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잘 좀 키워줘 봐!
우리 가족은 여행을 자주 떠난다. 당일치기 국내 여행부터 한 달 살이 해외여행까지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본인들 몸 가눌 때부터 여행을 다녔다.
나는 여행을 즐길 줄을 몰랐다. 여행을 준비하는 것은 재미있는데 막상 여행지에 가면 준비하다 지쳐서 또 새로운 환경에 긴장해서 재미있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들하고 여행을 다니다 보니 조금씩 여행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저렴하고 불편한 여행을 다녔다면 아이들하고는 안전하고 편한 여행을 하기에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이들하고 여행을 자주 다니니 종종 아이도 어린데 자꾸 여행가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다녔는데, 여러 번 비슷한 질문을 받다 보니 나도 생각을 한번 하게 되었다.
“내가 왜 아이들과 여행을 다닐까? 여행 갔다 오면 아이들하고 극기 훈련했다고 하고 다신 안 간다고 하면서 왜 또 떠날까?”
아이들하고 여행 다니다 보면 극기 훈련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갔다 와서 진이 다 빠져서 뻗어 버리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힘들어서 싸우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래도 내가 아이들과 여행을 또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내가 즐기기 위해서다.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한강 수영장에서 수영하던, 괌이나 오키나와에서 수영하던 그냥 수영장을 가는 것이다. 어릴 때 하루에 4시간씩 오키나와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해놓고 1년만 지나도 본인이 그랬는지 기억도 하지 못한다. 역시 여행은 부모만 기억을 한다.
“여행은 내가 즐기러 가는 것이고 아이는 내가 가니까 따라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아이가 어리면 여행에 대한 기억은 부모만 가지고 있게 되고 남는 건 사진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해서다.
나는 육아 하는 아빠로서 아이들 관찰을 자주 한다. 잘 관찰해보면 아이는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고, 한 달 전하고 지금도 너무 다르다. 아이는 계속해서 자란다.
나는 종종 여행가기 전후 아이들의 행동하는 모습을 관찰하는데, 자세히 관찰하면 아이들의 여행 전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 차이를 인지 능력 향상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여행을 갔다 오면 아이들의 말투도 조금 바뀌고, 사물을 대하는 행동도 조금 바뀐다. 아들 같은 경우에는 여행을 갔다 오면 행동이 커지기도 한다.
물론 일주일이 지나면 바뀌었던 행동들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계속되는 여행이 지속적인 자극을 줄 것이고 그로 인해 변해가는 행동들이 분명 몸에 각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좋다.
세 번째는 부모의 만족감이다.
아이들에게 여행을 예고하면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아이들에게 자랑할 거리를 만들어 주면 왠지 뿌듯하다. 그리고 아이들하고 여행 가는 것이 가끔은 의무감이란 생각도 한다. 그 의무감을 해결했다는 만족감도 있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아이랑 해외여행 가는 것이 인생의 숙제 중 하나라고 이야기를 한다. 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거나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아이랑 여행 가는 것이 숙제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여행을 다녀오면 숙제도 해결이 되니 나의 만족감은 상승한다.
어느 날 내가 우리 딸에게 여행에 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나은아, 여행 또 가고 싶어?”
“응!”
“왜 가고 싶어?”
“가족이랑 종일 같이 있을 수 있잖아”
아이랑 여행을 가는 것은 내가 즐기기 위해 서기도 하고 아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가족이랑 함께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걸 아이도 알고 있다.
이제 봄이 되었다. 평일에 힘이 들어서 주말에 쉬고 싶기도 하겠지만 가까운 곳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가면 어떨까? 그럼 아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이랑 함께 해서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