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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는 정말 나쁜 것일까?

 그나마 있는 대안이 지역화폐란 생각은 안 들까요

지난 글 2020년 핀테크 트렌드에서도 언급했지만, 올 한 해를 강타하고 있는 키워드로 지역화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역화폐가 무엇인지 생소하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경기지역화폐'나 '어디 어디 사랑 페이' 등으로 보시면 됩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나서서 지원했던 정부재난지원금과 달리, 지역화폐는 국민이 직접 사용하겠다는 의지로 지역화폐를 사서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민들이 사용하는 금액의 6~10%를 지원해 줍니다. 10만원치 지역화폐를 구매할 때 9만원만 자기 돈을 내면 1만원은 지원을 해 주는 것이죠.


과거에는 지류상품권 위주로 유통되어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선불카드나 제로페이와의 결합으로 훨씬 사용이 편리해졌죠. 경기지역화폐 같은 경우 실물 카드를 신청해서 받은 후 App으로 바로바로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고, 제로페이 기반인 서울사랑 상품권들도 App 기반으로 바로바로 충전해서 QR 코드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합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중에서 아무리 혜택이 좋아도 10%까지 할인해 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지역화폐는 잘만 사용할 경우 엄청난 메리트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애용하고 있는데요.


평소에도 인센티브 주는데 추가 인센티브도 심심치 않게 줍니다. (출처:경기지역화폐)


최근 들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한 국책기관의 연구보고서를 비판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해당 기관의 보고서가 지역화폐 정책을 잘못된 방향으로 비판했다는 것이었죠.

정부 재난지원금 사업을 직접 해 본 입장에서 보고서 내용이 참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다운로드하여 읽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왜 이슈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다른 이야기 할 것 없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이상합니다. 2010~2018년 데이터를 가지고 2019년 시작된 정책을 논하니, 허술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죠. (지역화폐 사업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2019년부터이고 2020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해 지원이 더 커집니다)


핀테크 지불결제 측면에서 지역화폐를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었던 터라 이 보고서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곧바로 감상문을 쓰려다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조제재정연구원에서 이 보고서는 요약본이고 10월에 정본을 발간한다고 해서요.


오른쪽 하단의 작은 글씨 : "본 브리프는~ 2020.10(출판예정)의 내용을 요약하여 작성하였음" 이라고 써 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네요. 신박한 논리로 제 무릎을 치게 만들어주길 기대했건만.. 아쉽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전에 쓰다 만 이 글을 마저 씁니다.




10월 한 달간 제 마음 (출처 : 웹툰 질풍기획)



하염없이 기다려도 출간이 되지 않기에 아쉬운 마음을 안고, 기존에 논란이 되었던 브리프 내용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1. 보고서의 주요 내용


인상 깊었던 보고서의 내용을 원문 그대로 가져와 봅니다.

관계자분이 아니라면 재미없을 내용입니다. Bold 된 부분 위주로 보셔도 됩니다. (볼드가 많은 건 함정)


<보고서 내용>

- 지역 및 사용업종의 제약으로 인해 동일한 액면가의 현금보다 열등한 지역화폐의 판매, 유통 활성화를 위해 할인발행과 정책 발행 두 가지 경로를 활용하고 있음

- 지역 지출의 외부 유출을 막아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인접지역의 소매업 매출 감소를 의미함. 인접지역의 경제적 피해를 대가로 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함

- 모든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역외 소비를 막아 지역 내 매출을 증대시키는 효과는 사라지고, 두 지역 모두 각각의 발행비용만 순효과로 남게 됨

- 소형 지자체 주민이 인근 대형 지자체 지역화폐를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보다 할인율도 높고 가맹점도 많은 대형 지자체 지역화폐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경우, 역외 소비지출을 막는 효과도 제한됨.

- 사용지역, 사용업종의 제약으로 인해 동일한 액면가의 현금보다 열등한 재화인 지역화폐는 현금과 비교하여 소비자 후생을 반드시 감소시키게 됨

-행안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역화폐 발행의 부대비용은 지역화폐 발행 액면가의 2% 정도임. 따라서 9조 원의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부대비용은 1,800억 원가량으로 추정

- 동네 마트 및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보다 물건 가격이 평균적으로 비싸고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짐(소비자 후생 감소) 동일한 1만 원이라고 하더라도 전반적인 물가 차이로 인해 지역화폐를 이용하여 동네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 실질 구매력은 하락하게 되며, 결국 이는 소비자 후생 감소로 연결될 수 있음.

- 지역화폐의 안정적인 시스템 유지를 위해 현금깡 시장을 단속하는 데 상당한 행정력과 비용이 낭비됨.

- 지역화폐의 사용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어 해당 업종에서 물가가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

- 2010~2018년 전국 사업체 전수조사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음


<보고서 결론>

- 역외 소비지출을 차단함으로써 발생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모든 인접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함으로써 사라짐

- 역외 소비지출 차단이라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정확하게 동일한 규모의 인접 지자체 경제 위축을 대가로 하고 있으므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움(인근 궁핍화 전략)

-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발행비용, 소비자 후생 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낭비, 사중 손실 등 부작용만 남게 됨.

- 전국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온누리 상품권이 지역제한으로 인한 추가적인 소비자 후생 손실, 지자체 규모로 인한 지자체 간 손익 왜곡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음. 발행 및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단일 주체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온누리상품권이 모든 지자체가 각각 관리 및 발행하는 지역화폐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할 수 있음

- 지역화폐 발행이 다양한 시장 기능의 왜곡을 발생시키다는 측면에서 지역화폐를 통한 간접지원이 아닌 지역 내 사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 방식이 더 바람직할 수 있음



2. 분석


(1) 표현의 문제


저는 이재명 지사가 화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무미건조하게 썼다면 나았을 텐데, 표현이 꽤나 적대적입니다. 괜한 느낌 아니냐고요?


'현금보다 열등한'

'대가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됨'

'동네 마트 및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보다 물건 가격이 평균적으로 비싸고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짐'


중립적이지 않은 표현이 난무합니다. 동네 마트나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싸고 품질도 좋은 경우를 저는 많이 봤습니다. 연구 보고서에서 근거 없이 저런 표현은 위험하죠.

아쉬웠습니다.



(2) 근거의 문제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 부분이고 저 역시 말씀 안 드릴 수가 없습니다. 국내에서 지역화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건 2019년부터입니다. 가장 큰 지자체라고 할 수 있는 경기(2019.4), 인천(2019.5)이 이때부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워낙 크다 보니 전체 통계가 흔들립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2010~2018년까지의 데이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저는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보고서 앞단에서는 2020년을 논하지만 효과 분석은 2018년까지 데이터로 하다니요. 물론 연구자들의 항변이 이해 안 가는 바는 아닙니다. 2018년까지의 자료만 통계화되어 나왔다는 것인데요. 그랬다면, 2019년 자료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 보고서를 냈어야 하지 않을까요.



(3) 논리의 문제


위에 제시한 본문의 Bold + 밑줄 부분은 모두 논리적 오류가 있습니다. 몇 가지 짚어볼까요?


- 지역 지출의 외부 유출을 막아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인접지역의 소매업 매출 감소를 의미함. 인접지역의 경제적 피해를 대가로 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함


지역화폐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이 있을 경우 없는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두 있는 지역에 와서 소비를 할 것이다.. 그러니 인접지역의 경제적 피해를 대가로 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입니다. 지역화폐는 지자체의 예산을 보조금으로 쓰기 때문에 경쟁력이 생기고 소비가 일어납니다. 해당 지자체는 지역예산을 사용한 만큼 지역 내 소상공인 지원효과를 보는 것입니다. 이게 인접지역의 경제적 피해라고 묘사한다면, 보고서에서 두둔하는 대형마트는 그야말로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를 대가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 소형 지자체 주민이 인근 대형 지자체 지역화폐를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보다 할인율도 높고 가맹점도 많은 대형 지자체 지역화폐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경우, 역외 소비지출을 막는 효과도 제한됨.


이런 관점이면 지자체는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오로지 해당 지역 주민들만 살 수 있게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지자체들이 활발히 하고 있는 관광상품권, 관광홍보도 역차별이 되겠죠. 지역경제 순환을 위해서는 돈에 이름표를 붙여서 순환시킨다는 생각을 해선 안될 텐데요.



-  동네 마트 및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보다 물건 가격이 평균적으로 비싸고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짐(소비자 후생 감소) 동일한  1만 원이라고 하더라도 전반적인 물가 차이로 인해 지역화폐를 이용하여 동네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 실질 구매력은 하락하게  되며, 결국 이는 소비자 후생 감소로 연결될 수 있음.


이 논리라면 동네 마트는 지역화폐가 아니어도 문을 닫아야 합니다...



- 지역화폐의 안정적인 시스템 유지를 위해 현금깡 시장을 단속하는 데 상당한 행정력과 비용이 낭비됨.


현금깡이 문제가 되었던 건, 지류상품권 때문이었습니다. 상품권 사용자가 불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전자화폐나 선불카드 형태이고, 누가 얼마나 사서 어디서 얼마를 소비했는지 기록이 남습니다. 현금깡을 하면 잡아내기 쉬워졌고, 단속하는데 행정력도 들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을 과연 연구자들이 몰랐을까요?


지류형이었을 때는 사용자 관리가 안되었지만 점차 카드형으로 바뀌면서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출처 : 경기지역화폐)



- 지역화폐의 사용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어 해당 업종에서 물가가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


지역화폐 사용불가 가맹점은 연매출 10억 이상이거나 대형마트 등 대형사들입니다. 업종이라기보단 대 vs 소의 개념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특정 업종이 물가가 오를 가능성은 없을까 생각해볼까요. 지역화폐가 너무 활성화되어 갑자기 고깃값이 비싸진다면 소비자는 대체제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입니다. 우리나라만큼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어 있고 지역별로 대형마트가 있는 환경도 드물죠. 지역화폐 때문에 물가 인상까지 간다는 주장은 그래서 무리수가 됩니다. 실제로 지역화폐 때문에 물가가 오른 예시가 뒷받침되었다면 좋았을 겁니다.



- 2010~2018년 전국 사업체 전수조사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음


2018년까지 지역화폐는 규모도 작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용 가능한 가맹점이 비약적으로 작았고, 구매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카드 가맹점이나 제로페이 가맹점을 활용하기에 예전보다 훨씬 넓고, 모바일을 통해 1분도 안 걸려서 구매가 가능합니다. 당연히 경제 활성화 효과가 보이지 않을 수밖에요. 2019년 데이터는 완전히 다를 겁니다.



3. 결론 : 현시점에 더 나은 대안이 없다면.


보고서는 온누리상품권을 지역화폐 대안으로 논합니다. 이 또한 크게 아쉬운 부분인데요. 지역화폐는 지자체 예산을 사용하는데, 지자체별로 당연히 가용예산의 차이가 생깁니다. 따라서 전국 단일로 운영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할인요율이 지역별로 다른데 구매, 사용, 환불이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것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요? 또 온누리상품권의 가맹점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큰일이죠. 현재는 간편하게 카드 가맹점을 사용합니다만 별도로 가맹점을 모으고 관련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큰일입니다.


지자체에서 자기 지역에 한정해서, 중소상공인을 특정하여 지원하는 데에는 '소비'로서는 지역화폐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맞습니다. 물론 '소비'가 아니라 다른 지원도 가능하겠죠. 세금을 감면해준다거나 임대료를 일정 부분 지원해 주는 것 등입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지원은 임시방편입니다. 부가가치 생산이 없으니까요.


힘들더라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하고, 소득에서 세금도 내게 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할 때, 현시점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지역화폐입니다. 예산상황에 맞춰 Real Time으로 조절하면서,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사용 가능한 가맹점을 잘 조정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 모든 조건을 맞추는 수단이 다른 게 없다고 판단됩니다.


정책에 대해서는 늘 비판과 토론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다만 팩트와 논거가 잘 담기는 게 필요하겠죠. 지역화폐는 내년에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흥미롭게 지켜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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