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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반, 설렘 반, 우리 아이 첫 번째 비행기

무거운 가방을 들고 돌쟁이 아이와 떠나는 제주도 여행

무거운 가방을 들고 여행을 떠나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여행을 해보지 못했다. 차를 타면 힘들어하는 아이 덕분에 우리 집 기준, 반경 1시간 이내의 거리만이 여행지였다.


하지만, 아이가 돌이 지나고 어린이집을 가게 되니 마음을 굳게 잡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비행기를 타고 싶었는데 갓난쟁이 데리고 해외 가기가 힘드니 방향을 제주도로 잡았다. 대부분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비행기는 한번 타보고 싶은데 아이가 힘들어할 것 같으니 결정하는 곳이 제주도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캐리어에 가득한 아기용품을 보고 잠시 당황을 했다. 캐리어 절반을 차지하는 기저귀를 보면서 헛 웃음을 내기도 했다. 기저귀가 캐리어 절반, 아이 옷, 아이 먹을 거 등을 캐리어 넣으니 우리 옷을 넣을 자리가 없었다. 심지어 첫 장거리 여행이어서 부스터도 가지고 제주도로 향했다. 초보 부모이기에 아이와 식당에서 얌전히 밥 먹기 위해서는 부스터는 필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후회했다.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에 비해서 사용 횟수는 단 1회였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해서 들고 다니던 그놈의 부스터를 공항에 놓고 비행기를 타는 경험도 했다. 급 스튜어디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현장 직원을 통해서 비행기로 갖다 주기는 했지만, 부스터가 캐리어에 들어가지 않아서 들고 다니는 불편함은 계속되었다.


아내랑 둘이 여행 다닐 때는 캐리어 한번 가지고 다닌 적 없이 항상 배낭 하나씩 짊어지고 여행을 떠났는데 이제는 배낭 두 개에 아이들 물품을 담은 캐리어 하나가 꼭 필수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에 흥분도 잠시 우리 부부는 이때부터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아이랑 가는 장거리 여행은 극기훈련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 우선 짐 싸는 것부터가 다르다. 아이가 기저귀를 떼게 되면 짐이 줄어들 줄 알았으나 기저귀가 빠진 자리에는 물놀이 용품들이 들어찬다. 애들이 커가면서 짐이 줄 거라는 기대와 다르게 점점 늘어난다. 캐리어 한가득 물놀이 용품부터, 덩치가 커지는 아이들의 옷도 부피를 차지하기 시작한다. 해외를 가면 우리 부부야 아무거나 잘 먹는데 아이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캐리어 한가득 햇반과 기타 반찬들이 차지하게 된다.


아이가 부리는 땡깡은 더 표현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기에 왜 육아 여행이 극기 훈련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이다.


똥 돼지 체험이다. 약간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타는 비행기 걱정 하다


한짐 가득 챙겨서 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우리 딸이 나처럼 귀 아파할까 봐서였다. 아내는 비행기 이, 착륙 시에 귀를 아파하지 않지만 나는 엄청 괴로워한다. 성인이야 어떻게든 버티지만, 아이가 아파하면 얼마나 안타깝나. 그런데 우리 딸은 아내를 닮았나 보다 아파하지 않는다. 그것도 참 신기했다. 반대로 우리 아들은 나를 닮았다. 아파한다. 그래서 우리 둘은 비행기 탈 때마다 음료수랑 사탕을 준비한다. 아프니까 말이다.


아이랑 장거리 여행을 갈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유모차와 구급약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아는 몇몇 아이들은 유모차 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일주일만 눈 딱 감고 적응시키면 여행이 편할 것이다. 내가 우리 아들 어릴 때 한동안 유모차 타는 것을 훈련시켜서 유모차만 타면 우는 아이에서 유모차를 사랑하는 아이로 변모 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가 안 탄다고 울고불고 했던 모습을 기억해보면 두 번 하고 싶지는 않다.


다행히 첫째는 유모차를 태어날 때부터 너무 좋아해서 제주도에 가지고 간 유모차가 너무나 제 역할을 했다. 여행하다가 지친 아빠에게 유모차에서 낮잠을 자는 아이는 천사다. 그 시간에 아내와 가볍게 커피도 한잔하면서 그제서야 주변 풍경을 보게 된다.


제주도도 국내지만 아이가 아프면 급하게 치료를 해야 하기에 구급약은 꼭 가지고 간다. 구급약은 간단하게 해열제와 연고 반창고 정도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좀 더 커서 해외를 갈수 있게 되면 더 많은 약들을 준비해야 하지만, 제주도는 한국이다 보니 아프면 약국이나 병원을 갈 수가 있어 많이 준비 안 해도 된다. 나도 제주도에서 허리가 아파서 침 맞아본 적도 있고, 우리 딸이 갑자기 열이 나서 급 병원을 방문해서 진료를 받은 적도 있다. 역시 아이 어릴 때는 국내 여행하는 것이 마음이 놓인다.


이런 해맑은 웃음은 어릴 때 부모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만 볼 수 있는 것 같다.


                                                     

둘 보다는 하나가 편하고, 어리면 또 편하다


                                    

제주도 첫 여행을 하면서 우리 딸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둘째 아들보다는 편했다는 것을 아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하고 나서야 알았다. 우리 딸은 차 타면 좀 찡얼대기도 하고 자꾸 일어나려고 하면 먹을 것 같은 것으로 유혹도 하면서 달랠 수 있었지만, 우리 아들은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제어 불능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은 우리 네 가족 첫 번째 제주도 여행이다. 어차피 아이들이 어려서 이동하기도 만만치 않으니 제주도 호텔에만 있기로 결정하고 차를 렌트하지 않고 공항버스를 이용했었다. 버스를 타자마자 아들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너무 울어대니 어쩔 수 없이 내가 공항버스에서 일어서서 우리 아들 안고 목적지까지 갔다. 원래 공항버스에서는 위험해서 서 있으면 안 되나, 아들이 너무 울어 버리니 버스 기사 아저씨도 아무 소리를 안 하셨다. 그날 팔 떨어지는 줄 알았다. 한 손으로는 아들 안고 한 손으로는 안 넘어지려고 시트 잡고 갔다. 공항버스는 서 있는 승객을 위한 손잡이도 없다. 물론 공항으로 돌아갈 때도 안고 있었다. 힘들었다.



아이가 어릴 때 가는 것이 극기 훈련의 시작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이 어렸을 때 그리고 아이가 한 명일 때 갔던 여행이 여행 중에서 가장 편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또 한 명이 더 생기면서 극기훈련의 난이도가 올라가기에 기억해보면 첫 제주도 여행이 제일 편했다. 물론 아이가 6세 정도 되면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것이 즐거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역시 다른 면에서 손이 많이 가기에 아이가 내 손으로 컨트롤이 되는 갓난쟁이 일 때가 제일 편할 때인 것이다.


지금은 저렇게 목말을 태울 수 없다. 너무 무겁다.ㅠㅠ

                                

첫째 갓난쟁이 일 때 간 제주도 여행에서는 그래도 먹고 싶은 것을 맘대로 먹고 다녔다. 우리가 음식 먹을 때 아이는 이유식이나 간단한 음식만 먹여도 되니 참 편했다. 아이가 3~4살 만 되면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먹으러 다녀야 한다. 우리만 먹을 수 없으니 찾으러 다니지만, 그 나이 때도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 컸을 때 제주도에서 햄버거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과 회나 전복뚝배기 같은 것을 먹으러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가 8살인데 아직도 매운 건 잘 못 먹는다. 그래서 여행 다니면서 아직도 먹는 것에 많은 고민을 한다. 2~3년 정도 지나면 아이와 함께 매운 것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또 아이가 좀 더 크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자주 심심해한다. 그래서 계속 놀아 줘야 한다. 아이가 한 명이라면 번갈아서 잠깐씩 보면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실 수 있지만 어린아이가 둘이면 1 대 1 마크해야 한다. 물론 더 크면 둘이서 노니까 한 명이 두 명을 볼 수 있지만 어린 아기 둘이면 부모가 둘 다 너무 힘들다. 그래서 더욱 첫아이만 데리고 갔던 첫 번째 제주도 여행이 그 당시에는 힘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때가 편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용감한 딸이다.



그래도 여행은 재미 있다


아이가 돌 무렵에 떠나는 여행은 극기 훈련의 시작이면서 제일 편한 여행이다. 그러기에 여행하면서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힘든 일 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인생은 공평하다. 힘든 일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르는 행복감도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떠난 제주도 여행, 그래도 그때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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