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글이 뜸했는데요.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슬픈 이유가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엉덩이 쪽이 아팠다가 안 아팠다가를 반복했었습니다. 직장인이니 오래 앉아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어물쩡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신경 쓰여 혼자 검색해보니 은근히 무서운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무슨 암일 수도 있다는 둥 40대 아재를 겁에 질리게 만들 말들이 한둘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두려운 마음을 안고 동네에 항문외과를 찾았습니다.
저는 평소에 '아니 외과면 외과지 항문외과는 무엇인가... 남사스럽다. 장사가 되겠나. 항문 아픈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무심하게 남의 일인 양 보았었습니다만 이번에 유심히 찾아보게 되더군요. 저희 동네에도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꽤 큰 규모의 항문 전문 병원이 있어 계면쩍어하며 방문했습니다.
일단 병원 대기실에 엄청난 인파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 항문병원이 다 되는 이유가 있구나. 이렇게 많다니! 놀라며 여간호사에게 쭈뼛쭈뼛 말했습니다. 엉덩이를 남에게 보이는 치욕도 잠시, 의사 선생님께서는 일단 마구 혼내셨습니다. 아니 왜 이제 왔느냐는 겁니다. 심각한 건 아니지만 오래된 치루이니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치루는 치질/치열과 함께 항문외과를 먹여 살리는 질환입니다. 독자분들이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치루는 청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닙니다. 다들 잘 좀 닦으라고 하시는데 그게 아니라고요 ㅠㅜ. 주요 원인은 음주와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자 이 두 가지에서 자유로운 대한민국 직장인 있으면 나와보세요 어디 ^^;;
무려 한국인의 연령대가 항문질환자 비중과 같다고 합니다. 즉 40대면 40%, 50대면 50%는 이쪽에 문제가 생긴 분들입니다 으하하 저 혼자 죽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곧 같은 고통을 느끼실 확률이 매우 크다는 말이죠. 이게 참 위안이 됩니다.
오늘 글의 목적이 치루 치료기면 제가 눈물 콧물 더해가며 이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드리겠으나 그건 아니니.. 암튼 치루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수술을 2번이나 하는 고난의 길입니다. 아 지난 3개월을 생각하니 울컥합니다. 암튼 엄청났거든요. 자 그런데 이게 왜 전동킥보드로 이어지느냐 하면요.
치루는 외과적 수술을 그 쪽에 하는 터라 수술 후에는 이동속도가 매우 떨어집니다. 남들 5분이면 갈 길을 걸어가면 20분 걸리게 됩니다. 아픈 건 둘째치고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는 모습은 딱 속업 안된 오버로드 느낌입니다. 차를 타면 되지 않느냐고요?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됩니다. 초기에는 아파서 도넛 방석도 소용없습니다. 지하철에 자리가 나도 쉽사리 앉지 못하는 이타심 강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통원치료를 해야 하는데 차로 10분 정도 거리의 이동이 엄청나게 애매해졌습니다. 버스도 타보고 택시도 타보고 했지만 쉽지가 않더군요. 그때 제 눈에 들어온 대안이 바로 전동 킥보드였습니다. (이제야 본론이 나오는)
사실 저는 2016년부터 샤오미 나인봇 미니라는 소형 세그웨이를 집에 두고 타고 있습니다. 자가용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동안 전동 킥보드는 거의 타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돈을 내고 타기 싫다'였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되고 나니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출퇴근을 하려면 병원을 갔다가 지하철을 타야 하니 킥보드가 최적의 대안이 된 것이죠. 제 것을 들고 다니는 건 몸상태를 볼 때 무리였습니다.
거기다 전동 킥보드는 앉지 않아도 되니... 택시보다 나았죠. 네, 그래서 동네의 전동 킥보드 업체 4개사를 동시에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각 업체별 특징을 간략히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1) 디어 (deer)
기본요금이 제일 저렴합니다. 전동 킥보드 업체들은 정액권이 아니면 대부분 기본료 + 추가 요금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맨날 동일한 구간을 다니기에 비교가 쉬웠는데 디어는 늘 요금은 적게 나왔습니다. 단 전동 킥보드 기기 자체는 오래된 것들이 많았습니다.
디어의 강점이 있는데, 바로 기기에 종료 버튼이 있는 겁니다. 다른 킥보드들은 종료하려면 앱을 켜서 눌러야 하는데 디어는 킥보드에 버튼이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는 추가시간으로 요금이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내릴 때 마음이 좀 급해집니다 (저는 없이 살아서 분당 150원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 그래서 본체에 붙어있는 버튼이 참 좋았습니다.
아 기기 대수가 좀 적은 점은 아쉽습니다. 쓰려고 해도 주변에 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황금 디어 제도 (주변에 표시된 황금 디어를 역 근처로 반납하면 보너스 포인트를 많이 줌), 주차지역에 따른 요금 할인 등이 좋았습니다.
2) 킥고잉
요금은 그냥 표준? 평균적인 느낌입니다. 기기는 신형이 많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전동킥보드가 다 거기서 거기인데, 킥고잉의 엄청난 강점은 다른데 있습니다. 바로 환승제도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30분 내에 다시 타게 되면 기본료가 면제됩니다. 저처럼 집-병원-지하철역 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 엄청난 요금할인 효과가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경유지가 생기는 경우는 킥고잉을 추천합니다.
3) 머케인 메이트
장점은 기기가 많이 보이고, 크다는 점입니다. 킥보드의 안전성은 바퀴 크기에 직결됩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면 요철이나 턱에서 안전하죠. 그건 장점인데 나머지는 장점이 안 보입니다. 그리고 가격이 싸지 않아서 저는 많이 타지 않았습니다.
4) 스윙
여기저기 눈에 많이 보입니다. 저는 대학 이메일 할인을 받아서 추가 요금 할인을 적용받았습니다만 그렇게 해도 디어보다 비싼 느낌이었습니다. 별다른 다른 특징은 모르겠습니다.
결론 : 1회성 이용은 디어, 다회 이용은 킥고잉이었습니다. (저희 동네 기준)
엉덩이가 아픈 저는 지난 3개월 동안 전동킥보드 하드코어 유저가 되었습니다. 전동킥보드 사업은 장점과 단점이 극명합니다.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치루이야기 하다보니) 2편까지 넘겨서 쓰겠습니다. 장점과 단점, 그리고 이 시장의 미래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