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에서 AI로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핵심 아이디어만 있으면, AI가 순식간에 이를 구체화한 글을 써내려가니 많은 사람들이 AI를 글쓰기 수단으로 쓰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는 AI로 글을 쓰기보다는 편집자/ 사고 파트너로 활용하는 걸 더 선호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통해 저를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저는 글을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발전되는 것을 즐기며, 글에 담긴 생각, 글 전개/전달 방식, 문투에서 제 자신이 드러나길 바랍니다.
이러한 제 목적에는 AI가 직접 글을 쓰게하기 보다는, 제게 피드백을 주는 파트너로서 함께 쓰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다음은 제가 AI와 글을 쓰는 방식입니다.
☑️ 처음에는 글을 쓰게된 모티프만을 가지고 두서없이 써내려갑니다. 글이 꼭 완성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중요한 몇 가지 문장이 생겨납니다.
☑️ 이를 기반으로 AI에게 1차 피드백을 받습니다. 글의 팩트를 체크하고, 논리적으로 비약은 없는지 등 “생각의 빈틈”을 점검합니다. 혹은 제가 하고자하는 얘기가 최신 담론에 비해 뒤쳐진 얘기는 아닌지를 점검하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목적이 명확하면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 AI의 답변을 읽다보면 글을 구조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내가 진짜 하고자하는 얘기가 어떤 건지 자연스럽게 선명해지게 됩니다. 생각을 더 발전시키면서 글의 결론까지 명확하게 작성합니다.
☑️ 완성된 글을 바탕으로 주요 논지에 대한 반론과 이에 대한 재반론을 AI에게 요청합니다. 반론과 재반론을 읽다보면 어떤 것은 설득이 되고, 어떤 것은 내 생각을 밀어붙여야겠다는 판단이 섭니다. 이를 바탕으로 글을 다듬습니다.
☑️ 다듬은 글을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독자 (e.g 실리콘밸리 사업기획자 등)를 정하고 이들이 내 글을 읽었을 때의 반응을 AI를 통해 시뮬레이션해봅니다. AI는 특성 상 롤 플레잉을 참 잘하므로 구체적인 롤을 지정해줬을 때 더 날카로운 것 같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가 다른 독자들의 반응과 혹시나 오해가 생기거나 불편함을 만들 수 있는 포인트를 점검합니다.
☑️ 최종적으로는 글을 3000자 이내로 정제하기 위해 덜어낼 만한 부분을 추천받습니다. 추천을 참고해서 이 과정에서 어떤 내용은 과감히 삭제하기도 하고, 표현을 축소하거나 문장을 다시 쓰기도합니다.
☑️ 마지막으로는 완성본을 역으로 만들 수 있는 프롬프트를 AI에게 요청합니다. 이는 일종의 회고 과정으로 글에 담겨있는 나의 생각을 제 3자입장에서 한번 더 확인하며 내 생각을 더 정리/발전할 수 있습니다.
☑️ (추가 팁) 해당 글을 NotebookLM에 넣고 AI 오디오 오버뷰를 통해 팟캐스트를 생성해서 들어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저는 재미를 위해 생성시 때로는 칭찬해달라고도, 비판해달라고도 합니다. 저는 러닝하면서 듣고는 하는데, 제 글을 제 3자가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몰입이 잘됩니다.
(※ 팟캐스트를 영어로 만들면 영어 공부하기도 좋습니다 � )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혼자 글을 쓰는 것보다 더 밀도 높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작가가 노련한 편집자와 일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합니다.
좋은 편집자는 파트너로서 글의 의도를 더 잘 살릴 수 있도록 좋은 피드백을 주거나 다른 시각을 제시해 줍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는 더 깊은 생각의 단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서문에서 편집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것도 좋은 편집자와의 협업이 좋은 글을 완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퇴고”를 통해 셀프 피드백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퇴고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다독을 통해 좋은 글을 많이 읽어본 경험이 필수적이고, 아무리 다독한 사람이더라도 본인의 관점에 제한되므로,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는 다양한 의견을 받는 데 강력한 도구입니다.
더군다나 주변 지인 등 실제 사람에게 피드백 받을 때에 비해 더 자주, 여러번 요청할 수도 있고,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질문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왕 시간을 들여 글을 쓰는만큼 “내 글”을 “잘” 쓰고 싶습니다.
최근 글을 쓰면서 이러한 목적을 위해 AI는 반드시 필요한 동반자라는 생각을 부쩍 자주하게 됩니다.
AI로 글을 더 빨리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글을 쓰는 목적이 사유에 있다면, AI를 생각을 다듬고, 검증하고, 흔드는 파트너로 사용해보면 어떨까요?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사고를 더 탄탄하게 단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