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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마루 Feb 08. 2024

내가 협회상담위원이 된 이유

1년간 상담하면서 느낀 보람


지난 22년 10월 중순부터 공인중개사협회 남부지회 상담위원으로 위촉되어 주택 관련 분야 상담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상담위원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회장님의 권유와 봉사직이라는 단어에 협회에 작은 일이라도 보탬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서 일단 수락했습니다. 또, 상담을 위해서라도 공부한다면 내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회장님과 상담 위원직을 맡겠다고 통화한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는데 당황스럽게도 통화 연결음에서 ‘상담 요청 전화입니다.’라는 다소 차가운 인공적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되고 상담방법도 모르는데…. 그날 그렇게 얼떨결에 상담업무는 시작되었습니다.


알고 있는 것도 확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성격인 데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답변을 잘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자, 전화 받기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일단 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하고 스스로 다독이며 시작한 일이 벌써 1년하고도 5개월이 돼가고 있습니다.     

상담자들도 개업공인중개사다 보니 웬만한 해답은 알고 있지만 헛갈리는 부분을 확인하려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저는 답변에 확신이 없을 땐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다시 하기도 합니다. 좀 민망하지만 잘못 알려드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가끔 화가 나서 격양된 목소리로 상담해 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럴 땐 일단 이야기를 듣고, 그 상황이 화가 날 만 일이었는지 생각해 보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려 합니다. 어떤 때는 중개사 본인이 상황설명을 하다가 빠르게 진정되기도 하고, 중개사님 스스로 답을 찾기도 합니다. 저는 그때 중개사님의 판단에 지지의 의사를 보냅니다. 답을 구하기보단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무의식중에 있지 않은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가장 많은 비중의 상담전화는 초보 개업공인중개사분들의 전화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분이 두 분 있습니다.

제가 전화번호를 기억할 정도로 여러 번 통화했었는데, 초보 개업공인중개사였던 것 같습니다. 저의 경험으로 돌이켜보면 초심자의 행운처럼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열정 많은 공인중개사에게는 계약서작성 할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중개사에게 계약은 기쁜 일이지만 계약서를 실제 작성해 본 일이 없는 초보공인중개사에게는 계약서에 써야 할 특약 한 줄도 고민이랍니다.


제가 상담한 여린 목소리의 여성 공인중개사대표는 시간이 된다면 사무소에 가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신경이 쓰였답니다.

아마도 예전 초보 중개 시절이 생각나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한 분은 연세가 좀 있으신 여자 대표님이었는데,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상담내용보다는 정보를 찾기 위해 어느 홈페이지로 들어가야 하는지, 그 홈페이지에서 메뉴 버튼을 찾거나 그와 관련된 항목을 찾는 것이 질문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난감했지만, 저도 컴퓨터 화면을 켜 놓고 확인하면서 하나하나씩 알려드렸습니다.

요즘은 컴퓨터를 모르고 중개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막상 실무적으로 꼭 필요한 컴퓨터에 관한 것과, 중개업무에 필요한 홈페이지를 찾는 것 등을 문의할 곳이 거의 없어서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지랖을 떨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담한 것보다도 꼭 필요한 도움을 드린 것 같아 스스로 만족스러웠던 상담으로 기억합니다.

상담받았던 대표님도 고맙다고 밥 사겠다고 하시며, 꼭 사무실에 오라고 하셨는데 아직 못 가고 있네요.^^


때로는 같은 지역 공인중개사대표의 전화가 와서 반갑게 인사하려고 전화를 받았는데 상담업무 전화라서 모른 사람인 척 목소리 변조해서 상담했던 자신이 우습기도 했답니다.     


준비 없이 시작한 상담이었지만, 1년여 시간을 회상해보니 여러 상황의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간접경험도 얻고, 중개사대표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소리도 는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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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상담 전화가 올 때마다  떨리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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