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컴백: 기획과 체급 사이에서 만들어진 결과

사업기획자의 분석

by JinSeok Kim


K-POP 최고의 IP인 BTS의 컴백을 보며, 이 프로젝트는 사업기획 관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례라고 느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획적으로는 선택과 트레이드오프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지만, BTS의 체급에 맞는 실행으로 목표한 결과를 달성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입니다.


1. 문제의 출발점: 명확했던 의도


이번 앨범의 지향점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입니다.


영어 중심 구성, POP 기반 사운드(+그에 걸맞은 프로듀서진), 접근성을 고려한 메시지. 이 자체는 매우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문제는 이 지향점 위에 얹힌 핵심 상징의 선택입니다.


2. 왜 ‘아리랑’이었을까


Arirang을 전면에 내세운 선택은 이번 기획에서 가장 이질적인 부분입니다.


여기서 하나의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의식하는 과정에서, 다소 설명적인 접근이 선택된 것은 아닐까”라는 점입니다.


한국적 요소를 ‘설명해야 한다’는 전제,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익숙한 프레임. 하지만 2020년대는 고유한 문화적 요소가 ‘설명 대상’이 아니라 ‘매력’으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BTS 정도의 브랜드가 굳이 이 프레임을 다시 꺼낼 필요가 있었을까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다시 설명하려 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물론 저처럼 한국 문화가 세계의 변방이었을 때 유년기를 보낸 사람 입장에서, 아리랑을 때창하는 글로벌 팬들의 모습은 여전히 소름 돋는 장면이긴 합니다.


3. 기획의 밀도: 설명 vs 경험


좋은 기획은 설명하지 않고, 느끼게 합니다. 이번 앨범은 다소 반대 방향에 있습니다.


1번 트랙에서부터 멜로디로 직접적으로 ‘아리랑’을 제시하고, 타이틀 뮤직비디오 역시 조선 유학생 모티프를 전면에 드러냅니다. 이 방식은 이해를 돕지만 동시에 해석의 여지를 줄입니다.


반대로 리듬, 질감, 디테일로 녹여냈다면 팬들이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는 구조가 되었을 것입니다. K-POP 팬덤은 “해석하는 경험” 자체를 즐깁니다. 이번 기획은 그 여백이 다소 부족했습니다.


아리랑이 필연적 선택이었다면, 멜로디를 직접 사용하는 대신 한국적 타악기의 리듬만으로 텐션을 끌어올리거나, ‘SWIM’의 뮤직비디오가 조선인 유학생 모티프라면 곡의 말미에 실제 육성을 배치하는 방식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조금 더 세련된 표현 방식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4. 개별적 완성도는 높지만, 약한 응집력


수록곡 개별 곡의 퀄리티는 화려한 프로듀서진에 걸맞게 매우 뛰어납니다. 하지만 앨범 단위로 보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지 않습니다.


‘Body to Body’는 훌륭한 1번 트랙이고, ‘SWIM’은 서정적인 타이틀곡의 역할을 충분히 합니다. 6번 트랙 No.29를 전후로 분위기가 나뉘는 흐름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무엇을 말하려는가”는 여전히 흐릿합니다. 만약 확실한 뱅어 한 곡이 더 있었고, 타이틀이 ARIRANG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아쉬움은 훨씬 덜했을 것입니다.


5. 생각해볼 문제: 주체의 이동


이번 앨범에서는 K-POP 시스템 중심의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한 인상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시스템의 밀도가 아티스트의 고유한 서사보다 더 짙게 투영된 것처럼 보이는 순간도 존재했습니다. 다시 말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보다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가 앞선 느낌이었습니다.


BTS의 성공은 단순히 기획의 승리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에고와 K-POP 시스템의 균형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이번에는 그 의사결정의 균형이 시스템 쪽으로 다소 기울어진 인상이 있습니다.


물론 BTS라는 거대 IP에게 부여되는 책임감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분명 존재합니다.


6. 광화문 공연: 왜 광화문이어야만 하는가


컴백 첫 무대를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한다는 것은 BTS다운 상징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획적 불균형도 존재했습니다.


대중은 ‘광화문 광장’에서의 공연을 기대했지만, 실질은 넷플릭스를 고려한 ‘광화문’ 공연이었습니다. 광장이라는 단어는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는 컴백 쇼케이스에 가까운 형태였습니다.


앨범 직후 진행된 무대는 분위기를 충분히 고조시키기 어려웠고, 코어 팬들에게도 광화문은 친절한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수요 예측과 커뮤니케이션 사이에서도 미스매칭이 있었습니다. 26만 명이라는 수치는 수용 가능한 최대 인원이었지만, “BTS니까 최대치로 찬다”는 전제가 작동하며 이에 맞춘 안전 통제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이 공연은 대중에게 함께 즐기는 축제라기보다 ‘다른 세상의 이벤트’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공간’의 상징성이 대중과 핵심 이용자층의 ‘경험’보다 앞선 기획이었습니다.


물론 정치·안전·행정 등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하면 실무진이 감당해야 했던 한계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광화문이었어야 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컴백 무대였어야 했는지는 생각해볼 지점입니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동 판매량과 빌보드 차트 성적을 보면 이번 컴백은 분명 성공적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BTS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아리랑은 BTS의 노래이기 때문에 글로벌에서 수용됩니다. 팬들은 BTS가 한국이라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BTS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의 정체성인 한국적 요소에도 관심을 가집니다.


8. 정리: 기획 vs 체급


이 사례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기획적으로는 선택과 트레이드오프가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지만, 아티스트의 체급이 결과를 증명했다.”


물론 이러한 선택들이 당시의 전략적 판단과 다양한 제약 속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BTS는 이미 아득하게 멀리 왔습니다. 결국 그들이 써내려갈 다음 장은 K-POP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무엇을 증명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이름에 부여된 책임감보다, 7명의 아티스트로서의 흥미와 진정성이 앞서는 다음 챕터를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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