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제게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
최근에 무신론자이자 약간 안티크리스천이었던 유튜버분이 크리스천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경에 사도 바울도 안티크리스천이었는데 예수님 만나고 인생이 완전 변화되어서 예수님 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나는 모태신앙이고 스며들듯 믿음이 생긴 경우다 보니, 바울이나 저 유튜버분처럼 예수님 만나고 인생이 확 변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찾아보다가 그분이 간증한 내용을 듣게 됐다. 자신이 무신론자였고 약간 안티크리스천이기도 했는데 성경을 읽으며 예수님이 믿어졌다고 했다.
그분이 꽤 구독자 수가 많던 유튜버였다 보니 그 영상이 비기독교인들한테도 큰 관심을 받았다. 댓글에 비기독교인, 기독교인, 사이비, 안티크리스천들이 의견 논쟁과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기독교인이 축복 댓글을 적은 걸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안티크리스천들이 있었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온라인 속 그 대화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비기독교인 중에 그 유튜버분의 영향받아서 교회 다시 가거나 성경 읽게 된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나도 늘 내가 쓴 글, 내가 하는 말, 내 삶이 이렇게 예수님 믿을 수 있게 선한 영향을 끼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런 분들을 보면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유튜버분이 나눠준 이야기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현재 다수의 사람, 특히 젊은 층은 기독교인과 쓰는 언어와 세계관이 다르다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서 나의 언어로만 말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기독교의 언어로만 설득하려 든다면 그건 이기적인 소통으로 보일 수 있다."
나는 이 말에 너무너무너무 공감했다.
'세상이 변해가는데 언제까지 율법에만 얽매여있을 건가?' 하는 고민을 요즘 계속하고 있던 나에게 너무 와닿은 문장이었다.
하나님도 율법에만 얽매여있는 걸 원치 않으실 거다. 옳다, 아니다 그 기준으로 바라보고 기독교 방식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율법을 넘어서 진정한 이웃사랑에 마음을 쏟으려면 비기독교인의 관점, 그들의 세계관, 그들의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던 내가 최근에 비기독교인들 앞에서 술을 마신 일이 있었다.
남자친구 직장 분들과 회식하는 자리에 나도 같이 갔다. 술자리가 길어지고 시간이 꽤 흘러서 다음날 출근을 위해서는 집에 가야 하는 아주 늦은 시간이었다.
동료분은 얼른 집에 가고 싶어 하시고, 상사분은 다 마실 때까지 안 가실 생각이었는데 술은 아주 많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상사분이 화장실 가시자마자 동료분이 황급히 술을 따라서 막 들이키시는데... 나랑 남자친구는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술 안 마시고 있으니 얼른 집에 가려면 이분이 억지로 다 마셔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문득 '아 기독교인이라고 술 안 마시고 보고만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스스로 컵에 술을 따라서 와라라라라랄 마셨다. 원래는 술을 마셔보고 싶어도 술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술을 못 마시던 나였는데 그날은 술맛이 하나도 안 느껴지고 물 같았다.
나는 비기독교인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고 열심히 술 자제하고 계실 다른 기독교인들을 생각해서 술을 안 마시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술을 마셨다.
근데 동료분을 도와서 술을 마신 건 지금 지나고 생각해도 백 번 천 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그 순간이 와도 나는 또 같이 술을 마실 것 같다.
그리고 처음에도 상사분이 "아 기독교인은 술 안 마시죠?" 하면서 어려워하시는 게 마음에 걸려서 "제가 원래 안 마시긴 하는데 한 잔 마셔봐도 되나요?"하고 딱 한 잔만 같이 마셨다. 그 상사분이 한 잔 아니라 더 마셔도 된다며 엄청 좋아하셨다.
사실 기독교인이 비기독교인과 구별되어야 하는 건 맞지만 분리되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너무 FM으로 신앙생활해 와서 어느 순간 율법주의 바리새인이 되어 있는 나한테는 그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최근에 내가 바른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 지켜오고 행한 많은 것들이 어느 순간 이웃사랑보다 앞서게 되면서 '내가 율법주의 바리새인이 되어있었구나' 하는 걸 깨닫고 회개했던 순간이 있다. 하나님은 나한테 율법 잘 지키는 바른 기독교인이 되라고 하신 적이 없다. '그래야만 해'라는 생각으로 어느새 주님보다 율법이, 이웃 사랑보다 율법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해졌던 거다.
그 이후로 내가 율법이 아닌 이웃사랑을 선택한 첫 순간이 그날이었는데 너무 뿌듯하고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어떻게 해야 성경적 가치는 지키면서도, 비기독교인들의 언어와 세계관으로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흘려보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중이다.
나한테는 지혜가 없으니 매 순간 말씀과 기도로 무장하고 늘 겸손히 주님께 여쭤보며 나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