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바람, 그리고 두 시간

이스탄불은 고양이의 도시 같았다.

by 뮌헨 가얏고

정말, 이 도시는 고양이로 가득하다.


호텔 안에도 고양이가 있고
거리에는 길고양이를 위한 집이 널려 있다.
밥그릇도 여기저기 놓여 있고
시간 맞춰 따뜻한 음식을 담아주는 사람들도 보인다.

어딜 가나 포동포동한 고양이들이
느긋하게 앉아 있다


털이 길고 우아한 고양이도 있었고
예전에 내가 키우던 고양이 네로와 닮은 고양이도 있었다.

만화에 나오는 톰처럼 생긴 고양이도 있었다.


호텔이 언덕 위에 있어서
아래로 내려갈 때는 모스크를 지나는 지름길을 이용했다.
그 마당에 늘 그 고양이가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를 톰이라 불렀다.

지나갈 때마다 오늘도 있네, 하고.



재작년 겨울에 갔던 사이프러스도 고양이 천국이었는데
여기도 그렇구나 싶었다.
이슬람 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됐다.


이스탄불 거리에는 덩치 큰 개들도 있었다.
유기견인데도 순해 보였고
털도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귀에는 번호표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나중에 보니 그 표식은
시청에서 관리하고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을 마친 개라는 표시라고 한다.




아들이 말하길
아르메니아에서는 길거리 개도 관리가 되고
귀에 붙은 색깔로 순한 개와 조심해야 할 개를 나눈다고 한다.
가끔은 맹견으로 분류된 개가 오히려 더 애교가 많기도 하단다.

이스탄불이 그만큼 세세한지는 모르겠다.


다만 거리의 개들은
사람을 경계하지도,
괜히 달려들지도 않았다.

그저 도시에 함께 살고 있었다.


싱가포르에 살 때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개를 꺼려
택시에 태워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여기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출발 전 일기예보를 봤을 때

사흘 동안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다.

도착한 날 낮 기온은 22도.

숫자만 보면 따뜻해 보이지만
바람이 꽤 차다.


사람들은 패딩을 입고 다녔다.
나도 결국 꺼내 입었다.

이런 애매한 추위의 도시는
난방도 어딘가 애매하다.
확실히 춥지 않으니
실내가 오히려 더 서늘했다.




호텔 라운지는
실내보다 야외 좌석이 더 많았다.
이틀 정도는 견딜 만했지만
셋째 날부터 비가 내렸고
넷째 날에는 장갑을 끼고 다닐 만큼 추워졌다.


식당도 비슷했다.
실내라 해도 문이 없어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는 곳이 많았다.
천장에 히터가 달려 있었지만
그래도 추웠다.


라운지를 이용한 덕분에
이번 여행은 음식값이 많이 들지 않았다.

대신 저녁은 5시에서 7시 사이.

상당히 이른 편이다.


실내 자리가 많지 않아
미리 가서 자리를 잡아야 했다.
대개 내가 4시 반쯤 가서 앉았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짧았다.


와인을 한 잔 마시면
운동을 가기도 애매했고
그렇다고 다시 나가기도 싫었다.

결국 여행 내내 운동은 한 번도 못 갔다.




이스탄불은 뮌헨보다 두 시간이 빠르다.
고작 두 시간.

그런데 그 두 시간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아침형 인간인 나의 리듬이 흐트러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고
밤에는 잠이 늦게 왔다.

별것 아닌 시간 차이가
생활을 조금씩 밀어냈다.




거대한 역사와 문화를 보러 왔는데
이상하게 고양이와 추운 22도가 더 또렷하다.

전자책을 네 권이나 빌려왔다.
몇 장씩 읽어보긴 했다.
그런데 별 감흥이 없다.
덮어버렸다.


역시 나는
먼저 보고 나서 읽는 쪽이다.
정보 없이 걸어 다니다가
돌아와서 펼쳐보는 게 더 오래 남는다.

그냥 예뻐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유명한 유적지였다는 걸 알았을 때
괜히 로또 맞은 기분이 든다.


나는 이렇게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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