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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마루 Apr 05. 2023

천황식당을 아시나요?

100년이 넘는 시간 한 곳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식당

  

며칠 전 개인적인 일로 진주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주말이라 올라오는 길이 막힐 것이 너무도 당연해서, 이왕 먼 곳까지 온 김에 진주성이라도 보고 천천히 올라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전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맛집부터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동행한 지인은 천황식당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맛집 한 곳을 찾아냈습니다.


 비빔밥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고 하니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내심 100년이 넘는 시간을 한곳에서 지켜온 식당의 고집스러운 매력은 무엇일까. 호기심도 있었답니다.     

인근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가니 바로 시장 입구 코너에 단층집이 한 채가 보였습니다. 포니 픽업 자동차가 출입구 옆에 자리 잡고 있으니, 마치 작은 영화 세트장에 온 듯 옛날 감성이 물씬 풍겼습니다.


건물 외관에서부터 느껴지는 예스러운 매력에 음식을 먹기 전이었지만 맛집임을 직감했습니다.

일단 들어서자 작은 학교 책상 같은 테이블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리고 마당 안쪽에 가득한 항아리들도 범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식당이 생긴 역사와 천안식당에서 천황식당으로 이름이 변경된 이유도 A4용지에 인쇄한 글을 정성스럽게 코팅해 벽면에 붙여놓았습니다. 식당이 있는 마을은 하늘에서 봉황이 내려와 살았다는 전설이 있어 2대 할아버지께서 식당 이름을 천황식당으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본래의 좋은 뜻보다 천황이라는 어감 때문에 일본과 관련 있는 줄 오해하는 분도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 글은 식당 이름에 대한 궁금증에 미리 답을 알려주는 듯했습니다. 그 글에서 무심한 듯해도, 손님을 위한 배려가 있는 식당 주인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답니다.


저녁 시간이라기보단 오후 시간이었는데 점점 사람들이 몰려들어 우리가 식사를 마칠 무렵엔 많은 사람이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맛있어서 순식간에 비빔밥을 먹고 나와 다시 식당을 보니 주변 건물은 높은데, 이상하게도 천황식당만 보이더군요. 참 묘한 매력이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그곳을 회상하다 잠시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외관상으로 보이는 식당의 모습은 지극히 꼰대 느낌이 났지만, 식당 안에 들어서는 순간 연세 있는 직원분임에도 적당히 상냥한 억양으로 주문을 받고, 내부는 오래되었어도 깔끔했으며, 그곳 특유의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식당의 기본인 음식이 사람들을 계속해서 모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학교 책걸상 느낌의 딱딱한 테이블에서는 학창시절 추억을 기분 좋게 떠오르게 했습니다.     


저도 이 식당처럼 오랜 시간 공인중개사무소를 지키며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기본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양심에 따라 정확한 정보를 거짓 없이 공유하며, 손님의 관점에서 좀 더 고민하고, 그들이 걱정하는 마음을 헤아려 미리 배려하는 것이 공인중개사의 기본이 아닐까니다.


얼마전 기본에 실하지 못한 일부 사람들로 인해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개업공인중개사의 이미지 추락이 있었습니다.

언론에서 공인중개사란 단어를 듣기만 해도 사건과 무관한저지만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더구나 요즘 행정처분 공개를 하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정말 중개업종사자는  공공의 적인가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이참에 중죄를 저지른 중개업자들을 정리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 공인중개사로서 사소한 실수나 손님의 악의적인 고소나 민원으로 아직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개업공인중개사에게는 이런 정보 공개가 자칫 마음의 깊은 상처가 될 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중개업 무사고 10년 이상 중개 00건이상 중개한 중개업 종사자에게 OO 우수업소라는 명예로운 명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상상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우수명판을 가진 개업공인중개사는 명예로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명판이 없는 분이라면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더욱 책임감 있는 중개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를 이어 100년이 넘게 운영하는 천황식당처럼, 100년 무사고 중개업소들의 명판이 걸려있는 우수한 중개업소가 많아져서 손님들이 두려움없이 중개의뢰  할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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