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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로 촉발된 전동킥보드의 미래에 대한 고민(완)

돈 되는 사업이지만 위험합니다.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전동 킥보드를 타게 된 사연을 1부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사실 저는 샤오미 나인봇 미니를 5년 동안 타고 출퇴근을 한 바 있는, 굳이 혼자 이름 붙이자면 퍼스널 모빌리티 1.5세대 정도 됩니다. 그래서 그동안 쌓인 경험에 근거해 전동 킥보드의 미래를 거창하게 진단해 보고자 합니다.


<나인봇 미니. 벌써 6년째 타고 있습니다.>




1. 전동 킥보드는 정말 편리하고 필요한가


해외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 본 적은 없으니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놈이 참 묘한 부분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바로 대중교통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건데요.

대중교통 삼형제 (택시, 버스, 지하철)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정말 잘 파고드는 겁니다.

기본료 750~1000원+분당 요금으로 이동하면 Door to Door로 삼형제보다 빠른 시간 안에, 큰 차이 나지 않는 요금으로 도착 가능합니다. 그야말로 라스트마일(Last Mile)을 커버하는 건데요. 도심지의 교통체증을 감안하면 오히려 훨씬 빠릅니다.

저는 예전에는 나인봇 미니를 출퇴근시 들고 다녔습니다. 사진의 저 녀석인데 12.8Kg입니다. 무겁지만 운동한다 생각하면 성인 남성이 못 들 무게도 아닙니다. 평소 같으면 지하철 환승으로 갈 목적지도 내려서 바로 이동할 수 있으니 예전부터 매우 만족했습니다.

제가 했던 것처럼 들고 다니는 수고로움이 없어지니까 현재의 전동 킥보드 서비스가 더 매력적인 것은 맞습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2.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안전은 어떠한가


위험합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건 그야말로 순한 맛 느낌입니다. 매우 위험합니다.

나인봇 미니는 최고속도가 시속 18km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정돼서 나오고, 이 이상 가속하면 스스로 속도를 떨어뜨립니다. 아무리 급해도 저 속도로 가야 합니다. 현재 전동 킥보드가 25Km 임을 감안하면 꽤 느려 보이는 속도입니다. 그런데도 엄청나게 위험했는데요. 이게 저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인봇 미니는 바퀴가 전동 킥보드보다 큽니다. 그래서 노면의 웬만한 요철, 구덩이 등에서 안정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6년 동안 아찔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저 혼자 넘어져서 다치고 까지는 거야 괜찮습니다. 남과 부딪히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끔찍한 건 저는 저는 넘어지고 기기 혼자 굴러가서 도로로  들어갈 때였습니다. 엄청난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죠.

전동 킥보드는 다른 이슈도 생깁니다. 이게 타 보신 분들은 크게 느끼실 부분인데, 도로로 다니고 싶은 유혹이 자꾸 든다는 거죠.

전동 킥보드는 바퀴가 작고 속도가 빠릅니다. 그래서 아스팔트 위에서 승차감이 가장 좋습니다. 도로 가로 달리면 인도나 자전거도로보다 훨씬 빠르고 승차감 좋게 달릴 수 있습니다. 차만 안 올 상황이면 차도에서 달리고 싶은 유혹이 듭니다.


지난 6년 동안 안전장비를 하고 타는 사람을 몇 번 보긴 봤습니다. 이분들은 모두 '자가' 전동 킥보드를 타는 분들이었습니다. 업체 것을 빌려 타는 분들 중에는 한 번도 못 봤습니다. 당연하죠. 전동 킥보드가 성행하는 이유는 승차와 반납의 편리함에 있습니다. 급할 때 잠깐잠깐 이용하는데 장비를 챙길리가요.공유 킥보드 업체들도 손익에 민감하니 앞으로도 안전장비까지 같이 제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전동 킥보드는 위험합니다. 자전거보다 바퀴가 작으면서 빠르고 신체 대부분이 그대로 노출된 체 운행하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타시는 분들은 정말 조심해서 타셔야 합니다.




3. 전동 킥보드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몇 가지 이슈들과 함께 전동 킥보드 산업이 어떻게 굴러갈지(?) 예상해 볼까요.



1) 관련 보험 정비가 시급합니다.


현재 전동 킥보드 전용보험은 사업자용과 개인 피해보상형(DB손보) 정도입니다. 지난 10월부터 피해자는 우선 자신의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를 하고 가해자에게 보험사가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여전히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는 보험처리가 애매합니다.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탈 수 있다 보니 자동차 보험이 없는 미성년자도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손보율을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시장에 들어오려 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 빈도와 사고 규모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킥보드 공유 업체가 보험을 들어도 되겠으나, 비용 이슈가 만만치 않죠. 사용료에 보험료를 포함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만 출혈경쟁 중인 킥보드 업체들이 용인할지 모르겠네요.


<점점 늘어가는 사고율. 안타깝습니다. 출처 : 더스쿠프>




2) 결국은 택시처럼 지역사업자 체제로


온갖 전동 킥보드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한발 떨어져서 단순하게 보면 이들은 현재 각 지역별 택시사업자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택시나 버스업체들은 형태와 서비스는 전국이 거의 같습니다. 전동 킥보드도 굳이 전국 재패를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전국을 쫙 덮어서 규모로 찍어 누르면 가장 좋겠습니다만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수익이 발생하는 시장입니다.


전동 킥보드 사업에 적합한 지역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을 것, 지하철과 주거단지 간 거리가 떨어져 있을 것, 되도록 언덕이 없는 평지 위주일 것 등입니다. 문제는 이런 곳은 나한테만 좋은 시장이 아니라 다른 업체들에게도 똑같이 좋은 시장이란 것이죠. 그래서 지역별로 경쟁이 치열할 것이고 지역별 강점을 가진 업체들이 나타날 겁니다. 택시회사들처럼요.



 3) Meta-App, 사업자들은 각자 앱을 추구하지만 고객은 엄청나게 귀찮기에


겨우 4개 사가 경쟁하는 저희 동네에서도 제 주변에 킥보드가 있나 없나 보기 위해 4개 앱을 한 번씩 켜 봐야 했습니다. 이거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카카오 택시가 국민앱이 될 수 있었던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주변의 모든 택시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택시회사별로 앱을 켜야 했다면 지금의 카카오 택시가 가능했을까요?


개별 킥보드 업체 입장에서는 자사 앱 사용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노릇입니다. 앱 설치수와 다운로드 수, 회원가입수가 다 투자받는데 필요한 지표입니다. Push를 통한 마케팅, 고객 위치 확인 등을 위해 자사 App 보급률을 늘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불편은 계속될 겁니다. 한참을 고객 불편을 야기하다가  업체끼리 연합을 하던가 뭔가 대안이 나오지 싶습니다. API를 제공해서 타 앱에서도 자사의 킥보드 위치를 제공하여 여러 업체의 킥보드를 동시에 보여주는 앱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앱에 다른 모든 킥보드사들이 들어올지는 미지수입니다.


메타 앱 구현 예시. 한 앱에서 여러 킥보드 위치가 동시에 보입니다 출처 : 카찹



4) 그럼에도 확장세는 계속될 겁니다


초기 투자 이후 지속적으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점이 킥보드 시장의 매력입니다. 중국산 킥보드 단가는 점점 낮아지고 있고 성능은 좋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역 근처 반납 시 포인트를 준다던가 해서 관리비를 절감하는 것도 그렇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으니 운영 효율성은 점점 좋아지겠죠

도심지에서 기존 대중교통대비 확실한 강점이 있기 때문에 또 하나의 대중교통으로 자리매김할 겁니다. 앞서 말한 많은 위험요소와 한동안 공존을 계속하면서요.



4. 결론 : 갈길이 멀지만 가긴 가야 할 길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거고 안전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될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전도 많이 나타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동 킥보드 업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기는 바로 기술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훨씬 작고, 싸고, 훨씬 가벼우면서 배터리도 오래가는 가방에 넣을 수 있는 전동 킥보드가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접이식 자전거도 있는 마당에 안 나오란 보장도 없습니다. 휴대성이 좋아질수록 킥보드 대여업체는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기를 보유한 제가 딱 그런 마인드였거든요. 돈 주고 타기 아깝다.. 이돈 모았으면 벌써 한대 샀겠네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나인봇 드리프트 W1 모델. 3.5kg으로 가방에 휴대할 수 있는 모빌리티입니다.


개인형 모빌리티는 향후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어 갈 겁니다. 저는 플라잉 슈트 같은 것도 머지않은 미래 (제가 할아버지가 되기 전엔)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대세를 멈출 순 없으니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요. 흥미롭게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기술의 발전을 법과 제도가 어떻게 쫓아갈지에 대해서도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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