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벌어도 잘 아끼면 됩니다.
* [긴글주의] 아래 글은 제가 모 처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평소 절약에 관한 제 생각을 쓴 글인데, 독자님들께 도움이 되길 기대하며 브런치에도 공유합니다. 평소 제 글 대비 다소 긴 편인데, 재미있게 봐주세요!
저는 현재 나름 '부자'인 40대 중반 꼰대 아재입니다. 얼마나 가졌길래 '부자'냐고요? 그냥 저는 제가 부자라고 생각해요. (즉 제 기준, 뇌피셜임.) 어제인가 그저께인가 통계청 발 뉴스로 '한국의 상위 1% 부자는 순자산 32억' 뭐 이런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도배되던데, 요즘말로 알빠노(내 알 바 아님)입니다. 남들이 말하는 기준 따라갈 필요는 1도 없어요. 남에게 손 안 벌리고, 나 하고 싶은 거 하고 살 수 있으면 그게 부자 아닌가요? 그래서 제 기준에서 저는 부자입니다. 정신승리면 어떤가요. 제 인생인걸요.
어떻게 부자가 되었냐고요? 중요한 질문입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직업으로 가졌고,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N잡러로서 작가가 되었어요.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재산을 불리는데 소질이 제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N잡러로서의 이야기를 썼다면 나름 재미있었을 거예요 (근자감 무엇). 하지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과 환경이 다르니까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거기다 시대를 잘 맞춰 태어나는 것도 중요해요. 모르긴 해도 스티브 잡스 형님도 고대에 태어났다면 위인까지 되진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제 개인의 경험은 모두에게 공유하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산을 불리는 이야기도 좀 고민해 봤는데 여기에는 시드머니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운과 타이밍까지 포함됩니다. 서점에 가 보면 주식, 부동산 책 신간이 매일 쏟아져 나옵니다. 책만 보고 있으면 내일 당장이라도 부자가 될 것 같지만 결국 부자가 되는 건 출판사죠. 재테크는 우리 손을 벗어난 변수가 늘 존재해요. 그리고 시드머니가 작으면 애초에 돈 모으는 재미가 없어지고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건 재미있지만 정작 자신에게 투영하기는 어려운 게 재테크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소비에 대한 내용입니다. 제가 꽤 자신 있어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돈 걱정 없이 살았다면 소비도 능숙하게 잘했겠으나.. ㅠ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정말 가난했거든요.
누가 가난 배틀을 신청하면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아 이걸 자랑이라고) 돈이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씀씀이를 줄이는 것뿐이었어요. 뭐 괜찮아요. 그 과정에서 깨닫는 인생경험도 꽤 있었거든요. 소비를 줄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딱 하나만 하면 되는 쉬운 일이에요.
자기 자신만 이기면 됩니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듣기 거북하고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 있어요. 제가 뭐라고 강요를 할까요. 취사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 또한 아직 반백년도 못살았는데 누구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도 아니고요. 다만 저 아저씨가 왜 저렇게 이야기할까... 정도는 한번 생각해 봐 주시면 좋겠어요.
1. 들어가며 : 돈을 왜 모아야 할까요
한국사람들은 아이언맨을 참 좋아해요. 이공계 히어로라서일 까요? 아니지.. 부자라서 그런 거 같은데요. 저도 좋아합니다. 그가 없는 최근의 MCU는 재미가 없네요. 그래서 OTT에서 예전 아이언맨 등장 장면들을 돌려보곤 해요. 그중 아이언맨과 타노스의 1:1 대결장면을 즐겨봅니다. 인피니티 워(Infinity war)였죠? 초반에 슈트를 변형시켜 가며 타노스를 몰아치지만 엄청난 타노스의 힘에 나노슈트가 조금씩 떨어져 나가면서 지고 맙니다.
그런데 자꾸 돌려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언맨에게 충분한 나노슈트 입자가 계속 보급되었다면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예전에 헐크랑 싸울 때 인공위성에서 장비가 출동한 것처럼 나노슈트 지원이 계속되었다면 어땠을까요. 타노스의 공격에 슈트가 부서져도 바로바로 재생되고 공격도 더 다양하게 할 수 있었다면 말이죠.
돈 이야기하다 말고 웬 나노슈트 타령인가 하실 텐데 저는 돈이 이 슈트의 나노입자 같거든요. 돈은 원래 물건을 교환하라고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공격과 방어에 무궁무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나노입자 같은 게 되어 버렸어요. 무한의 변호사비나 무한의 병원비가 있다면 이거야말로 내 몸을 지켜주는 강력한 보호막입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이 박연진에게 복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 역시 돈이었어요. 사람들을 자기 의도대로 움직이게 만드는데 돈을 활용하니까요.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나노입자를 많이 모아두면 그 자체가 힘이 돼요. 그러니 절약을 생활화하세요.
그뿐 아니에요. 살아보니 돈만 가지는 특수성이 보여요. 돈은 가만히 두면 스스로 불어나거든요. 저는 주식 배당금만으로 한 달 치 월급을 더 받아요. 거기에 주식 자체의 가격도 오르죠. 금리가 올라준 덕에 예금 이자도 쏠쏠해요.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죠. 이런 것들의 특징은 시간이 돈으로 바뀌는 경험을 준다는 거예요. 이 세상에 그냥 둬서 스스로 증식하는 게 별로 없어요.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미생물 곰팡이나 병균도 증식하려면 숙주와 영양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돈은 그런 것도 아니에요. 그냥 모아두면 불어나요.
그러니 소비를 줄여서 돈을 모으는 게 최선입니다. (이 한마디를 위해 여기까지 빌드업)
2. 돈을 모으기 위한 마음가짐
좋아요. 좋은데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휴 해야 할 게 한두 개겠어요? 이거 다 이야기하려면 1회성 글이 아니라 시리즈로 가야 해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 먼저 이야기할 거예요. 바로 '절약을 위한 마음가짐' 이요. 꼰대의 잔소리 퍼레이드가 있을 예정입니다. 미리 죄송합니다.
(1) 물건은 기능과 가격을 보세요.
디*커버리, *셔널지오그래픽, CN*... 다 유명한 해외방송이죠. 그런데 최근 옷 상표로도 많이 보여요. 애 어른 할 것 없이 다들 탐험가처럼 *오그래픽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의 탐험정신이 놀라울 따름이에요.
저는 처음 보고 해외방송들이 장사를 잘하는구나 생각했어요. 사업 다각화를 해서 옷이나 가방까지 만드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우리나라 회사들이 해외 방송국에 가서 라이선스를 받아와서 만드는 거였어요. 즉 수입의류가 아니라 국산인 거죠.
뭔가 이상하지 않으세요? 으음.. 외국인이 등에 '동물의 왕국'이나 'KBS', '그것이 알고 싶다'라고 쓰인 옷을 입고 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걸 보면 우리는 방송국 특파원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외국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네요.
감성이나 브랜드 가치... 다 이해하는데 마냥 좋게 보이진 않아요. 사람들이 좀 공허한 것 같아요. 무슨 심리일까요? 네가 아는 브랜드를 내가 입고 있으니 너도 나를 인정해 달라는 걸까요? 아니면 저런 옷을 입고 있으면 막 대자연에 가 있고 탐험정신이 쑥쑥 올라갈 것 같은 느낌? 가벼운 트레이닝 복 입고 생수 한통이면 될 뒷산 등반도 브랜드 등산복을 입어야 하는 우리이니까 당연한 걸까요?
저는 옷이던 자동차던 시계던 뭘 사던 브랜드를 보지 않아요. 딱 두 가지에만 집중합니다. 기능과 가격. 합쳐서 하는 말은 가성비겠죠. 이 세상 모든 물건은 나름의 기능과 가격이 있어요. 저 기능에 대해 내가 지불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가치만 생각하면 모든 일이 참 쉬워져요.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죠.
그런데 여기에 브랜드가 들어가면 계산이 이상해집니다. 이 물건을 사면 유럽 감성을 같이 사는 거라는 등의 마케팅에 속지 마세요. 유럽 감성을 사고 싶으면 그냥 돈 모아서 유럽을 다녀오세요. 가서 보고 느끼고 오는 게 감성이죠. 왜 한국에서 만드는 물건에서 유럽 감성을 찾나요.
기업에서 하는 마케팅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뭐라고 생각해요? 저는 물건의 기능과 가격을 판단하지 못하도록 연막을 치는 행위라고 정의해요. 광고업계의 전설이 된 말보로(Marlboro) 광고가 좋은 예예요. 몸에 안 좋은 담배를 상남자의 아이콘으로 만들어버렸죠.
마케팅은 본질을 가립니다. 당신이 사는 모든 물건은 기능과 가격, 둘만 보면 돼요. 브랜드와 감성은 당신 아니어도 누군가 어련히 알아서 챙길 겁니다.
(2) 타인을 의식하지 마세요
우리는 서로를 많이 의식하고 있다고 여깁니다. 그러니까 남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걱정해요. 혼자 밥 먹으면 안 될 것 같고, 저렴한 옷을 입으면 남들이 우습게 볼 것만 같죠. 으리으리한 외제차가 내 품격을 높여준다고 생각해요. 아 물론 그럴 수 있어요. 첫인상, 초두효과라는 건 실제로 있습니다. 그래서 영업직, 기업대표, IR팀장과 같은 사람들은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을 써야만 해요. 이 사람들의 이런 행위는 허영이 아니라 업무에 가까워요. 좋은 옷 입고 잘 보여서 계약 따내면 그게 최고죠.
그런데, 맨날 비슷한 사람들 보면서 일하는 우리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1주일 전에 제가 뭘 입었는지 기억 못 합니다. 뭘 먹었는지도 생각이 잘 안 나듯 말이죠. (물론 노화로 인해 저만 그럴진 모르겠습니다만) 어제 옆자리 동료가 뭘 입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저만 이런 게 아니라는 겁니다. 친한 주변 동료들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당신이 어제 입은 옷을 기억하는지 말이죠. 의외의 결과에 놀라게 될 거예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각자도생 하기도 힘든 시대잖아요. 옆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도와주기 쉽지 않은 마당에 남이 뭘 입고 있는지는 보이지도 않죠.
나한테나 내가 주인공이지, 남들에게는 조연도 못되요. 남들 눈에 저는 그냥 무대 위의 나무나 돌 같은 배경인 겁니다.
그러니 어깨에 힘 빼세요. 혼자 밥을 먹고, 월수금 한벌, 화목토 한벌 총두벌의 옷으로 회사 다녀도 괜찮아요. 당신 옷차림에 관심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어요. 당신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 있는 사람은 정말 적어요. 슬프다고요? 왜요? 블라인드 앱의 익명성에 우리 모두 편안함을 느끼잖아요. 모든 절약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남의눈을 신경 쓰지 않도록 하세요.
(3) 명품의 가치를 의심하세요.
우리는 명품을 참 사랑해요. 이제 백화점 오픈런이나 명품 고가 리셀(Resell)은 뉴스도 아니죠. 모두가 인정해 주는 가치, 명품이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는 명품 브랜드 대다수는 유럽에서 온 것이에요. 그런데 1인당 명품소비 전 세계 1위의 영광은 우리 한국인이래요. 인구 1인당 명품 소비액이 325달러라나요.(2023년 모건스텐리 조사) 역시 우리는 대단한 민족이에요. 한강의 기적을 넘어 뭐든 하면 1등을 하니 말이죠.
그런데 우리 민족이 그렇게 애써준 덕에 전 세계 1위 부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 루이뷔통 회장 할아버지래요. 추정 재산이 222조라나요? 저는 이 뉴스를 듣고 살짝 화가 났어요. 이 할아버지가 저한테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도요.
우리는 명품을 통해 남들이 우릴 우러러볼 거라 생각해요. 수천만 원의 정장을 입고 고급 외제 승용차에서 내리는 부자의 이미지는 그냥 성공의 상징 같아요. 저도 사회 초년생 때는 정말 부러워했어요. 그 사람이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장과 외제차만으로 이미 성공한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점차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K-POP이 성공하고 우리 대중문화가 글로벌로 진출하면서부터였어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무슨무슨 엠버서더(Ambassador)로 우리나라 스타들을 선정하기 시작한 거예요. *이비통이니 *넬이니 하는 브랜드들이 유명스타에게 명품을 무상지원하는 게 뉴스거리가 되는 걸 보니 이상했어요.
나는 명품을 사고 싶어 노력하는데, 저기에선 명품이 스타들을 붙잡고 있잖아요. 제가 명품 시계를 차는 건 전혀 뉴스가 안되지만, 슈퍼스타가 어떤 명품 시계를 찬다면 그것만으로도 뉴스가 되죠. 이 차이, 느껴지세요?
명품이 사람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아니에요. 가치가 있는 사람이 들면 그게 명품이 되죠. 가치가 낮은 사람이 명품을 들어봐야, 그냥 명품만 보이는 거고요.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드릴게요. 저는 사회 초년생 때 대형 통신사에 입사해서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어요. 공단을 돌아다니면서 전용회선 같은 기업용 상품을 파는 일이었어요. 제가 관리했던 업체 중에 한 곳은 명품 폐기를 전담했어요. 명품 폐기가 뭐냐고요? 유명하고 고가의 명품일수록 재고가 남으면 세일을 하기보다는 생산한 제품을 모두 없애버려요. 하나라도 더 팔기보다는 브랜드 가치도 유지하고 중고가격도 지키는 게 낫다는 거죠.
업체에 방문한 어느 날 운 좋게 그 과정을 저도 볼 수 있었어요. 엄청나게 비싸 보이는 명품 가방을 포장부터 뜯고는 가죽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어요. 재미있는 건 그 가방의 자물쇠 부분은 잘라내서 모아두는 거예요. 현장에 참여한 회계사가 그 자물쇠를 본사로 다시 가져갑니다. 폐기하지 않고 빼돌릴 가능성이 있으니 이렇게 하는 거죠.
넝마가 된 수백만 원짜리 명품가방들을 보고 있으면요.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듭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명품에 집착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건 제가 절약을 생활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4) 내일이 보장돼야 오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드릴 이야기는 정말로 케바케 (Case by Case), 또 사바사 (사람 by 사람)입니다. 그저 제 생각일 뿐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니 취사선택하시면 됩니다.
제가 살아보니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었어요. 오늘의 휴식이 중요한 사람과 내일 휴식이 보장되었을 때 마음이 편한 사람이에요. 오늘의 휴식이 필요한 사람은 수시로 '수고한 자신에 대한 선물'을 주더군요. 때 되면 해외여행을 가야 하고 호캉스도 즐겨요. 자기 돈으로 자기가 쉬면서 재충전하겠는데 누가 뭐라고 할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괜찮아요.
내일이 보장되는 게 중요한 사람은 오늘 덜 즐기더라도 내일 쓸 돈이 있는데서 안정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은 오늘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해요. 퇴사하고 세계여행 이런 거 함부로 못해요. 불안하거든요. '퇴사하고 세계여행 다니다가 유튜버 하면 되지!' 이런 생각을 잘 못하는 거죠.
소비를 줄이고 절약을 하자는 제 글이니 저는 당연히 후자를 권해요. 오늘 좀 덜 쓰더라도 내일을 준비하라는 거죠. 그런데 이 이야기만 할 거면 너무 심심하잖아요. 사람들이 많이 간과하는걸 여기서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제가 전자로 분류한 사람들, 주변에서 많이 보실 거예요. 여러분과 가까운 친구나 가족 중에도 분명 있겠죠. 즐기며 사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분들 중에는 실은 내일까지 준비되어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답니다. 다만 드러나지 않는 거죠 말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요. 즉 여러분 생각처럼 막무가내로 즐기고 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말입니다.
오늘을 불태우고 내일은 내일의 당신에게 맡기겠다는 선택도 물론 존중합니다. 다만 살아보니 돈이 있으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도 사실이에요. 안정된 내일이 있는 것 자체로 즐거운 것이 평범한 사람입니다.
너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을 자주 하진 말고, 내일의 자신도 챙기시길 바랍니다.
(5) SNS를 멀리하세요.
저는 인스타그램 혐오주의자예요. 그러면 안 하느냐? 그건 또 아니에요. 책을 몇 권 내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었어요. 독자들 해시태그를 보고 따라가서 감사표시를 하기 위해서요. 친구의 일상 사진 이런 걸 안 봅니다. 제 일상 챙길 정신도 없는데 무슨 인스타인가요. 미국 금리 뉴스부터 회사업무까지 매일 챙길게 한 두 개가 아닙니다. 바쁜데 왜 제가 친구가 제주도 가서 먹은 음식을 알아야 할까요.
너무 삭막한 거 아니냐, 친구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거 아니냐 물으신다면 인정합니다. 저는 친구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우정에 큰 영향은 없더라고요. 제 인스타에 하트 안 눌러줬다고 친구관계가 흔들린다면 그게 친구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내가 어디 놀러 가서 뭐 하는지를 인스타에 남길 필요도, 남이 뭐 하는지 볼 필요도 없어요. 인스타가 생긴 지 벌써 13년이에요. 여러분들도 다 아시지 않나요. 인스타에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순간만 올리는 거요. 그래서 조작과 연출이 난무한다는 거.
잘 알면서 왜 거기에 시간을 낭비하나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팀에는 심리학자들이 일하고 있대요. 이분들의 임무는 여러분을 어떻게든 오랫동안 붙잡아두는 거예요. 여러분의 체류시간이 돈이 되기 때문이죠. 돈 이야기 하는 글에서 SNS 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는 건 이 때문이에요. 우리에게 공평한 시간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쓰느냐라는 문제는 돈을 벌고, 돈을 절약하는 것과 같답니다.
SNS에는 좋은 글이나 정보도 있으니 괜찮지 않냐는 의견도 있을 거예요. 저는 더 좋은 채널이 있는데 왜 그걸 SNS에서 찾냐고 되묻고 싶네요. 전문가 사이트, 책 등 정보를 얻을 다른 채널은 많습니다. 그러니 SNS는 줄이세요. 꼭 하겠다면 인스타그램 보다는 링크드인을 권합니다.
3. Tutorial : 위의 마음가짐을 장착했다면 '낭비 5적'을 상대해 봅시다
어릴 때는 오락실 몰래 간다고 어머님께 늘 혼났어요. 아, 오락실이란 건 제가 어릴 때 즉 라떼에 있었던 건데요. 요즘말로는 아주 어둡고 담배냄새 가득한 PC방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학생 때는 저를 유혹하는 게 주로 오락실, 만화방 이런 거였는데요. 어른이 되고 나니 유혹하는 것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더군요. 저는 이중 몇 가지를 낭비 5적이라고 규정하고 철저히 멀리하고 있어요. 도박이나 마약, 담배 같은 건 빼 버렸는데요. 이건 많은 분들이 해선 안될 것으로 이미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낭비 5적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하지만 절약에 위험한 것들로 골랐어요.
(1) 먼저 쓸데없이 많은 술자리예요. 제가 직장생활 오래 해 보니, 업무로 엮이는 인간관계는 술은 큰 효험이 없었어요. 물론 자주 술을 마시며 친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지 않았답니다.
중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드는 것보다 사회에서 친구를 만드는 게 더 어려워요.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에요. 사회생활 하면 할수록 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출근준비시간 + 근무시간 + 퇴근 시간을 제외한 게 하루 중 순수한 자기 시간이에요. 이중 일부를 쪼개서 누군가와 자리를 하게 되는 것이니 계산적이 될 수밖에 없죠.
돈을 절약하는 것과 시간을 절약하는 건 같다고 봐야 해요. 많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자투리 시간을 내서 배달대행이라도 하는 세상이니까요. 무분별한 술자리는 시간 도둑과 다르지 않아요.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해서 형님 동생 한다 한들 다음날 만나면 멋쩍어하는 게 우리들입니다. 숙취 때문에 다음날 생산성에도 영향을 주죠.
사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술 말고도 훨씬 간단한 방법이 있어요.
다른 사람이 궁금해하고 원하는 콘텐츠를 당신이 가지고 있으면 돼요. 곧 있을 회사의 조직개편 방향이던, N잡 성공 비결이건, 자녀를 제주 국제학교에 보내는 방법이건 뭐든 말이죠. 삭막하지만 현실입니다. 본인에게 유리하게 쓸 방향을 찾아야죠.
(2) 두 번째로 편의점. 편의점은 편하지만 비싸죠. 저는 모바일 쿠폰 받아서 쓸 때 외에는 절대로 가지 않아요. 물건값이 비싼 게 눈에 보여서 왠지 여기서 뭘 사면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인터넷이나 대형마트의 판매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비싼 가격이니 애초에 가지 않는 습관을 들이세요.
(3) 세 번째는 택시입니다. 이 글을 쓰느라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저는 웬만해서는 택시를 안 탑니다. 택시 기사님들의 수입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어요.
택시와 편의점의 공통점은 일상 속에 스며들기 쉽다는 거예요. 비싸다고는 해도 한두 번 못쓸 건 아니라서 습관이 되기도 쉬운 소비가 택시예요. 기업의 대표나 시간당 수십만 원을 받는 로펌의 변호사라면 모를까 우리 같은 일반인은 택시는 멀리 해야 합니다.
(4) 네 번째는 골프인데요. 필드를 한번 나가기까지 연습량, 한번 나갈 때마다 쓰게 되는 비용, 그리고 전체적인 투입 시간을 생각해 볼 때 얻는 것 대비 잃는 것이 너무 많은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사업과 업무에 꼭 필요한 분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과감히 줄이고 다른 운동을 찾아보시길 권해요. 아마 반발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골프장비와 패션 투자비용까지 고려해 보세요. 골프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지 말입니다.
(5) 다섯 번째는 스타벅스입니다. 정확히는 혼자서 테이크아웃하는 스타벅스를 자제하셔야 해요. 동행과 식사를 마치고 차 마시러 갈 때 스타벅스는 갈 수 있어요. 혼자 먹더라도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기에 매장 내 테이블을 이용해야 한다면 이용하시면 됩니다. 혼자서 테이크 아웃으로 커피를 드시고 싶다면 아메리카노 기준 2천 원 이하에서 드시기 바래요. 이게 무슨 논리냐고 따지는 분이 있을 텐데요. 커피에 들이는 가치를 생각하시라는 말이에요. 매장을 이용하면 커피값 외에 '자리점유'의 가치가 있어요. 점심 직후 지인에게 대접하는 스타벅스라면 '적어도 이만큼은 대접했다'라는 접대의 개념이 들어가게 되죠. 하지만 혼자서 스타벅스 테이크 아웃은 커피값은 동일한데 여러분이 얻는 게 너무 적어요. 그런 소비는 하지 않도록 훈련을 하셔야 합니다.
마치며
40대 중반까지 살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희한하게도 물질에서 자존감을 찾고 있었습니다.
현재의 수입과 재산에 감사하면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데, 굳이 돈을 물질로 바꿔서 자꾸 남들에게 티를 내고 자랑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자랑하고 싶은 심리야 누구나 있죠. 하지만 그 자랑을 꼭 저렇게 해야 할까요? 물질로 자랑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내가 가진 물건보다 비싼 건 반드시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요.
그냥 그 판 자체를 나오는 것이 당신에게 유리해요. 물질을 벗어난 자랑거리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체력을 키워서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거나,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썼다거나 하는 것처럼요.
자랑하고 싶은 심리도 결국은 타인을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남의 눈 의식만 안 해도 절약은 저절로 됩니다. 제가 했던 경험 중 가장 뿌듯했던 건 업계 콘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전혀 모르는 사람이 저를 알아봐 줄 때였습니다. 제가 걸친 물건이 아니라 저를 알아봐 줄 때 말이죠. 이런 경험을 하기 시작하면 명품으로 자랑할 생각은 자연스레 사라집니다.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면 명품이 없어도 괜찮아집니다.
성장에 필요한 것은 돈과 시간입니다. 여러분께 꽤 길게 말씀드린 이 글의 요지는 '남의 눈 의식하지 말고 여러분의 돈과 시간을 절약하라'는 것입니다.
돈과 시간은 잘만 모은다면 영원히 여러분의 편입니다. 절대로 배신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