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이름부터 예쁘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나라

by 뮌헨 가얏고
이스탄불
이름부터 예쁘다.
괜히 한 번 더 말해보게 된다.


대학 3학년 때였다.

유럽 배낭여행 동아리가 처음 만들어졌고,

가고 싶은 나라를 고르라고 했다.

나는 튀르기예와 그리스를 선택했다.


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끌렸다.

왠지 신비롭게 다가왔다.


그리스는 몇 년 전에 다녀왔다.

재작년 겨울(2024년 12월)엔 사이프러스도 가봤다.

이번에 드디어 튀르기예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어둔 약속을 지키는 기분이다.


한국에 있을 때 대학에서 ‘세계음악의 이해’라는 수업을 한 학기 맡은 적이 있다.

그 수업을 해야 다음 학기에 ‘한국음악의 이해’를 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도 보고, 영어 책도 번역해 가며 공부했다.

과목 자체가 생소해서 그때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하나가 튀르기예 음악과 수피 댄스였다.


빙글빙글 도는 흰 옷.

낯설지만 아라비안 나이트를 연상케 하는 선율.

계속 귀에 남던 리듬.

그래서였는지

언젠가는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기대하면 실망이 클 거라는 지인의 말에 기대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듀오링고로 기본 언어 공부도 하고,

전자도서관에서 관련 도서도 네 권이나 빌렸다.

기대 안 한 사람 치고는 평소와 달리 준비가 많았다.


언어는 앱 안에서는 꽤 잘했다.

막상 와서는 한마디도 못 썼다.

진짜로 생각이 안 났다.

오로지 su(수, 물)와 süt(숫, 우유)만 생각났다.

조금 민망했고, 조금 웃겼다.


아시아 지구라고 해서 특별히 어떤 분위기를 기대했던 건 아니다.

막상 가보니 딱히 상상과 다르지도, 같지도 않았다.

어떤 골목은 서울 같고,

어떤 언덕은 부산 같고,

어딘가는 홍콩이나 마카오를 떠올리게 했다.

왠지 익숙했다.

호텔 아래에는 페리 선착장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빠르게 가고,

하나는 돌아간다.

갈 때는 빠른 배를 탔다.


도착해 보니 우리가 가려던 곳과 조금 어긋나 있었다.

결국 택시를 탔다.

돌아올 때는 일부러 돌아가는 배를 탔다.

배도 더 크고, 동선도 더 좋았다.

택시를 탈 필요가 없었다.

더 나았다.


페리에서 내리자 모스크들이 보이고, 큰 튀르기예 국기가 줄줄이 걸려 있었다.

선착장을 나와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낚시하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연기가 올라와 공기가 살짝 뿌옇게 보였다.


뭘 잡는지, 얼마나 잡았는지 궁금해서 가까이 가봤다.

처음엔 정어리인 줄 알았다.

생각보다 컸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멸치, 하므시(Hamsi)라고 했다.


잡아서 바로 팔고,

옆에서는 구워서 빵에 넣어준다.

현지인들에겐 인기 있는 음식 같았다.


이곳 맛집을 검색할 때 우리나라 빙어튀김처럼 생긴 생선튀김 사진이 계속 보였는데,

이렇게 여기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였던 거다.

유명한 이유가 있었네.


페리장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동상과 무덤을 마주쳤다.

바르바로스(Barbaros Hayreddin Paşa).

붉은 수염으로 악명을 떨치던 해적이라고 했다.


해적인데 이렇게 멋진 무덤이 있다니, 조금 의외였다.

공원 이름, 건물 이름, 동상, 무덤까지.

처음엔 그냥 해적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오스만 제국의 해군 제독이 된 인물이었다.

이 도시에서는 꽤 중요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러다 문득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끔찍하게 생긴 바르보사가 떠올랐다.


설마 하고 찾아보니,

그 이름이 여기서 왔다고 한다.

괜히 반가웠다.

마치 탐험가가 대단한 사실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뿌듯했다.


내일은 또 어떤 탐험을 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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