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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의 자기 것이란 - 민희진사태를 보며

재벌 걱정하지 말고 우리 걱정을 합시다.

요 몇주를 뜨겁게 달군 사태(?)가 있습니다. 이른바 민희진의 난 입니다. 개저씨, 맞다이로 들어와 라는 명언을 날리며 몇주째 화제의 중심에 있네요. 흥미진진합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아이돌 산업에 대해 완벽한(!) 문외한입니다. 아재가 되어서 그런거라고 쉴드를 쳐 볼까 했으나.. 생각해보니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때 HOT (요즘 젊은 분들은 모를 전설의 할아재 아이돌)가 데뷔했습니다만.. 저는 지금도 HOT가 몇명이었고 누구 누구인지 모릅니다. 군대가서 맞으며 핑클과 SES는 강제교육(?) 당했습니다만 전역후에도 아이돌을 좋아해본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아이돌이 저한테 뭐 잘못한 건 없고요. 회사에서 업무로 신사업을 하다보니 아이돌도 아티스트가 아니라 그냥 제품으로 보였거든요. 철저한 기획과 투자로 만들어지는 상품, 제품 말입니다. 

스타와 팬으로 접하기엔 제가 너무 아재가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모자 기생수 설. (출처미상)


그래서 뉴진스가 몇명인지, 소속사가 SM인지 하이브인지 아무 관심이 없었고 민희진이라는 이름도 어디 아이돌 멤버인가.. 하는 정도였는데요. 이번 사태가 매일 보도되며 엔터업계에 대한 반복학습을 시켜주는 통에 저도 이참에 공부를 좀 했습니다. 재미있더군요.


현재 온 언론과 대중의 관심사는 '그래서 민희진이 맞냐 방시혁이 맞냐' 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마다 서로 방과 민에 빙의해서 사투를 벌이는 것을 보자면 재미있습니다. 누가 맞는지는 저는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서로 오고 갔던 말과 글을 다 까봐야 알 수 있는 사안인데 당사자랑 법원말고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니 이 논란에 여러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건 낭비가 됩니다. (하이브 주주 제외입니다. 이분들은 얼마나 맘 졸이고 계실지 ㅠㅜ)

그리고 민희진, 방시혁 두분 다 이미 서민 레벨은 아득히 멀어진 분들입니다. 천상계의 딜 교환에 왜 우리 서민이 걱정을 하나요. 이기든 지든 두 분은 저 구름위에 계실 분들입니다. 


그러나 하나 생각해 볼 점은 있더군요. 민희진이 하이브 소속이 아니라 '창업자'였다면 이런 논란은 당연히 없었을 거란 점입니다. 자기 것이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자기 것이 아니라 남의 회사에서 남의 돈으로 뭔가 만드니 이슈가 되는 거죠. 


자본주의 사례... (출처미상)


본인이 걸출한 능력이 있어도 타인의 자본을 빌어 사업을 한다면 능력보다는 자본(돈)이 우선하는게 주식회사입니다. 


이는 우리 월급쟁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민희진도 했는데, 저나 여러분이라고 회사에서 엄청난 성과를 내지 말라는 법이 없죠. (심지어 민희진은 저랑 같은 79년생입니다... 아 난 뭐하고 살았는지 현타가) 

조직안에서 큰 성과를 내면 조직은 연봉과 승진, 스톡옵션 등으로 보상하는게 일반적입니다. (그나마 해 주면 다행입니다. 안해주는 조직도 많죠). 성과는 제가 냈지만 조직것입니다. 저는 월급을 받으니까요. 


성과를 선행적으로 냈어도 보상은 후행적이며, 여차하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조직이 인정해 줄지 말지는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당연합니다. 잠재력만 가지고 보상하는 것도 쉽진 않겠죠.

이래서 후행적이라도 공정한 성과평가와 보상이 필요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의 연속이라 죄송합니다. 그런데 민희진 사태를 보며 저는 계속 그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조직을 위해 이렇게 했는데!(직원) vs 

그래서 이정도 해 줬잖아! 그리고 회사 리소스 없이 이걸 혼자 했겠어? (회사) 의 대립.


우리 회사원들은 속으로 계속 이 점을 저울질 하고 있는데, 민희진 사태가 은근히 이 점을 수면위로 부각시킨 것 같습니다. 

그래도 민희진 정도 되면 '절싫중떠'가 되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새가슴 월급쟁이들은 부들부들 하면서도 회사님 충성충성을 하게 되죠. 


민방 사태를 보며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건, 개저씨 맞다이ㅎㅎ 즐거우세요가 아니라


1) 내가 회사에 주는게 많은가, 회사가 나에게 주는게 많은가 (자신의 효용가치)

2) 이 일은 이 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한가 (회사의 리소스 효용)

3) 내가 좋은 아이템 & 뛰어난 능력을 가졌을때, 난 홀로설 수 있나


인 것 같습니다. 

애초에 민희진이 자신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자본을 끌어모아 스스로 회사를 세웠다면 없었을 논란이니까요.

저는 하이브 주주도 아니고 민, 방, 뉴 다 모르는 분들이라 누가 이기든 지던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저랑 제 브런치 독자들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한번쯤 회사와 우리가 주고 받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재벌들이 아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길일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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