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잘 좀 키워줘 봐! 작가의 육아 칼럼
내가 육아 휴직을 하려고 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설명’이었다. 내가 육아 휴직한다고 하면 보통 대화가 이렇다.
“김 차장님 육아 휴직하신다면서요?”
“네, 다음 달 1일부터 합니다.”
“어디로 이직하시게요?”
“이직 안 해요. 애 보러 집으로 갑니다.”
“에이 이야기해 보세요.”
“하~, 애 보러 집으로 갑니다.”
지금은 분위기가 조금은 바뀌었으리라 생각된다. 정부에서도 많이 홍보하고 아빠 육아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이 커지니 ‘어디로 이직하는데?’ 같은 말은 좀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육아와 살림이 아빠에게는 생소한데 육아 휴직을 하려고 하면 생소한 것에 대한 준비보다 육아 휴직을 한다는 것에 대한 설명과 설득에 더 많은 시간과 신경을 쓰게 된다. 아직은 아빠의 육아 휴직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기에 육아 휴직을 하고 싶다면 감당해야 할 일이 된다.
따라서 아빠가 대한한국에서 육아 휴직을 하려면 아쉽지만, 육아나 살림에 관한 공부보다 관계에 대한 정리와 준비가 더 필요하다. 크게는 회사와 가족에 대한 관계이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첫 번째 관계는 회사와의 관계이다.
내가 회사에서 절대로 버림받지 않을 인재라면 육아 휴직이 아니라 이직을 하려고 하면 사장까지 나와서 붙잡을 것이다. 내가 회사 최고의 인재가 아닌 보통 직장인이라면 회사는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다. 그러니 육아 휴직하고도 회사에서 나를 버리지 않게 하려면 회사와의 관계를 잘 만들어야 한다.
만약 내가 육아 휴직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말 꺼내기 최소 6개월 전부터 몸 바쳐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육아 휴직 이야기를 꺼낸다면 대충 일하다가 꺼내는 사람에 비해서 대화가 부드럽게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도 중요 인재이지만 열심히 하는 인재도 중요 인재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관계는 회사 사람과의 관계이다.
나의 육아 휴직을 결정하는 것도, 휴직하고 복직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도 다 사람이 하는 것이다. 특히 팀장급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좀 더 부드럽게 육아 휴직을 하고 싶다면, 본인의 팀장뿐만 아니라 인사팀장, 연관 부서의 팀장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만들어야 한다.
육아 휴직 이후 복직을 할 때 본래의 팀으로 복직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복직 시 임금을 보장하라고만 되어있지 업무를 보장하라고 되어있지 않다.
세 번째 관계는 가족과의 관계이다.
나는 내가 정말 아내와 사이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육아 휴직하고 한 달 정도는 감정싸움을 했었다. 처음으로 전담해서 집안일을 하는데 내가 얼마나 잘하겠나? 하지만 육아 휴직을 했으니 아내의 기대감은 상당했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나의 실력으로 인해서 약간의 다툼이 있었다. 물론 우리는 대화로 풀었지만, 평소에 아내와 대화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많은 일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또한, 아빠가 육아 휴직을 한다고 하면 양가 어르신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아야 한다. 나는 그런 걱정을 줄이기 위해서 육아 휴직하기 6개월 전부터 육아 휴직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복직이 보장된다고 설명을 했었다.
어른들이 처음에는 그러한 것들을 이해 못 하셨지만 6개월 정도 지나니 이해하시는 척을 하셨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남자가 육아 휴직한다고 회사에 이야기 하면 “어디로 이직하는데?”부터 물어보는 대한민국 사회이기에 남자는 아직 쉽게 육아 휴직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 마음을 먹으면 못 하는 것이 없듯이 굳세게 마음먹으면 항상 방법이 생긴다. 그러니 육아 휴직을 하고 싶은 아빠는 아이와 아내를 생각하면서 굳세게 마음먹었으면 좋겠다. 다만, 육아 휴직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람이다. 따라서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좋은 관계를 통한 행복한 육아 휴직이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