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드라마 '돌풍'은 꼭 봐주세요

정치만큼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게 없으니까요.

유튜버, 블로거 등을 하는 인플루언서들에게 내려오는 격언이 있습니다.

정치, 성별, 종교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거죠.


민감 주제에는 말을 이으면 안 됩니다. 출처:웹툰 뽀샵일기


유명 유튜버들이 이 주제 한번 입에 올릴 때마다 댓글창에는 난리가 납니다. 니가 맞네 내가 맞네 어휴 보고 있으면 여기가 생지옥입니다. 

분명 오프라인에서 보면 얌전하고 개미 한 마리 못 죽일 거 같은 사람들일 텐데, 키보드만 잡으면 매드맥스를 찍죠. 괜히 헬조선이 아닙니다.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 유튜버님이야 그럴 수 있다 해도 저 같은 쪼렙 브런치 작가 나부랭이야 누가 신경 쓸까 싶어서 저는 자유롭게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책 작업을 같이 하고 있던 출판사 편집자님이 한사코 말리시더군요. 독자들에게 '회색'으로 있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의도적으로 제 브런치 글 중 저 3가지 주제는 다루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주제도 논하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해야겠더라고요. 정치가 얼마나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40대 중반이 된 지금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거든요. 앞으로는 정치, 성별, 종교에 대한 글도 많이 쓸 생각입니다. (아아 구독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럼에도 이러는 건,


우리가 외면하고 기피할수록 정치인들은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정치드라마 돌풍을 소개하며, 정치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합니다.



드라마 소개


포스터는 둘만 나와있지만 사람 많이 나옵니다. (출처:넷플릭스)


포스터에서 보듯 경구형이랑 희애 누나가 정치인인데 서로 막 싸웠다가 말았다가 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단순한 요약!) 미드 지정생존자, 웨스트윙, 하우스오브카드 정도 생각하시면 결이 좀 비슷하겠습니다. 그런데 크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정치적인 배경과 사건을 다 섞었거든요.

전대협, 차 때기, 북풍, 각종 (어디서 많이 보던) 비리 등이 계속 나옵니다. 또 입법/사법/행정의 3권이 서로 견제를 해야 하는데.. 협업(...)을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지만 한국 사정에 꽤 밝아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글로벌 성적도 궁금해지네요.


우리가 맨날 보는 미남미녀들이 사랑하는 그런 드라마 아닙니다. 러브라인 전멸이고요. 매회 서로 뒤통수 치려고 으르렁대는 어른들의 이야기입니다. 정의를 부르짖는 설경구가 어쩌다 반대편에 있는 김희애와 대립하고, 또 다른 당이랑 손을 잡았다가 놨다가 하면서 부패세력을 청산하고자 노력한다는 게 전반적인 줄거리입니다.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이유


정치드라마가 그동안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늘 진영논쟁에 시달렸습니다. 

우리나라는 빨간색과 파란색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시피 한 나라입니다. (태극기 모양 때문인가 싶기도)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서로 편을 갈라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죠. 굳이 왜 이러고 사나 싶긴 합니다만..


이 드라마는 우리 민족 고유의 온라인 스킬인 모두 까기를 시전 합니다. 빨간당의 치부, 파란당의 치부를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그 증거가 이 드라마에 대한 양당의 반응입니다. 서로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진영논란 없이 보셔도 됩니다.


몰입해서 보다 보면 대충 다 외워집니다. 다들 친하게 살기 이렇게 어렵습니다. 


명대사가 많아서 곱씹어보게 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거짓말을 이기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더 큰 거짓말이다"

"난 단 한 번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 적이 없다. 나를 위한 정치를 했지. 추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는 나를 위해서. 불의한 자들의 지배를 받을 수 없는 나를 위해서"


이 드라마를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는 다음 3가지입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없던 분들은 보면서 꽤 공부가 됩니다. 이 나라 정치가 왜 이렇게 흘러왔나.. 정치인들이 원하는 건 나라가 부강해지는 걸까 자기가(...) 부강해지는 걸까 등 생각해 볼 것이 많습니다. 

흔히들 바보 같은 국민들을 '견돈' (개돼지)라고 부르죠. 3인칭 시점에서 우리 견돈들의 행동과 정치의 괴리를 볼 수 있습니다. 꽤 재밌습니다. 

주요 캐릭터가 모두 적절한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 민주화 운동을 했던 자, 반공을 무기로 승승장구한 자, 이를 이용하는 재벌 등. 그 서사가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책 속의 이상과 달리 정치는 복잡합니다. 짧은 드라마지만 이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바빠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삶은 정치에 깊이 얽매여 있습니다. 어릴 때는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일반적인 소시민들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빠서 신경을 안 씁니다. 신경을 안 쓰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정치하는 놈들 다 똑같아! 욕할 기운도 없다. 니 밥그릇이나 잘 챙겨~" 

이런 사람이 많았습니다. 저는 정치인은 모두 천상계 사람들이고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줄 알았는데요. 당장 세금정책, 아파트 정책부터 주식(금투세!)까지 정치 때문에 안 바뀌는 게 없습니다. 


나이가 들며 알았습니다.  정치를 외면하는 사람이 많아서 우리 정치가 더 후진적이 되었다는 걸요.

우리가 신경을 안 쓰고 멀리할수록 정치인들은 기뻐하겠죠. 견돈처럼 적당히 구슬려서 표만 받아내면 되니까요. 주인이 신경을 안 쓰면 머슴은 맘대로 할 수 있을 겁니다. 


주말에 어차피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고 놀 생각이신 거, 잘 압니다. 기왕 보실 거면 돌풍 한번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 보고 난 후, 지난 총선과 대선 때 내가 누구를 찍었는지 기억해 보세요. 그리고 그때 찍은 그 후보가 잘하고 있는지 구글링해 보세요. 

그래야 이런 드라마가 진정 허구가 될 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앞으로 후원하기 버튼의 실용성에 대해 테스트를 해 보고, 경과를 올려보려 합니다. 제 글을 잘 보고 계시다면! 후원하기를 눌러주세요!! 미리 감사합니다! (다음 카카오 보고 있나 이놈들아 너네 이러다 네이버 블로그랑 유튜브에 다 빼았긴다 읍읍)

매거진의 이전글 월급쟁이의 자기 것이란 - 민희진사태를 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