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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 가얏고 Dec 16. 2022

나쁜 아이 혼내주러 왔다~~~!

크람푸스 런 (Krampuslauf, Krampus run)

아침에 일어나서 블라인드를 여니 온 세상이 하얗다.


뮌헨으로 이사 오고 7년 동안 12월에 눈이 오기는 처음인 거 같다. 12월은 대체로 포근한 편이었고 뮌헨의 겨울은 서울보다 항상 따뜻했었다.


입이 보살이라고 했던가?

몇 년 전에 한국사는 친구들에게 뮌헨은 눈이 와도 제설작업이 잘 돼서 빙판길이 없다.


기온은 서울처럼 낮지 않아서 그런지 눈은 얼지 않고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해서 밟으면 뽀드득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참 좋다고 했다.


눈이 와도 길이 미끄러울까 봐 걱정하지 않아서 좋다고 했더니 다음 해에 폭설로 학교 휴교령까지 내린 적이 있었다. 기온도 떨어져서 길이 얼었었다.


얼마 전에도 친구들에게 ‘뮌헨의 겨울은 한국처럼 안 추워. 알프스랑 가까운데 안 춥다는 게 신기하지?‘


한국에서 입는 겨울옷을 여기선 더워서 못 입어했었다. 그랬더니 올해 겨울은 엄청 춥다.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도 많더니 오늘 첫눈이 펑펑 내려서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우연히 친구의 페이스북을 봤는데,  괴물 가면을 쓴 사람들의 퍼레이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Krampus Run(크람푸스 런)이라고 했다. 이 친구가 아일랜드 사람이라 영어로 적혀있었다. 독일어로는 krampuslauf(크람푸스 라우프)라고 한다.

12월 11일 뮌헨 마리엔플라츠 근방에서 이 행사가 열렸다고 했다.


사진 속 괴물의 모습은 염소와 악마를 합쳐놓은 듯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읽어줬던 책에서 본 비슷한 괴물을 본 적이 있다.


크람푸스 런은 알프스 지역(독일 바이에른,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북부 등)의 오래된 전통이라고 한다. 크람푸스는 고대 고지 독일어(Old High German)이다.


대략 5백 년 전부터 있었던 전통으로 크람푸스는 성 니콜라스와 함께 다닌다고 했다. 성 니콜라스가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준다면 크램푸스는 나쁜 아이들에게 벌을 주는 악역이다.

왼쪽 사진은 뮌헨으로 이사온 첫해,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성 니콜라스가 바삐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포착. 사진 찍을 당시는 누군지도 몰랐다.

마스크 종류는 뿔의 개수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크람푸스는 뿔이 2개 달려 있는 반면, 뿔이 4개~10개가 달려있는 괴물이 있는데 이건 페아히튼(perchten)이라고 한다.  


페아히튼은 1월 6일경에 있던 페스티벌로 겨울을 물리치는 축제였는데, 지금은 크람푸스 런과 함께 행해진다고 한다.

성 니콜라스는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산타 클로스가 되어 상업적으로 성공을 한 반면, 크람푸스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 전통을 이어가고자 뮌헨에서는 해마다 ‘크람푸스 런’ 축제를 연다고 한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저 마스크는 모두 수제인 데다가 의상 가격이 1,800~2,500유로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마스크 무게만 10kg이라고 하니 무척 힘들 거 같긴 하다.

모든 크람푸스 런 사진을 공유해 준 친구 산드라에게 감사를….

요즘 살짝 감기 기운도 있고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바깥출입을 일절 안 하고 있는데, 친구는 이 추운 날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시내를 갔었나 보다.

부지런해야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거 같다.

가톨릭 종교가 강한 뮌헨에 살면서, 게다가 바이에른주의 고유 전통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뮌헨에 살면서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내년에는 나도 직접 보러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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