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철강 푸르고 맑게
철강 산업은 1년에 약 1억 3천만톤 정도를 배출하는 산업 부문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대표적인 철강 기업인 포스코는 1년에 약 7,0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명실상부 가장 규모가 큰 배출기업이다.
그러나 철강은 플라스틱과 더불어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제품이다. 건물을 만들 때 철근과 철구조 강들이 필요하며 상품을 나르는 선박, 자동차 모두 철로 만들어진다. 철이 중요한 또 다른 부문은 국방이다. 쉽게 생각했을 때, 총, 미사일 등 대부분의 국방 무기들은 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시에 견고한 제철산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큰 전략적 자산이다. 철은 제조업 산업의 쌀이자 경제의 기둥인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철 생산이 이렇게 온실가스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철 생산은 왜 이렇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까? 철은 Fe, 보통 철광석 - FeO를 원료로 한다. 쉽게 말해 산화된 철을 석탄(C)과 같이 고로에 태우면 막대한 양의 CO2가 발생함과 동시에 순수한 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즉, 철광석을 철로 바꾸는 제련과정 (철과 코크스를 용광로에 투입한다)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이다.
만약 철 생산에서 온실가스가 철광석과 석탄 (코크스)가 만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두 가지 해결책이 있다. 첫째, 철광석이 아닌 산화된 철 (철 스크렙)을 그냥 녹이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전기로 철 생산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이며 많은 부분 상용화되고 확대할 일만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전기로에도 당연히 문제는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 철을 녹이는데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 문제이다. 현재 전력의 대부분을 석탄에서 얻는 한국 전력시장 특성 상 철을 에너지로 녹이는 것은 온실가스를 드라마틱하게 줄여주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석탄 대신에 수소를 넣는 것이다. FeO이 C를 만나 CO2 혹은 CO1를 배출하는 것이었다면 H를 집어넣으면 H2O, 즉 물이 나오지 않을까? 바로 이런 발상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수소환원철이다. 포스코에서는 2040년부터 수소환원철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하고 있다.
놀랍게도 기술은 다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역시 기존 시설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새로운 시설들을 설치하는 것이다. 유럽과 다르게 뒤늦게 철강산업이 발전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그리고 유럽에서 수소환원철에 대한 시설투자가 잘 이뤄지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로 낡아진 철 생사시설을 새롭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냥 시설을 2040년에 바꾸게 기다리기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 우선 당장 2023년부터 도입이 예정되어 있는 EU 탄소국경조정세는 탄소집약도가 높은 철강 제품에 대해 강도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철강 제품의 큰 수요를 차지하는 자동차 기업들의 scope3 (간접배출)에 대한 규제가 심화됨에 따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산업에 타격을 생길 수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원망보다는 한국의 철강 산업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이제 탄소중립 전략은 단순히 착한 기업, 사회적 기업의 느낌 아닌 생존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남아있는 시설에 대한 미련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소환원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때 한국의 철강 산업은 오명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한국 경제를 지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