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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트루 Apr 25. 2020

너의 무례함마저 사랑해

 아기가 바꾸어 놓은 나의 새 일상에 대하여




나는 온전히 새로운 사랑을 경험하고 있다.


나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

남편과도  아니 이 세상 그 누구와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 뭉근한 감정. 격렬하지는 않지만 그 어떤 희생도 가능한 그 사랑 앞에서 새삼 그런 감정을 경험하는 요즘의 날들이 참 멋지게 느껴진다.


이제 332일을 살아가고 있는 아들 조이는 어느새 깊숙이 내 안에 자리 잡고야 말았다. 그 조그마한 입으로 '엄마'를 외치고 손을 뻗고 내가 있는 그 어디든 바람처럼 기어 오고, 잠깐이라도 책을 읽을라 치면 장난감인 줄 착각하는지 그 조그만 손으로 책을 참 잘도 가로채고 내가 다른 곳에 관심을 쏟으면 잘 놀다가도 소리를 지르며 기어 오는…


잠시 누워 있을라 치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그가 나에게 저지? 르는 수많은 무례함 들이랄까.

그 무례함이 내게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그럼에도 그를 보면 내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피어나고  그의 울음이 웃음으로 바뀌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며  내가 준비한 이유식을 조이가 전부 다 깨끗이 비워냈을 때의 쾌감이란..

하.. 경험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그 무엇일 게다.


일을 사랑했었다.  홍보인이 되길 바랐고 달렸고 이뤘고 내가 원하던 커리어우먼의 모습으로 살아갔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늘 비어버린 듯 공허함이 존재했다. 열심히 내달렸지만 이 죽일 놈의 노동자 계급은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비용이상의 결과물을 기대하는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요구도 인자한 미소로 받아줘야 하고 언제나 늘 갑이라 당당한 기자들 틈바구니에서 마치 시녀와도 같았던 시간들…

고급 블라우스와 스커트 하이힐로 치장한 모습 안에는 늘 버거운 내가 자리 잡았었던 것 같다.  

그러다 결혼에 이르렀고 나만의 온전한 가정을 이루었으며 마침내 조이를 품에 안았을 때 그 감격이란…


세상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성취가 존재하리라.

그중에 엄마가 되는 건 어떤 종류의 성취감일까 늘 궁금했었다. 가보지 못한 영역에 대한 상상과 실제는 너무나 다른 법. 나는 지난 1년 가까이 천국과 지옥행 열차를 너무 자주 바꿔 타며 <엄마>가 되어가는 고통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냈다. 수유만 아니었다면 당장 정신과로 달려가 신경안정제를 한 움큼 처방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파도와 같이 휘몰아치는 감정의 널뛰기 앞에서도 괜찮을 수 있었던 건 , 종일 계속 이어지는 조이의 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감정의 늪에 깊이 들어갈 시간조차 내게는 사치에 불과했다.


때마침 어제 만난 결혼한 지 2년 정도 되어가는 후배가 내게 고민을 털어 놓는다. 아기를 가질지 말지 지금도 생각중이라고. 아마 내가 그 후배를 몇 개월 전에 만났더라면, 그냥 아기 없이 네 인생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답변했을게다.


그러나 조이와 함께한 지 이제 1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는  (제법 단어 한두 마디를 하고, 윙크를 하고, 분위기로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애교가 폭발해 마음을 사르르 녹여버리고야 마는) 정말 당당하게 조이를 만난 게 내 인생이 뒤집어질 만큼 최고로 잘한 일이라고.


물론 지난 1년간은 내 안을 전부 다 비워내야 할 정도로 쉽지 않은 너무나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들을 견디어 낸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그저 내가 엄마라서 나를 그토록 사랑해주는 조이가 있어 내 존재 자체도 가치 있어졌다고… 아기 낳고 딱 1년만 고생하면 아마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그렇게 얘기해 주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조이와 함께한 시간들이 떠올라 다시금 마음이 뭉근한 감동으로 피어오른다.

생명의 열매를 키워내는 것만큼 세상 값진 일이 또 있을까.

조이 너를 만나 엄마가 된 내 안은 너로 인해 두세 배쯤 아니 그보다 더 충만한 인생이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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