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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붕괴가 남의 일이 아닌 이유

쟤들이 커서 곧 우리 옆에 올 테니까요. 

저는 브런치에는 핀테크, IT, 회사생활... 이런 이야기들만 주로 올립니다.

반면 정치, 사회 이야기는 안 올립니다. 

제가 이쪽에 제 생각이 없는 게 아닙니다. 할 말이 많죠. 40대 중반입니다. 헬조.. 아니지 이 훌륭한 대한민국에서 부모님 도움 없이 20년을 사회 생활하며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할 말이 없을리가요. 그래도 안 합니다. 안 해요. 2가지 이유인데요.


1) 말하는 순간 5천만 포청천들이 청룡언월도를 들고 달려든다 : 


비대면 온라인에서는 전 국민이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 병에 걸립니다. 무슨 말하면 늘 불편하고, 늘 널 밟아서 이기겠다는 사람들이 넘쳐 납니다. 장판파 만들고 상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몰려오는 키보드 워리어들과 싸워봐야 득 될 게 없습니다. 피곤하거든요.


2) 말하는 순간 파란색 당과 빨간색 당 중 선택을 강요당한다 : 


아니 무슨 매트릭스 네오도 아니고 (키아누 형님은 잘 생겼잖아요. 저는 모피어스에 가깝..)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구분을 좋아합니다. 넌 파랑당이냐 빨강당이냐를 마구 강요하죠. 그거.. 당해보면 징그럽습니다. 우리 주변에 너무 많습니다. 저는 사실 국내 모든 당을 공평하게 다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말 안 했습니다. 


아직 저는 대머리는 아닙니다만 모피어스가 남 같지 않.. (출처:마음의 소리)


그런데 요즘 들어서 돌아가는 걸 보면 다 떠나서 위기감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어쭙잖게 생각을 좀 풀어보려 합니다. 

(가족/친지/지인 중에 교육계 종사하는 분들이 많아서.. 지난 세월 간 보고 들은 게 많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최근의 교사 관련 사건들은 사회 시스템 붕괴의 신호라는 것입니다.

학교 졸업했으니 땡! 으로 치부할 수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교육현장의 붕괴는 긴 시차를 두고 우리 생활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뭐가 문제인지 찬찬히 살펴봅시다. 



1. 국민의 4대 의무 : 납세, 국방, 교육, 근로


뜬금없이 기억의 저편에 있는 단어를 끄집어 내 볼까요.

주입식 교육을 받은 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게 국민의 4대 의무입니다. 어릴 때 외우면서, 저게 무슨 의미인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시험에 나온다니까 외웠죠. 


이걸 왜 자꾸 외우게 하나 늘 불만이었는데, 나이를 먹으며 차츰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근로, 국방, 교육, 납세는 국민의 의무이기 이전에 국가라는 시스템을 받치는 기둥이었습니다. 국가에 속한 자들이 이를 안 하면 국가가 무너지거든요. 세금을 안 내거나, 나라를 안 지키거나, 교육을 안 받으면 나라가 망합니다.



2. 의무들의 공통점은 ‘하기 싫은 것’ 이란 겁니다.


4대 의무의 공통점은 강제로 시킨다는 것입니다. 군대 가고 싶어 가는 사람 없고, 초중고생들 중 일요일 저녁에 행복한 친구 별로 없습니다. 근로는 강제는 아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고요. 연말정산 때 한 푼이라도 덜 내려고 고민하는 우리입니다. 

병역과 납세는 일방적으로 털리는 느낌입니다. 교육은 그래도 좀 남는 게 있는 것 같죠? 그런데 그것도 공부를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친구나 그렇죠.


2010년부터 학교는 개판이었던 모양입니다 (출처 미상)


대부분의 학생들은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게 공부입니다. 그래서 '의무교육'이란 게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입니다. 



3. ‘하기 싫은 의무’이다 보니  강제력이 필요합니다.


하고 싶으면 ‘국민의 4대 권리’라고 했겠죠. 다들 하기 싫어하니까 ‘의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공권력이 존재합니다. 

군대는 갔다가 탈영하면 정해인 배우님이 잡으러 나오고요.(D.P)

세금 안내면 마동석 형님이 징수하러 나타납니다. 

그런데, 의무 교육이라서 싫든 좋든 해야 하는 ‘교육’은 희한하게 다르게 취급받습니다. 

교사들에게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애들을 모아두고 강제력 없이 교육하라고 강요하는 겁니다. 

(우리 애는 달라요라고 하시는 분이 있다면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랑 비슷하다고 말씀드립니다..)



4. 업무 종사자의 스트레스는 일종의 지표입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1) 체납자 때문에 국세청직원이 자살

(2) 병사 때문에 군 간부가 자살

(3) 신입직원 때문에 직장 관리자가 자살


들어보신 적 있나요? 모두 흔치 않습니다.  

이는 통제하는 자와 통제받는 자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선 이번 서이초 사건에서 보듯 심심찮게 반대의 상황이 나옵니다. 왜일까요?



5. 학생인권이 아니라 엉뚱하게 학부모 권리가 향상되었기 때문입니다. 


학생인권을 향상은 꼭 필요합니다 (저는 국민학교 졸업 세대입니다. 더 말이 필요한가요...)

그런데 지금은 학생인권보다 학부모 권리가 더 향상되었습니다. 내 새끼가 곧 ‘나’라는 부모들이 넘치죠.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선 공교육은 ‘서비스’이고, 학생(내 새끼)은 ‘고객’이라는 희한한 인식이 생긴 건데요. 중국집 배달 시키고 만두 한 개라도 더 받으려고 하듯,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받으려고 갖은 갑질이 나타납니다.


재밌는 건 학원에선 정 반대라는 겁니다. 돈은 뭉텅이로 가져다 바치면서, 공경합니다. 

내 새끼 서울대 보내주실 귀인이니까요. 


출처 : 채널 A 2023.5.15 뉴스


교사도 공무원이고 급여생활자 일 뿐입니다. 받은 만큼 일하거나 일 한만큼 받고자 하는 우리와 같습니다만.

교사라는 타이틀로 인해 페스탈로치로 빙의해서 무한 희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교사 트랙을 타는 분들은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특히 초등학교는 전문직에 속합니다. 일반대학 갔으면 좋은 직장 갔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다만 아이를 좋아하거나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했을 뿐입니다. 그 대가는 혹독하죠.



6. '교권 붕괴'와 '학폭 대두'의 타이밍이 같은 건 우연이 아닙니다.


제가 어릴 때 학폭은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왕따, 강력사건 (음주/마약/강간등)의 비중은 훨씬 더 높아졌다고 봅니다.

제가 어릴 적의 학생들은 착했고, 지금은 악해서 일까요. (과거의 저를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닌..)

겨우 한 명도 안 낳는 출산율 0.7의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는 집에서는 소황제 취급이니 부모가 무섭지 않고

나한테 때리지도, 욕하지도 못하는 바보 같은 학교 선생도 무서울 리 없으니

친구를 패건, 일진 놀이를 하건 알빠노 사회가 되는 겁니다. 


교권이 확립되어 있다면, 학폭은 상당히 차단 가능했을 겁니다. 



7.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1) 특사경 도입


우리나라는 일반 경찰과 검찰 수사관 외에 특별사법경찰이 있습니다. 범죄 드라마에나 가끔 나오지 일반인들은 잘 모릅니다. 예를 들면요.

교도소장과 교정공무원은 특별사법경찰로서 경찰권한을 갖고 교도소 내부 범죄를 단속합니다. (폐쇄된 환경)

선박의 선장도 특별사법경찰입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100명이 탄 배에서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선장과 그가 지목한 1인이 경찰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폐쇄된 환경)

산속에서 누가 방화하려 하면 산림청 소속 공무원이 경찰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폐쇄된 환경)

다양한 특사경이 일반 경찰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공권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시간과 장소가 제약된 교실도 폐쇄된 환경이 맞습니다. 몇몇 아이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다면 누군가 공권력을 써야죠. 

학교마다 특사경이 배치되어서 공권력을 빠르게 행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방식입니다. 



(2) 고객만족팀 신설


제가 경험한 통신사나 카드사 모두, 사업부서와 민원응대 부서가 엄격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사업부서가 개별 민원을 응대하기 시작하면 사업 진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또 민원응대도 전문적인 스킬이 필요한 영역이라 전문가가 하는 게 맞고요.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이렇게 발전해 왔습니다. 


보통 회사에 불만이 있어 전화하는 고객들의 패턴은 비슷한데요. 다짜고짜 높은 사람 나와! 를 시전 합니다. 

이미 교육이 서비스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는 판국이니, 서비스 민원 응대를 학교의 높은 사람이 하면 됩니다. 

경험 많은 교장, 교감님들이 나서 주시는 거죠. 특사경 권한을 가지고 활동해도 좋겠습니다. 



(3) 학교생활기록의 대학입시 영향력 강화


학생의 교내폭력, 학생 부모님의 갑질언행 등 교육을 방해하는 일련의 이벤트들을 가감 없이 영구기록하여 대학입시에 반영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학생의 행위, 학생 부모의 언행을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미듯 Dry 하게 기록으로 남겨 대학교에 전산으로 공유되는 겁니다. 

누군가의 판단이 아니라, 그냥 있었던 사실의 전달이면 됩니다. 

지금 나의 행동이 나중에 무겁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인간은 저절로 겸손해지고 예의 바르게 됩니다. 효과, 좋을 겁니다. 



마치며 : 교권 붕괴가 가져올 미래


학생인권은 소중합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 있는 '나'님이지만 소중하다’로 바뀌고 ‘이런 내 새끼라도 소중하다’로 바뀌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이를 바로 잡아줘야 할 두 축이 바로 학교와 가정인데요. 학교는 손발이 비틀려서 기능을 잃었습니다. 


가정은 각자도생의 헬조선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부모가 먼저 이기적이고 표독스럽게 바뀌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사회적인 조화’, ‘양보와 배려’를 가르칠까요? 무조건 이겨라. 친구를 밟고 서울대에 가라고 가르치겠죠. 망가진 사회가 학교에 영향을 주고, 망가진 학교가 사회를 더 망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육이 무서운 점은, 앞서 언급한 납세나 국방과 달리 문제가 생겨도 서서히 드러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방은 뚫리면 바로 표가 납니다. 납세는 기재부 형님들이 매의 눈으로 보고 있죠. 

하지만 교육은 문제가 생겨도 표가 나지 않습니다. 

대장암이 무서운 병인 이유가, 초기에 통증이 없기 때문입니다. 통증을 느끼고 치료할 때는 이미 손쓸 타이밍이 지난 후입니다. 

이미 타이밍은 늦었을지 모르지만 심폐소생술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서이초 교사분의 명복을 빌며 이만 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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