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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류학자 Aug 19. 2023

미국에서 생태 연구하기 (1)

초겨울, 연구실 회식이 끝날 즈음 한 선배가 교수님께 미국에 언제 가시냐고 여쭤보았다. 교수님께서는 오래전부터 미국에 종종 방문하여 까마귀과 새를 연구하셨고, 올해도 역시나 연구차 방문할 예정이셨다. 조만간 갈 예정이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시자, 선배는 누굴 데려가실 계획인지 여쭤보았다. 교수님께서 별 계획이 없으시다고 했고, 선배는 진석(저요^^)이는 어떻냐고 웃으면서 물었다. 살짝 놀라신 교수님은 생각도 못했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관심 있냐고 물으셨다. 그렇게 나는 교수님의 원정 연구에 따라가게 됐다.


짧은 기간 내에 연구 목적을 달성해야 했기에 일정은 빡빡했고,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연구 장비와 재료를 챙기고, 보험을 신청하고, 여권을 확인하는 등 신경 쓸 것들이 많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거기서 연구할 대상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전에 나온 논문을 보면서 중요한 점들을 미리 알아두려고 노력했다.


시간은 금세 흘렀다.




한국에서 미국 애리조나까지 이동했다. 비행기에서 그렇게 오래 머물러 본 것이 처음이라 제대로 잠도 못 자고 피곤한 상태도 미국 땅을 밟았다.

밤에 도착한 숙소.
애리조나 대학교 주변 풍경.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일정은 크게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가지고 있는 표본을 연구하는 것과 남서부에 위치한 research station에 방문하여 교수님께서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계속해오신 멕시칸 제이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애리조나 대학교 주변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사람이 많고 적당히 자연과 어우러진 곳이었다. 제일 좋았던 것은 벌새를 처음 본 것인데 (이들은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다. 박각시를 보고 벌새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크기가 너무 생각만큼 작았다. 내가 엄청 행복해하자 나를 본 교수님들과 연구원님께서 귀엽다는 듯이 웃으셨다. 그 자리에서 벌새를 처음 보는 것은 나뿐이었다.


더운 지역이라 그런지 학교에 야자수가 많았다.


애리조나 대학에서 연구하시는 분의 안내를 받아 표본을 살펴보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표본을 보고, 다시 저녁을 먹었다. 밥을 먹기 위해 이동할 때 학교의 야자수가 여긴 한국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 유명한 월마트에도 갔는데 해리포터에 나올법한 초대형 케이크가 있었다. 실험용으로 식빵도 구입했는데 0.99$라서 여기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초대형 케이크.

애리조나 대학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연구스테이션으로 이동하기 전, 간단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차로 이동하는데 양옆에 선인장만 보이는 구간이 나왔고 그 길이나 엄청나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에 방문한 터라 그렇게 덥지는 않았고 잠깐 내려서 탐조도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만난 새가 Northen Mockingbird로 내가 연구하는 사냥 전략을 보이는 조류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는 서식하지 않아 영상과 사진으로만 보던 새였는데, 이번 기회에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생태학 교과서에 나올법한 풍경


오듀본샵.

이어서 오듀본 nature shop을 방문했다. 오듀본은 18세기에 활동한 조류학자로, 그의 이름을 딴 협회도 있고 이렇게 가게도 있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매우 유명하다. 그 당시에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기에 간단하게 배지만 하나 샀는데 지금 만약 간다면 잔뜩 쓸어올 자신 있다.


차로 달리고 달려, 해가 질 때 즈음 스테이션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가 넘어갈 때쯤 도착했는데 탁 트인 사막의 풍경이 압도적이었다.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 큰 식당을 주인이 직접 지었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이 사는 집을 직접 짓는다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실제를 접하니 꽤나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조금 더 달려 연구스테이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어두워 주변을 볼 수 없었고 다음날 내가 어제 본 그 장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었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야 스테이션 주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내렸는데 그 풍경이 정말 압도적이었다.
스테이션 근처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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