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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 가얏고 Oct 06. 2021

웰컴 투 더블린

춥고 흐리고 비 오고..

드디어 더블린 도착.

다행히 비행기는 큰 흔들림 없이 편안했다.


더블린 공항.

국제공항일 텐데 작고 오래된 건물이라 놀랐다. 1939년에 완공되었고 1972년에 제2 터미널이 완공되었다고 하는데, 그때의 모습 그대로인가 보다. 인천공항이 세계 순위에 손꼽는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영어가 들리니 반갑다. 영어가 반갑다니!

독어보다는 알아듣는 단어가 많으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말이 들린다는 게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영어가 이 정도인데 한국말이 들리면 오죽할까? 한국에서도 '앗! 한국말이다!!' 했다가 '아~~ 여기 한국이지' 하면서 혼자 웃을 때가 종종 있었다.


독일어가 잘 안 들려서 좋을 때도 있다. 집중하지 않으면 옆에서 떠들어도 안 들리기 때문에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을 때 좋다. 한국에선 그 반대의 경우로 불편할 때가 있다. 특히 전철 안에서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주위 사람들 대화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 ‘내가 왜 저 대화를 들어야 하지?’ 하면서도, 옆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결코, 엿듣는 게 아니다!


영어가 들려서 반갑다는 생각도 잠시! 입국 심사장에 있는 표지판에 아일랜드어(게일어)가 적혀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일랜드어라고 짐작할 뿐 처음 봤다.아일랜드어가 있단 건 영국에 사는 아일랜드 친구의 딸 이름을 통해서다. 한 명은 니브(Niamh)이고, 한 명은 이파(Aoife)였다. 스펠링도 영어 발음이랑 다르고 이름도 생소했다. 아일랜드어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 고작 이름 정도로만 사용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언어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아일랜드어(게일어)는 2007년에 유럽 연합 공식 언어로 되었다고 한다. 친구 중에 아일랜드 사람이 꽤 있는데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 아일랜드는 독립된 국가이다. 비록 반으로 나뉘어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 영토로 남아있지만, 800년간 독립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전쟁까지 치르며 그들의 나라를 지켰다. 1922년에 아일랜드 자유국으로 독립한 나라인 걸 알면서도 영국과 연결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게 미안했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흐리고 춥다. 이번엔 차를 빌리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묵을 호텔이 시내에 있는 데다가 짧은 여행이라 더블린을 벗어나진 못할 거 같았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택시 요금은 독일보다 저렴했다(독일이 비싼 편이다). 택시 타고 호텔로 갈 때는 비도 좀 내렸다. 바람 많이 불고 흐리고 춥고 비 오고 아일랜드의 전형적인 날씨인 거 같다.

웰컴 투 아일랜드


붉은 벽돌의 집들.

거리의 모습도 런던을 연상시킨다. 아시아에 처음 온 외국인들의 눈에는, 간판의 글씨체가 없다면, 도쿄 한국 베이징의 거리가 같다고 느낄까? 아니면 차이가 난다고 생각할까? 새삼 궁금하다.




호텔 도착.

멋진 내셔널 콘서트홀이 건너편에 있었다. 세인트 스테판 공원과도 가까웠다.

원래 커넥티드 방(방 2개가 연결된 방)을 예약했는데 업그레이드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베란다가 있고 방이 좀 더 큰 대신 방이 떨어져 있는데 괜찮냐고 묻는다. 추운데 베란다에 나가 앉을 일은 없겠지만, 방이 크다는 말에 바꾸기로 했다.


간단히 짐만 풀고 저녁 먹으러 가고 싶었다. 이미 7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가고 싶었던 아이리시 펍을 예약해 달라고 체크인할 때 부탁을 했는데, 9시 40분으로 예약할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아일랜드 사람도 스페인처럼 늦게 저녁을 먹는 건가?


결국 다른 레스토랑으로 부탁을 했고 7시 반에 예약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저녁을 일찍 먹는 편인데 여행지에선 거의 불가능하다. 여행하다 보면 생활 리듬이 많이 깨지는 건 사실이다. 운동도 못 하고 연습도 못 하고 과식하고 술도 자주 마시게 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지만, 그래도 여행이 좋다!!


레스토랑까진 걸어서 15분 정도 걸렸다. 가는 도중 바람도 세게 불었고 소나기도 내렸다. 나름 옷을 든든히 준비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춥다. 겨울 패딩을 갖고 왔어야 할 날씨였다. 그나마 방수가 되는 옷을 입어서 다행이었다. 전형적인 아일랜드 날씨!  웰컴 투 아일랜드




비를 맞으며 레스토랑을 향해 바삐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프린스의 ‘퍼플레인(purple rain)’을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아이리시 펍인가? 저기 가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걷는데, 펍이 아니라 어느 건물 앞에서 공연하는 남자가수가 보였다. 건물에 보랏빛 조명까지 들어오니 노래와 딱 어울렸다.


기금 마련을 위한 공연이거나 어떤 캠페인을 위한 공연 같은데 소나기 때문에 관객이 없었다. 뒤에 코러스만 피켓 들고 노래에 맞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가수도 ‘손을 흔들어 달라’는 멘트와 함께 사람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데 비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다.


분위기가 좋아서 합류하고 싶었지만, 레스토랑 예약 시간도 있고 비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아쉬움에 걸으면서 노래에 맞춰 손을 흔들어 호응해주고 손뼉도 쳐주고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더블린에선 거리 공연이 참 많았다.


날씨는 춥고 빗방울도 제법 굵어졌다. 여기 사람들은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가 익숙한지 당황하지도 않는 듯했다. 한 레스토랑의 야외석에 앉아 있는 2 커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테이블에 앉은 커플은 각자 손에 우산을 손에 들고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고, 다른 테이블의 커플은 우산도 없이 앉아서 식사하고 있었다.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초겨울처럼 춥고 빗방울이 제법 굵었는데도 말이다. 그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이곳의 흔한 날씨임을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날씨도 영국이랑 똑같네!  

웰컴 투  아일랜드! 웰컴 투 더블린!




천천히 걸으면서 더블린을 즐기려 했는데, 소나기가 오는 바람에 15분이나 빨리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다행히 웨이트리스가 괜찮다며 자리를 마련해 줬다. 여기서도 백신 접종 증명서를 확인했다. 레스토랑 입구엔 호박 장식이 이쁘게 되어 있었다. 할로윈을 위한 장식인지 가을 장식인지는 모르겠지만 포토존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이 레스토랑은 런던의 체인 레스토랑인데, 더블린 지점이 런던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자리가 있었다는 게 의외였다.


드디어 테이블로 안내가 됐다. 실내 분위기가 좋았다. 넓은 레스토랑에 칼라풀한 그림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날씨가 추워져서 따뜻한 게 먹고 싶었다. 한국이었으면 뜨끈한 국물 요리를 먹었을 거다.


며칠 전부터 스테이크 앤 키드니 파이(steak and kidney pie)가 먹고 싶기도 했다. 그나마 비슷한 셰퍼즈 파이(Shepherd's pie)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 살 때 스테이크 앤 키드니 파이(steak and kidney pie)를 처음 먹었다. 그때 브리티시 클럽 멤버였었는데, 아이들이 토요일마다 다녔던 한국학교가 클럽 옆에 있어서 토요일마다 거기서 점심을 먹었었다. 클럽 내 레스토랑의 영국 음식이 아주 맛있었다.  한 번씩 그때 먹은 음식들이 생각난다.


클럽에 대해서 잠깐 설명하자면, 멤버제로 이뤄진 사교클럽이다. 인맥을 쌓기 위해 가입하는 사람도 있고 스포츠 경기를 함께하기 위해서 가입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친구처럼 식도락인 사람은 음식 때문에 여러 클럽의 멤버가 되기도 한다.


클럽 내에는 안전시설이 잘되어있는 놀이방도 있다. 아이들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니 좋고 부모들은 편하게 식사를 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온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직원들도 우리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돌봐주니 가족 같았다.




스테이크 앤 키드니 파이는 스테이크와 소나 양의 콩팥을 넣고 만든 영국의 파이이다. 싱가포르 브리티시 클럽에선 스튜처럼 끓여서 볼에 담고 그 위를 페이스트리로 덮어서 나온다. 뚜껑처럼 덮어진 페이스트리를 열면 열기가 올라오는데 , 그 열기의 기억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난다. 나처럼 순대 간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음식을 좋아할 거다.


내가 순대국밥, 선지 해장국, 내장탕, 곱창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런 것도 먹을 줄 아세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곱창 구이가 먹고 싶어서 향수병 걸린 적도 있다. 그래서 따뜻한 스테이크 앤 키드니 파이가 한 번씩 생각나는지도 모르겠다.


셰퍼즈 파이(Shepherd's pie)는 으깬 감자를 다진 양고기 위에 올려서 구운 고기 파이이다. 소고기가 들어가면 코티지 파이(cottage pie)라고 한다.


애피타이저로 먹은 크리스피 덕 샐러드(상단 왼쪽 사진)도 맛있었다. 상단 오른쪽이 셰퍼드 파이


아일랜드의 상징인 기네스 맥주도 시켰다. 기네스 맥주에 대한 내 첫 기억은 한약 같다는 것이었는데, 역시 캔으로 마실 때보다 생맥주가 훨씬 맛있었다. 거품이 정말 부드러웠다. 마치 무스 케이크를 입안에 머금은 기분이었다.


더블린의 첫날이 이렇게 흘렀다. 밤이고 비가 와서 제대로 둘러보진 못했다. 내일은 날씨가 맑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본격적으로 시내를 둘러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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