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 관성을 깨고 경험의 밀도를 높여야 할 때

일단 해봐야 합니다.

by JinSeok Kim
Gemini_Generated_Image_7i2vmz7i2vmz7i2v.png


1. 학습(Study) vs 체득(Learn)


저는 공부할 때 독학/자습파였습니다. 여기에는 환경적 영향이 컸습니다. 산본이라는 작은 신도시에서 자란 제게, 인근 평촌 학원가는 심리적으로 '유학' 수준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좋은 학원에서 알려준다는 쪽집게 문제가 궁금하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집 앞 상가 학원을 다닌 것 외에는 주로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했습니다.


이 습성은 대학 시절에도 이어졌습니다. 자취하며 생활비에 쫓기다 보니 무언가를 돈 내고 배우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원의 제약이 오히려 독학을 강력한 무기로 만들어주었습니다. 혼자 삽질하며 배웠기에 고민할 시간이 많았고, 고난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는 생존 태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일단 스스로 “공부”해보려는 습관이 생겨 무언가를 선뜻 실행에 옮기는 속도가 늦었습니다. 또한 독학에 무게를 두다 보니 해당 분야의 최신 메타와 거리를 두게 되었고, 비용 투입에도 부정적이다 보니 새로운 스킬을 빠르게 익히는 데 불리했습니다.


범위가 정해진 공부(Study)에는 독학의 강점이 있습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소화하는 시간(X)이 실력(Y)에 어느 정도 선형적으로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직접 해보면서 익혀야 하는 영역(Learning by doing)은 독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운전을 배울 때 교본을 보는 것보다는 도로에서의 연습이 훨씬 더 중요한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독학의 관성이 오히려 내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2. AI의 특징: 비선형적 발전 & 가속도


특히 AI 영역은 비선형적으로 발전합니다. (“특이점이 온다”) 알파고 이후 챗GPT까지 5년이 넘게 걸렸지만, 거기서 불과 2년 만에 우리는 엑셀보다 생성형 AI를 더 자주 쓰게 되었습니다. 이런 속도 앞에서는 혼자 길을 헤매기보다 앞서 나가는 이들의 방법론을 빠르게 수용해야 합니다. 지도를 그리느라 시간을 다 보내면, 길을 나설 때는 이미 지형이 바뀌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AI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픈 AI의 샘 알트만은 미래의 격차가 "AI를 매일 써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노력을 해도 메울 수 없는 '비가역적인 격차'가 발생하기 전에 일단 파도에 올라타야 하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이해하려면 파동의 한가운데 있어야 합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오픈AI와 오라클의 뉴스에 시장이 들썩였지만, 이제는 오픈AI의 수익 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직접 도구를 쥐고 속도감 있게 사용해 보는 과정에서만, AI의 파도 속에서 무엇이 본질인지 '맥락(Context)'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3. 변화의 속도를 타는 법 : 실행의 밀도

AI 시대에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지식의 격차가 아니라 경험의 밀도 차이입니다. 나중에 배우겠다거나 일단 공부를 좀 해보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그때가 되면 이미 도구와 한 몸이 되어 일하는 사람들과의 격차는 노력만으로 메울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만은 "AI 에이전트를 안 쓰는 전문직은 오늘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전혀 안 쓰는 전문가와 비슷하게 보일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하나라도 더 프롬프트를 던져보고 에이전트를 돌려보는 것, 즉 '시행착오의 단가를 낮추고 횟수를 늘리는 것’이 경험의 밀도를 높여주는 우월 전략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AI 업계에 있지 않은 이상 모든 에너지를 여기에 쏟기는 어렵습니다. 몇 가지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나의 현실에서 AI를 적용하기: 내가 하는 일은 AI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꼭 바이브코딩으로 앱을 만들지 않더라도 일상의 비효율을 개선하거나 사고를 증폭시키는 영역 어디서든 AI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경험이 부족해서 상상해보지 못했을 뿐입니다. 다양한 활용 케이스를 접하다보면 내 일에 접목할 영감이 떠오릅니다. 또한 실전에 적용하다보면 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특히 조직에 AI를 강조하는 리더일수록 직접 써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사용 경험 밀도가 높지 않은 리더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죽은 소리”로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무에서 보안때문에 사용이 제한된다면 이사, 투자 포트폴리오, 가정 상담 등 일상의 의사결정에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전략적 비용 투자: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는 이유는 자체 수익(Bootstrapping)만으로는 시장의 속도를 앞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받은 돈으로 시간을 사고 성장의 밀도를 높이는 것처럼, 개인도 비용이 일부 낭비되더라도 전략적 지불이 필요합니다. 유료 모델을 과감하게 구독하고 써봐야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또한 헬스클럽에 돈을 내면 한 번이라도 더 운동을 가게 되듯, 일단 돈을 써서 나를 실행의 환경에 강제로 노출시켜야 합니다. 챗GPT의 유료 구독자 비율은 5% 내외로 추정됩니다. 유료 구독만으로 관심도 측면에서 90% 이상을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AI와 관련 주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투자를 하면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에 대해 관심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론에 대한 교양: 엑셀을 잘 쓰기 위해 엑셀을 직접 만들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AI의 대략적인 맥락을 알면 활용도가 달라집니다. 구글이 공개한 LLM의 원리에 대한 강의도 흥미롭습니다. 프롬프팅의 원리나 할루시네이션의 이유를 이해하면 최신 담론을 흥미롭게 따라가고, 나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신 담론에서는 왜 LLM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하는지, 또한 자율주행에서 비전과 라이다 중 어느것이 더 유리한지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벤치마킹 활용: 성장의 밀도를 높이려면 '방법론을 찾는 삽질'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행히 세상에는 고급 노하우와 지식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좋은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새롭게 발전하는 분야가 항상 그렇듯이 교류 속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상 인플루언서와 주변 동료의 노하우를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최근 다양한 AI 활용 사례를 접하면서 에이전트(Gem) 시스템을 구축해봤습니다. 그동안 나름 AI를 활용해본다고 해왔지만 “왜 진작에 이렇게 안했을까”하고 뒤늦은 후회를 했습니다.


——

변화의 속도가 아득한 시대에 생존하려면 관성을 깨야 합니다.

지금은 돈을 써서라도 시간을 사고, 그 확보한 시간을 변화의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실전'에 쏟아부어야 할 때입니다.


직접 부딪히며 몸으로 익힌 감각만이, 어떤 기술이 몰아쳐도 대체되지 않는 나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될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AI와 고유한 생각이 담긴 글을 쓰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