건 우리 스스로밖엔 없습니다. 회사가 불법을 저지른다면 단호히 대처하되, 회사가 붙잡는 사람이 되어야 유리할 겁니다. 회사라는 계약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늘 우월한 사람이 되시길 바라며.. 긴 글 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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