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V에 대한 모빌리티 사업기획자의 생각

SDV의 S는 Software가 아니라 'Service'가 될 것입니다.

by JinSeok Kim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걸 대표적으로 나타낸 용어가 SDV입니다.

하지만 2025년인 지금, 우리는 여전히 차 안에서 앱을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연결하거나, 그냥 스마트폰을 씁니다.


SDV가 정말로 유저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는 다소 모호하다는 생각입니다.


테슬라의 FSD를 포함한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환기, 현대차그룹의 AVP를 이끌던 송창현 사장의 퇴임, 중국 완성차 브랜드의 한국 진출과 같은 최근의 굵직한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SDV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근본적인 질문: SDV는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SDV의 용어 정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차량의 하드웨어적인 요소가 고정되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한 생산체계/아키텍처를 통칭하는 것”이라는 데에는 컨센서스가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SDV는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이 소프트웨어에 있음을 선언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SDV는 고객에게 정말로 차별적 우위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자동차가 등장한 이래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쟁력은 하드웨어(기계공학적 요소)와 제조/생산 역량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엔진을 만들 수 있는 기술 역량을 보유한 회사 자체가 많지 않았고,

디자인 역시도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닌, 공력에 대한 고려+ 해당 디자인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금형 역량 +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강성 확보 등 종합적인 산업공학 역량의 결정체였습니다.

또한 장치산업인 만큼 대규모 생산에도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최대한 저렴하게 생산해야만 가격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경영학에서 고전적 사례인 JIT 등)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엔진 기술의 해자가 급속도로 낮아졌고,

기계공학적 역량도 상향평준화되어 (적어도 대중 세그먼트에서는) 글로벌 탑티어 브랜드와 2nd 이하 티어 그룹 사이의 체감할 수 있는 상품성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점점 스펙보다는 브랜드 헤리티지와 디자인 등 감성적인 요소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요즘에 자동차 유튜버들이 기계적 성능 테스트를 잘 안 하는 것도 이러한 경향에 따라 ROI가 안 나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향 속에서 “소프트웨어”가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결정적인 차별점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SDV는 고객관점이 아닌, 제조 관점에서도 통합제어 아키텍처의 효율적 구조, OTA를 통한 유지보수 측면 등 “인프라” 관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유저 관점의 가치 창출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 산업적 의미에서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피처폰과 스마트폰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서버에 연결되어 있을 때 더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에, SDV는 커넥팅을 전제로 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차이는 단순히 인터넷에 연결된 것에 있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피처폰과 다르게 단순히 정보의 조회, 기본적인 처리를 넘어서 어플리케이션들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다양한 부가가치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SDV는, 자동차라는 공간 안에서 어떤 새로운 ‘행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물론 상업용 차량의 소프트웨어가 대규모 정비/유지보수를 도와주거나, 효율적인 관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개인 고객에게도 OTA를 통해 인포테인먼트가 지속 유지보수가 되는 것도 의미가 있고요.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며, 자동차 내에서 구동되는 어플리케이션 생태계가 스마트폰의 다양한 앱 생태계만큼 다양해질 거라고는 잘 상상이 안됩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상당 부분은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연결을 통해 해소가 가능합니다.)


SDV는 자율주행을 담기 위한 그릇, 진짜 중요한 알맹이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지점은 자동차에서의 핵심 행위인 “운전”을 대신하는 것에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중요한 건 SDV가 아니라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아닐까요?


자율주행을 잘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SDV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언가 핵심에서 빗나간 느낌입니다.

다시말해 SDV는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하는 기반으로, 유저가 가장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가치는 자율주행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행동 양식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택시 혹은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되지 않을까요?


아마도 자율주행 상황에서 우리는 더 스마트폰에 빠져들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은 이미 콘텐츠, 결제, 계정 측면에서 완결된 생태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에는 더 큰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으니,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우위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또한 스마트폰과의 연결이 중요할테니 결국 자율주행 차량은 ‘경험의 장소’가 될 수는 있어도, ‘이동 외 경험제공의 주체’가 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결국 SDV는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하는 기반으로, 고객이 가장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가치는 자율주행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중요한 것: 서비스=Service Defined Vehicle

그렇다고 SDV가 아무 의미 없는 개념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자율주행 기술은 테슬라, 웨이모, 포니AI, 위라이드 등 미국과 중국 일부 업체의 선도적인 기술 영역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 역시 과거 엔진 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초기에는 소수 기업의 차별화 요소였다가 점차 보편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차량 자체의 기술 격차는 줄어들 것이고,
결국 이동 과정에서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완성도 높고 심리스하게 제공하는가가 승패를 가를 것입니다.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된 시대는 곧 ‘택시비가 극단적으로 저렴해지고’, 동시에 ‘운전기사 운용 비용이 사실상 사라지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차량을 소유하든, 리스하든, 혹은 공유하든 어떤 방식이 주류가 될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점은 차량 1대당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지니스 적으로도 더 이상 차량 판매의 양이 절대적으로 늘기 어려워 차량에서 발생하는 서비스의 수익 극대화가 더 중요해집니다.


그 결과 모빌리티 산업에서 중요한 경쟁 요소는 기존과는 다르게,
누가 더 많은 이동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다양한 이동 맥락에 맞춰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지,
문제 발생 시 얼마나 높은 신뢰도로 대응할 수 있는지 등 “서비스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SDV가 가치를 가지려면 하드웨어도 서비스 최적화되어야 하고, 따라서 PBV가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SDV는 Software Defined Vehicle에서, Service Defined Vehicle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서비스를 잘 만드는 기업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종합해 보면, SDV는 그 자체가 목적지가 아니라,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생각입니다.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는 시점에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Mobility as a Service 시대가 열릴 것이며,

우리는 모터라이제이션(motorization) 시대를 지나 모빌리타이제이션(mobility-ization)의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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