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이스탄불을 안고 도착하다.

비행기 안은 이미 그 나라의 첫 문화였다.

by 뮌헨 가얏고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다.

터키 항공을 이용했다. 승객 대부분이 튀르기예 사람들이었다. 비행기 안은 이미 그 나라의 문화를 먼저 만나는 공간이다. 도착하기 전부터 그 나라의 공기를 맡게 된다.


탑승 게이트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승무원이 우리 티켓을 확인하고 있었는데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질서가 느슨한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이스탄불은 바가지요금이 심하고, 무조건 흥정을 해야 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이런 선입견 때문일까. 괜히 신경전을 벌여야 할 것 같고 벌써부터 피곤해졌다.


이스탄불에 간다고 했더니 아는 언니가 말했다.
“너무 기대하지는 마.”

그래서 기대하지 않으려 했다.
그 말 자체가 또 다른 선입견이 될 것 같아 못 들은 말처럼 지워보려 했다.
기대도, 선입견도 갖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뮌헨에서 이스탄불까지는 세 시간 남짓. 기내 서비스도 유로 국가를 오가는 국내선 수준일 거라 생각했다.

비행기는 3:3 좌석 배열의 작은 기종이었다. 그런데 널찍한 비즈니스석이 제대로 구분되어 있었고, 이코노미석도 생각보다 쾌적했다.


영화를 볼 수 있었고, 한국 영화가 세 편이나 있었다. 화면에는 한국어 버전도 지원되었다.

점심과 와인도 제공됐다.

외국 가는 느낌이 제대로 났다.

런던 갈 때도 기내식은 없었는데, 이건 터키항공의 서비스가 좋은 덕분인 듯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였을까.


비행기를 타기 전 괜한 신경전으로 생겼던 짜증이 스르르 풀렸다. 먹는 것에 이토록 쉽게 누그러지다니. 사소한 미각의 즐거움만으로도 금세 마음이 환해지는 나를 보며 깨달았다. 아, 나는 또 먼저 판단하고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었구나.


공항은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었다.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200리라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더 빠르고 좋은 방법이라기에 그러자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현지인들은 굳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첫날부터 바가지였다.


그래, 역시.


호텔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모스크의 둥근 돔이 보였고, 그 옆으로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çe Palace) 입구도 스쳐 지나갔다. 교통체증으로 차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오토바이들은 그 사이를 빠져나갔다. 도로 위를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가는 청소년도 보였다. 정신없었다.

그런데 창밖으로 보이는 모스크의 실루엣과 불빛이 켜진 궁전은 묘하게 아름다웠다.


기대를 하지 않아서였을까.
이건 내가 상상했던 이스탄불과 닮아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이뻤다.


나는 여러 개의 이스탄불을 안고 도착했다.
선입견, 타인의 말, 오래전부터 품어온 이미지들.

아직 이 도시를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경계는 남아 있었지만, 첫인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기대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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