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진영을 만나고 생각에 잠겼다.
늙어가는 것들, 인생이 재미없는 것들,
또 때려치우고 싶은 것들,
어떤 거 하나 잡을 수 없었던 세월이
결국엔 내 인생이 아닐까 싶었다.
난 그것을 팔자라고 생각한다.
그건 나의 팔자, 팔자대로 살아간다.
불교에서 말하는 카르마, 업이다.
업을 없앨 방법도 이기는 법도 모른다.
다만 받아들여야 편하다는 건 안다.
현실을 직시하고 나의 한계를 그대로 직면하는 것
그것만이 세상을 정직하고 바로 살아가는
법인 것을 안다.
내가 속한 세상에서 내가 찾은 답이니
나에게만 통용되는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요즘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일이 너무 힘들기도 하거니와
부단히 도 지친다.
일을 한다는 건
돈을 버는 동시에 지치는 행위다.
그리 많이 벌지도 않으면서도
원하지 않은 윗 상사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
그게 삶이라며 자위하는 방법밖에 모른다.
또한 ‘존버’라는 단어로 자신을 위로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존버’로 될 일인가,
말로는 존버라 외치면서
속은 문 들어지는 일이다.
속상하고 힘이 들어도 버티고 버텨야 하는 일이다.
문득 신이 나에게만 고통 한 스푼을 더 넣은 것은
아닌지 자책하게 된다.
맞다, 고통 한 스푼 더 넣었고 그것을 나는
아까 말했듯이 팔자라고 생각한다.
팔자를 바꿀 수는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면 말이다.
부딪치고 깨지는 힘,
몇 년을 다 깨지더라도,
어둠만이 남아있더라도,
괜찮다.
이 넝실거리는 바다는
곧 나 임으로
나는 이 바다와 함께 길을 간다.
무엇이 두려우랴,
세상이 두렵다면
나를 믿고 가면 된다.
내가 두려우면,
세상을 믿고 가면 된다.
걱정할 필요 없다.
패배하더라도
지더라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