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휴직이 필요한가요? (하)

매경 아빠 육아 칼럼

나는 육아 휴직을 하면서 우리 가족의 행복이라는 큰 행운을 얻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얻었냐고 물어보면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보통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한다.


“아내를 공감하게 되면서 아내와 친해집니다.”


평소에 나는 아내랑 많은 대화를 한다. 내 인생의 철학이 행복한 가족 만들기이고 행복한 가족의 가장 첫 번째는 가족 간의 많은 대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아 휴직 전과 육아 휴직 후의 대화가 조금은 다르다.


육아 휴직 이후에 해보지 않으면 모를 육아와 살림의 힘듦을 함께 하면서 아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농담 삼아라도 ‘집에서 놀면서 청소도 안 하고 뭐 했어?’ 하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아내가 워킹맘이었기에 ‘일하면서 육아와 살림을 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구나’라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러기에 육아 휴직 이후에는 아내와 대화할 때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더 담아서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살림하느라 힘들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이런 것이 아내와 공감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육아 휴직 이후에 같은 경험을 했기에 나는 아내와 더욱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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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픽사베이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내가 육아 휴직을 하고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갑자기 우리 아이들이 너무 예뻐 보였다. 그전에도 당연히 우리 아이들이 예뻐 보였지만 그때는 내가 아빠니까 하는 의무감에 예쁜 것도 좀 있었다. 그런데 육아를 하고 6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는 그냥 우리 아이들이 예뻤다. 나는 그때 이런 기분이 모성애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이후였던 것 같다. 아이들과 어디를 가도 심적인 부담이 줄어들었던 시점이 말이다. 아이들이 예쁘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니 아이들과 같이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다.


내가 가족과 함께 있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니 우리 딸도 가족이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자주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닐까?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고 하니 그럴 거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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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픽사베이


아빠 육아 휴직이 필요할까요? 라고 누군가가 물어보면 나는 이러한 두 가지 이유만 보더라도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육아 휴직을 하고 나면 아내를 공감해 줄 수 있고 가족과 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녹녹지가 않다. 사회적 분위기도 쉽지 않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쉽지가 않다.


얼마 전부터 모 대기업에서는 남자의 1개월 육아 휴직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기업 총수까지 나서서 권장하기에 회사에 눈치를 크게 보지 않고 아빠가 한 달 육아 휴직을 한다고 한다. 얼마 전 그 회사 홍보담당자를 만났는데 의무적으로 육아 휴직한 남성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아마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아빠가 일정 기간 육아하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도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아빠가 1년 이상 육아 휴직을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한 달이라도 편하게 육아 휴직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한 달이라도 육아 휴직을 할 수 있는 아빠들은 꼭 한번 해보기를 권장한다. 아내를 공감하고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기분을 아는 건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긍정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만약 주변 동료가 육아 휴직을 한다면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지금 나에게 육아 휴직이라는 것이 필요 없는 것일 수 있지만, 나중에 우리 아이들에게 또 나와 친한 누구에게는 꼭 필요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따뜻한 배려가 나중에는 분명히 본인에게 더 따뜻한 배려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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