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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파묘, 제가 스토리를 살짝 더해 보았습니다.

이랬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요

다들 파묘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무려 841만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아니 언제부터 사람들이 무덤에 이리 관심이 많았던 것인가 싶습니다. 저는 이 감독의 전작 사바하를 재미있게 봤지만 극장이 한산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파묘도 조용히 혼자 즐길 생각이었는데 평일 저녁임에도 꽉 찬 자리에 놀랐더랬습니다.

영화는 2시간이 넘음에도 재미있습니다. 일단 소재 자체가 예사롭지 않죠. 대부분 고인을 화장하는 요즘이기에 묫자리 이야기 자체가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30년도 훨씬 전에 돌아가신 친할머님 때문에 경험한 것이 다입니다. 요즘에는 보기 쉽지 않은 문화가 되었죠. 등장인물들의 열연도 좋았고, 감독님의 영상미도 아주 좋았습니다. 웰 메이드 오컬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파묘 배급사가 지난 설에 했던 마케팅이라는데, 빵 터졌습니다.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영화를 곱씹어보면서 격한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아 내가 썼다면 이건 이렇게 했을 텐데 싶은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팬심으로 살짝 이야기를 더해 보았습니다.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고 봐 주시고, 혹시 영화 관계자분들이 보시면 나중에 완전판 같은 걸로 스토리 고쳐서 내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수정하시게 되면 국밥이나 한 그릇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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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부터 스포가 들어가니, 영화를 안 보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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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상 묫자리를 잘 못 써서 후손들 일이 안 풀릴 수는 있지만, 조상이 아들, 손자를 죽이고 갓난아기 (증손자)까지 죽이려 드는 게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영화 초반,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부분은 바로 친일파 조상의 관 뚜껑이 열리면서부터입니다. 조상귀신이 나와서 순식간에 서울도 갔다가 미국도 갔다가 합니다. (글로벌 시대인 거죠...)

무덤을 써서는 안 되는 악지(惡地)중의 악지에 자신을 묻었으니 화가 났나 보다 하고 대충 보려 했는데, 생각해 보면 이상하죠. 

일단 자신을 거기 묻도록 한 게 일본 음양사 키츠네라면서요. 그러면 거기 찾아가던가 그 후손에게 가서 따져야지, 그걸 왜 본인 후손에게... 물론 죽은 뒤의 일이라 영문을 몰라서 직계 후손들에게 따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귀신들이 다들 가족주의라서, 로또 번호도 종종 알려주고 하니 말이죠.)


음양사 키츠네의 실존인물. 무라야마 지준 (출처:나무위키)


그런데 그렇다면, 호텔에 묵고 있는 손주에게 빙의한 다음에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고 말하는 게 이상합니다. 본인 묫자리가 안 좋은 이유를 본인이 알고 있다는 것이잖아요. 


이걸 어떻게 바꿨으면 자연스러웠을까요.

제가 감독이라면 중간에 이런 장면을 넣었을 겁니다. 



1. 친일파 조상 사망 후 일본 측이 유족을 만난다. 여기서 음양사 키츠네는, 대일본 제국과 천황을 위해 첩장 & 비밀을 지킬 것을 제안한다. 막대한 보상과 함께.


2. 당시에는 어렸던 고모와 막내아들(미국에서 사망하는 할아버지)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족들은 보상에 눈이 어두워 이를 허락한다. 


3. 먼저 오니의 관이 묻히고, 그 위에 친일파의 관이 올라간다. 귀곡성이 울리고 친일파 조상의 고통에 찬 비명도 울린다. 살아생전 친일로 막대한 권세를 누렸으나 일본의 흉계와 후손들의 욕심에 끝까지 이용되어 죽어서도 고통받게 된 것. 


4. 후손들은 친일로 인한 재산과 첩장에 대해 받은 보상으로 호화롭게 살며 큰 부를 누린다. 시간이 흘러 친일청산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고모를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미국으로 재산을 옮기고 대저택에서 부유한 삶을 누린다. 


이렇게 추가하면, 죽은 친일파 귀신이 후손들을 증오하는 게 납득이 됩니다. 

또한 친일파마저도 일본에게 이용당했다는, 일종의 토사구팽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습니다.




(2) 물리력이 통하는, 실체가 있는 오니가 아쉽습니다. 


영화 후반부의 진 최종보스인 오니. 이 오니가 실체가 있다는 점이 호불호를 가릅니다.

좀 더 신랄하게 말하자면.. 영화의 집중을 깹니다.


잘 나가다 아쉬웠던... (출처:쇼박스)


'일본의 귀신은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인다, 일본의 정령은 실체가 있다'는 대사를 통해 오니의 존재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영화는 노력합니다. 

하지만 오컬트/공포영화의 매력은 실체가 없는 미지에 대한 공포입니다. 부국사에서 오니가 모습을 드러낸 시점부터 영화를 보는 관객은 둘로 나뉘게 됩니다. '무섭다' vs '저게 뭐야' 둘 중 하나로요.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전반부, 관에서 나온 귀신의 종횡무진과 무덤터에서 나온 여자얼굴의 뱀으로 한껏 공포감을 끌어올린 상태입니다. 조상 관을 빼니 날씨가 삽시간에 어두워지고 천둥번개와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주술로 눌러보려고 김고은이 막 굿도 하고 그러죠. 모두 실체가 없는 공포입니다.


친일파 조상귀신을 퇴치하고 나서, 사람들은 영화 러닝타임상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잔뜩 기대하며 영화에 집중합니다. 

그러면서 나오는 첩장은 놀라운 반전입니다. 이미 앞서 관뚜껑이 열리면서 무슨 난리가 났는지 관객들은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니 그런데 관이 하나 더 나오다니요. 저 관 안에서는 뭐가 나올지에 대한 두려움이 자연스레 듭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거대한 인간모양의 오니가 나타납니다. 도깨비불로 변해서 날기도 하는데, 본체는 거대한 인간 모양입니다. 


사람의 공포심은, 상식을 넘어설 때 극대화됩니다. 감독의 전작에서도 많이 보여줬죠. 

그런데 오니는, 실체가 있고, 물리적 공격을 하며, 결정적으로... 말을 합니다. 

(의사소통이 되는 귀신은 훨씬 덜 무섭습니다.)


관이라는 장치는 그대로 둔 채

오니가 물리력이 없는 악령으로 등장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일제가 설치한 쇠말뚝을 처리하는 철혈단원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던가

현대 한국에서 다시 부활하는 친일파들의 뒤에 실은 악령이 있었다고 했다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요.


마지막 최민식의 활약을 위해 물리력이 있는 오니로 만든 감독님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래도 오컬트물은 끝까지 악령으로 있는 게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이 먹고 팬픽을 다 써 보네요.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몰입해서 봐서 꼭 써 보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가 해외에서도 흥행해서 일본의 과거 만행이 K콘텐츠의 힘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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