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아빠도 그래. 경기도 안 좋고 일도 잘 안 돌아가고, 야구도 개막을 못하니까 심심하고..."
"그러네... 아빠, 야구광인데 야구를 못 봐서 엄청 심심하겠다."
"그래도, 우리 아들이 있어서 덜 심심하다."
"그렇지? 나밖에 없지?"
코로나의 발병으로 인해 정말 모든 사람이 힘든 해이다. 어떤 얘기를 해도 코로나로 얘기가 끝나는 경우도 많다. 내가 하는 교육사업과 청소년 강의도 대면해서 하는 일이라 코로나의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전화영업, 콘텐츠 개발 등은 꾸준히 하고 있다. 위기라 할 지라도 위기 속에서 단단해지지 않으면 위기가 끝났을 때 아무런 대처를 못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만나도 자연스럽게 코로나로 인한 현 상황을 얘기하게 된다. 그래도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서로 잘 버티자고 응원하며 이야기의 마무리를 한다.
아버지와 데이트를 자주 하는 편이라 이 맘 때쯤이면 야구장에 가서 피자와 맥주를 마시며, 흥이 올라 응원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년과는 다른 모습으로 데이트를 하고 있다. 아버지가 김포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할머니와 같이 지내는데, 주말이면 우리 집으로 넘어오는 편이다. 보통 아버지를 만나면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 밖을 나가는데, 요즘은 둘이서 오순도순 마트에 가서 장부터 본다. 마치 MT를 떠날 때처럼, 먹고 싶은 고기와 야채와 여러 안주류와 각양각색의 술을 잔뜩 사서 집으로 온다. 평소에 내가 일할 때 쓰는 넓은 책상은 주말이면 고기와 여러 안주를 세팅하는 식탁으로 바뀐다. 먹을 게 준비되면 아버지와 술을 서로 따라주며 건배를 한다.
"예전처럼 여행도 못 가고, 멀리 못가도 이렇게 아들이랑 집에서 데이트하는 것도 좋네"
"응. 집에서 먹으니까 돈도 별로 안 들고, 아빠랑 둘이서 얘기하니까 조용하고 좋네."
2020년 봄, 아버지와 집안 데이트
"그런데 아빠, 주말에 어디 못 가니까 김포에 있으면 답답하지?"
"그렇지... 사우나도 못 가겠고, 할머니도 노인정을 못 가시고 아빠랑 집에서만 있으려니까 서로 답답하지."
"주말에 차 타고 우리 집 와... 그래야 할머니도 아빠도 좀 숨을 쉬지."
"그래... 아들 고맙다."
"내가 고맙지..."
이번 해는 생각하지 않게 주말에 아버지와 더 자주 보게 된다. 아버지는 원래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나만 만나면 수다꾼이 된다. 아버지와 영화도 보고, 사우나도 가고, 스포츠 경기 보는 것도 서로 좋아하니 취미가 맞아서 그런지 얘기할 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내가 30살의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도, 초반에 잘하지 못했을 때도 "아빠는 우리 아들 믿는다"며 꾸준히 응원을 해주신 분이다. 그런 아버지의 믿음에 더 많이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나는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걸어가는 인생을 아버지와 나눌 수 있는 지금이 참 좋다. 물론, 예전처럼 함께 여행을 다니지 못하고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둘이 함께 한 추억이 많아 좋았던 여행 장소와, 기억이 남는 장소에서 마셨던 술맛 등을 여전히 잊지 않고 수다를 떤다.
2019년 여름, 아버지와 해변 데이트
추억거리가 많은 것은 다행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코로나로 인해 어디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아버지와 술 한잔 하며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는 것도 큰 행복이다.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마음은 불안할 수 있지만, 나를 믿어주고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안이 된다. 이번 해는 분명히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고 나를 더 많이 관리하는 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많이 들여다보는 해가 될 것 같다. 여기저기서 아픈 이야기도 들리고, 힘든 상황일 수 있지만 내 옆의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 너무 많이 감사함을 느낀다. 돌아오는 주말도 아버지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글을 쓰는 작가이며, 말을 하는 강사라 그런지 내 말의 양은 풍부하고 다양하다. 아버지도 아들이 말을 잘하니 즐겁다며, 나와 쿵짝을 맞추어주신다. 그렇게 아버지가 내 앞에서 행복해하시면, 그 모습 자체로 내가 살아갈 힘이 된다.
4월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한참이다.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픈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옆의 소중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하늘이 몇 번이 무너지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힘든 일이다. 지금 이렇게 누군가와 집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소중한 사람들을 더 들여다보고, 사랑하고, 많이 표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게는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 소중하고, 그립다. 그리고 정말 언젠가는 이런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리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