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호텔 예식장, 선택의 기로에서
드디어 예식장 상담
결혼준비의 시작은 예식장 계약,
결혼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예식장 계약,
"예식장 계약했으면 절반은 한 거다"라고 했던가...
그만큼 예식장 계약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원하는 장소 찾기도 힘들고,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시간대 잡기도 힘들고, 원하는 조건도 맞기 힘들고, 원하는 금액 맞추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타지에서 고향까지 가야 하는 우리에게 예식장 계약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최대한 한 번에 끝내야 했다. 고심 끝에 예식장을 선택했고, 예약한 날짜에 맞춰 예식장을 보러 갔다.
우리가 상담예약한 예식장은 두 곳.
우리에게 허락된 예식장은 바로 이 두 곳!
1) 우리 고향 유일한 화이트홀인 호텔 예식장
그리고
2) 우리 고향 베스트셀러 컨벤션 예식장
유일한 화이트홀을 보유한 바다뷰 호텔 예식장 'B'
금요일 밤에 각자 본가에서 자고 토요일 오전에 호텔 예식장으로 갔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예식장도 한 곳 더 보고 싶었는데 토요일 하루뿐이라는 한정적인 시간 속에서 두 예식장의 거리도 1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에... 두 곳을 보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 편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내가 예식장에 대해 바라는 가장 큰 한 가지 조건은 '화이트홀'이었다. 하지만 상견례 때 예상치 못하게 예식장을 바꾸게 됐고, 우리 고향에는 화이트홀이 단 한 곳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침 그 예식장은 건물이 지어질 때부터 우리가 "우리 여기서 결혼하면 너무 좋겠다!"라고 했던 곳이었다. 이 바닷가가 우리가 첫 데이트를 한 곳이기도 하고, 같이 바다를 보다가 너무 좋아서 와락 포옹해 버린 첫 스킨십의 장소였기 때문에 더 특별한 추억이 있었다.
하지만 유일한 화이트홀이자, 우리 추억의 장소에 뚝딱뚝딱 지어지던 이 예식장이 호텔 예식장일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거다... 굳이 호텔에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주차장을 들어가면서부터 꼼꼼히 살펴봤다.
차량은 대략 몇 대가 들어갈 것 같고, 지금은 좀 더운 날씨이긴 한데 차가 이 정도 있구나!
주차장은 꽤 괜찮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 호텔도 있다 보니 숙박손님이 많은 시기면 주차공간이 조금 부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주차하고 입구에 들어섰는데 와... 넓고 쾌적하고 예쁘고..!
입구부터 딱 푸릇푸릇한 자연을 담은 리모델링과 키 큰 야자수는 자연스레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제주도를 연상시켰다.
"진짜 예쁘다"라는 말만 나왔다. 평소에도 깔끔하고 푸릇푸릇한 식물 인테리어를 좋아해서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여기 금액이 얼마일까? 얼마나 비쌀까? 그래도 조금 희망은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상담실로 향했다... 가 아니라 일단 뷔페로 향했다. 상담 온 김에 뷔페 가서 먼저 밥을 먹고 상담가는 게 우리의 계획이자 또 하나의 목적이었기 때문에ㅋㅋㅋㅋ
호텔 뷔페는 달라도 정말 달랐다
호텔 결혼식 가서 내어주는 코스요리 먹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 음식 가져오는 호텔 뷔페는 가본 적이 없어서 일반 뷔페랑 뭐 크게 다를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아무 기대도 없었고 그냥 '어떨까? 좀 다를까?' 정도였는데...
와 진짜 뭐야!! 왜 이렇게 좋은 거야!!
뷔페 통창 뒤로 펼쳐진 바다뷰도 근사했고 메뉴는 진짜 더 근사했고 맛도 정말 끝내줬고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메뉴와 끝내주는 음료와 다양한 디저트까지 정말 일반 결혼식 뷔페랑은 확실히 달랐다. 맛있는 메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메뉴, 특별한 메뉴 그리고 너무 예쁜 바다뷰를 보면서 먹는 여유까지!
'아, 이래서 사람들이 호텔 예식장에서 결혼하고 싶어 하는 건가!'
이렇게 근사한 밥을 대접하면 사람들한테 내가 되게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는 오만한 마음이 들었다. 경제적 능력이 되고 그 호텔이 좋아서 거기서 결혼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럴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남들한테 좋게 보이고 싶은 내 허영심이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드러내려는 마음을 품지 말자!'라는 마음의 소리도 있어서 두 마음이 내 안에서 열심히 싸웠다^-^...
더 먹고 싶었지만 상담 시간이 다 되어 어쩔 수 없이 상담실로 가야 했다. 나는 마지막까지 음식을 마구마구 입에 넣었다. 상담받으러 지금 가야 하는 게 너어무 아쉬웠다. 하지만 슈퍼 J인 예랑이는 맛있어서 이 자리를 못 떠나겠다는 나를 재촉하며 기어이 자리에서 일으켰다.
"우리 다음에는 부모님들 모시고 여기 다시 꼭 오자!!"라는 다짐을 하며 뷔페를 나섰다.
드디어 예식장 비용 상담 '얼마냐 너는!!'
설렘과 떨림을 안고 상담실에 갔다. 직원은 굉장히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줬다. 그리고 항목별 금액과 계약 관련 내용이 적힌 종이를 펼치며 본격적인 예산 안내가 시작됐다.
대관료, 식대까지는 이해했지만 플라워샤워, dvd, 스냅, 꽃장식 추가, 부케, 진행스태프, 헬퍼 이모, 혼주 화장, 신부 리허설 메이크업, 드레스 등등... 그 외 세부적인 다른 내용에 대해 정신없이 빠르게 들어오는 설명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나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니, 이렇게 세세한 것들도 다 추가금이 있는 거였단 말이야?'
진행스태프 비용도 따로 받는 건 진짜 몰랐다.. ㅎㅎㅎ 게다가 더 황당했던 건 나랑 대화하면서 추가금이 붙던 어떤 항목이 갑자기 서비스가 되기도 하고 수시로 바뀌었다는 점...
대관료만 해도 몇 백이기 때문에 원래도 돈 안 받아도 되는 걸 굳이 옵션이라는 이름으로 분리해 두고 돈을 더 받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안 받기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일단 대관료랑 식대가... 너무 비쌌다. 우리가 생각한 예산을 넘고 말고를 떠나서 결혼식장에 이렇게 큰 비용을 쓴다는 건, 이 비용을 낼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고 해도 우리의 기준에서는 너무 아까울 정도였다.
웨딩홀 상담 가면 서비스나 깎아달라는 흥정을 잘해야 한다고 하던데... 나는 그런 걸 잘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마음먹고 왔기 때문에 이야기해 봤으나, 고정된 금액이라 더 이상 할인해 줄 수가 없다고 했다.
예식장 둘러보기
일단 일어나서 홀도 보러 갔다.
2층에 있는 홀과 3층에 있는 홀 두 개 이렇게 총 세 개였는데 2층에 있는 홀도 3층에 있는 홀도 예뻤지만 2층은 높이가 낮다 보니, 바닷가 주변 식당의 간판이 너무 눈에 잘 들어왔다. 바다가 꽉 차게 보인다기보다는 호텔이랑 같은 라인에 있는 식당들 간판도 보였다. 그리고 지나다니는 차랑 사람들도 너무 잘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바다뷰고 홀이 너무 예뻐서 괜찮지 않나 싶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로비와 축의대 그리고 신부대기실이 너무너무 예뻤다. 신부대기실이 정말 근사했다. 넓고 환하고 대기하는 사람들 앉을 수 있는 예쁘고 넓은 소파에, 신랑신부 전용 화장실까지 다 갖춰져 있었다. 야외테라스도 있었다. 홀도 홀이었지만 나는 신부대기실을 보면서 와 나 꼭 B예식장에서 하고 싶다!!!!라는 굳은 결심을 했다. 이미 다른 사람 결혼식으로 몇 번 가봤던 C예식장은 신부대기실이 너무 별로였다. 조명도 좀 어둡고 인테리어도 그냥 평범한 방에 낡은 소파..? 그렇게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C예식장 신부대기실은 나한테 너무 근사하게 보였다. 그때부터 텐션이 한 단계 더 업~~~ 돼서 방방 뛰듯이 기뻐했다 (이미 계약한 줄)
3층 홀 신부대기실, 축의대, 로비는 2층과 마찬가지로 근사했고, 홀 내부는 아무래도 층고가 있다 보니 2층보다 뷰가 훨씬 좋았다. 간판도, 사람도, 차도 덜 보이고 바다가 더 많이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비용이 더 비쌌다.
근사했던 뷔페도 한번 더 같이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상담실로 다시 돌아왔다. 신부대기실과 뷔페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나는 정말 어떻게 해서든지 금액을 조금이라도 더 깎아서 이곳에서 계약하고 싶었다. 조심스레 또 금액을 깎을 수 없는지 이야기를 꺼내봤지만... 이 예식장과 계약된 스튜디오에서 웨딩촬영 안 하고 다른 곳에서 하면 추가금 내야 하는 항목을 빼주겠다는 서비스 아닌 서비스만 제공받고 대관료는 단 한 푼도 깎지 못했다.
8월은 어떠세요?
하지만 예랑이도 여기가 꽤 마음에 들었고, 나도 여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상담해 주시는 직원분께 솔직하게 대관료 금액이 너무 비싸서 마음에 걸린다고 이야기했고, 우리는 또 다른 대책을 찾기로 했다. 바로 날짜 변경..!! 바로 비수기 여름...!!
여름에는 대관료가 거의 절반이었다. (하지만 식대는 절대 깎아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말하겠지만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우리가 원하던 날짜(성수기)에 이 예식장에서 제시한 비용을 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예식장에서 그 날짜로 계약하는 건 절대 불가능했고, 비수기에 계약할 때만 이 예식장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10년 만에 돌아온 10주년이 우리한테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지만 이 예식장이 그만큼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단 비수기 날짜로 계약을 했다. 비수기는 정말 생각도 안 해봤는데...
그나마 8월 말은 비수기 중에 제일 덜 덥다는 직원의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믿고 싶었다! 더 이상 방법이 없어서 일단 계약하고 상담실을 나왔다.
성수기/비수기가 뭐냐면요
몰랐는데 비수기 중에도 비수기가 있고 준비수기가 있었다.
1월~3월은 비수기 (하지만 3월도 요즘은 따뜻해서 성수기로 넣는 예식장도 있다고 함)
4월~5월 성수기
6월 준비수기
7월~8월 비수기
9월 준비수기
10월~11월 성수기
12월은 원래 비수기인데 연말이나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성수기로 넣는 예식장도 있다고 했다.
금액은 비수기 <준비수기 <성수기 순서다.
여름, 겨울은 비수기, 봄가을은 성수기하면 되지 그 사이에 준비수기는 또 뭐람...
나는 이동할 때 덥고 추워서 비수기, 봄가을은 온도 좋아서 성수기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른 예식장 가서 들은 이야기인데 결혼식 성수기/비수기가 나뉘는 이유가 우리나라가 농사짓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보니 바쁜 농번기에는 비수기, 바쁜 시기 아닐 때는 성수기. 이렇게 구별된 게 시작이었고 에어컨과 히터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내가 너무 덥거나 추우면 비수기로 인식이 된 건데
현재는 농사를 많이 짓지도 않고, 실내 온도 조절도 가능하기 때문에 성수기/비수기의 원래 의미가 퇴색됐다고 했다.
뭐가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성수기/비수기 금액 차이가 꽤나 크다는 게 팩트
고민의 늪에 빠져버렸다
생각했던 날짜가 아니라서 속상했다. 게다가 더운 8월이었고 8월 말이라고 해도 분명히 더울 게 뻔했다. 오가는 사람들이 더워서 힘들까 봐 걱정됐다. 하지만 여기가 바닷가니까 좀 괜찮지 않을까? 아 아닌가 습해서 더 더울까? 근데 너무 예쁘고 밥도 너무 맛있는데 놓치기 싫은데... 아 근데 여기가 교통이 좀 불편하긴 해 아니지 그래도 하고 싶었던 곳에서 하는 게 제일 미련 안 남지 않을까? 근데 날짜가... 아악 어떻게 하지?
다음 예식장으로 가는 길 내내 고민에 빠져 있던 '나'였다. 아니, 사실은 다음 예식장 가서 더 큰 고민이 생겼지... 그리고 이후 나는 몇 달 동안 이 고민의 굴레에 빠져 살게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랑이는 나만큼 고민하지 않았다.
"B예식장에서 하고 싶으면 8월에 그냥 하면 되지."
나는 머리 터지고 예랑이는 별로 안 그랬다.
아마도 이유는 단 하나
"버리지 못한 욕심"
예랑이는 바꿀 수 없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였고, 나는 원했던 날짜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과 더운 여름에 결혼식을 하게 되는 건 내 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내가 원했던 조건들을 포기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미련과 아쉬움과 속상함 고민을 가득 안고 다음 상담을 위해 C예식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