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칼럼
갑자기 자명종이 울린다. 자명종 소리에 아이들이 깨면 나만의 아침 시간이 망가지기에 급하게 일어나서 자명종을 꺼버린다. 나만의 시간이라고 해봐야 스트레칭하고 잠깐 멍 때리는 것이 다지만 이 시간이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조금 지나면 아이들이 일어난다. 이제부터 전쟁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한 놈은 아침부터 기침을 해댄다. 감기인가 걱정하며 물 한잔을 갖다 바친다. 둘째는 일어나자마자 TV 보여달라고 찡찡댄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나를 방해하지 못하게 TV를 틀어준다.
잠깐의 TV 시청 후 아침을 먹는 게 아니고 먹인다. 7살만 되어도 아침 먹이는 게 수월한데 5살 아들은 아침 먹일 때마다 큰소리가 오간다.
우격우격 아침을 먹이고 어린이집을 보낸다. 이제 하루의 1라운드가 끝이 나고 2라운드가 시작된다. 청소, 빨래 등등의 기타 집안일이 2라운드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4시경에는 3라운드가 시작되고, 아이들을 재우기 위한 9시 전후에는 4라운드가 시작된다. 매일 1년 365일 이렇게 쉬지 않고 4라운드를 뛴다.
사진 출처 - 본인
엄마의 일상 같지만 육아 휴직 이후에 전업하고 있는 아빠의 일상이다. 나는 육아 휴직을 하기 전에는 글로만 보았던 육아와 살림의 고충을 2년째 하고 있다. 하루에 4라운드를 뛰면서 말이다.
사람은 경험하지 못하면 이해력이 떨어진다. 책으로 휴양지에 대해서 읽으면 그저 ‘멋있네’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실제로 휴양지를 가게 되면 그 휴양지는 ‘즐거움’이 된다. 그런데 그 휴양지에서 살게 되면 여행이 아니고 삶이 되기 때문에 휴양지에서의 생활은 감동이 아닌 일상이 된다. 일상에는 항상 희로애락이 있기에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
아빠의 육아란 이런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주말에 또는 퇴근해서 육아를 많이 한다고 해도 그건 그냥 휴양지로 휴가를 간 것이다. 실제로 하루에 아이들과 4라운드씩을 뛰게 되면 삶의 희로애락을 느끼게 된다.
아이를 돌보면서 그리고 살림을 하면서 알게 되는 희로애락 중에 앞에서 이야기한 힘듦도 있지만 즐거움과 행복도 있다. 이 즐거움과 행복을 대부분의 남자는 세상을 살면서 느끼지 못한다.
이런 희로애락을 공유하기에 가장 좋은 것은 아빠의 육아 휴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빠는 육아 휴직을 쓸 수 없다. 아직 대한민국의 분위기가 육아 휴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선진화된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빠가 가정의 경제를 담당하기 때문에 육아 휴직을 하게 되면 부족한 경제 문제 때문에 선뜻 육아 휴직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 휴직을 할 수 있다면 잠시라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육아를 하고 살림을 하면서 경험한 그 감정들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우리 딸과 마트를 가다가 내가 갑자기 딸에게 물어보았다.
“나은아, 나은이는 행복해?”
“응”
“왜 행복해?”
“가족이랑 함께 하고 있어서”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같이 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 딸이 너무 대견했다. 아빠도 가족의 일원이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족이 아닌 돈 벌어다 주는 기계로 바뀌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빠가 함께 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아빠가 돈을 벌어다 줘서 행복하다는 것으로 바뀐다. 우리 아이들도 나를 그렇게 보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우리 딸의 한마디에 그 고민이 조금은 사그라졌다. 이런 것이 육아하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비록 하루에 4라운드를 뛰면서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인생의 소중한 감정을 공유하고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이다. 나는 육아 휴직을 통해서 이런 행운을 얻었기에 기회가 닿는 아빠들은 육아 휴직을 통해서 나와 같은 행운을 얻기를 바라본다. 분명 힘들겠지만, 그 이후의 행복은 너무나 달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