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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ylvia Mar 21. 2022

성장하는 찐똑똑이 워킹맘

워킹맘을 디자인해드립니다 (10)


아... 내가 왜 둘째를 가지려고 했을까?



산후 도우미 이모님이 떠나고 일주일 만에 해수는 멘붕에 빠집니다. 하나일 때보다 더욱 힘든 두 아이의 육아. 체력은 첫째 때보다 더 떨어졌고 동생이 집이 온 후부터 엄마에 대한 집착이 커진 첫째는 예상밖에 복병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친정엄마도 이때 다시 몸이 안 좋아지셔서 해수를 도와줄 수 없게 되었고요.

지난밤 수유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해수는 출근하려는 민석을 붙들고 눈물로 호소합니다.

“출근 안 하면 안 돼? 나 너무 힘들어...”


너무나 행복하게 기다리고 만난 둘째지만 끝이 보이지 않게 쳇바퀴 굴러가듯 이어지는 육아 노동에 해수는 점점 지쳐갑니다. 첫째에게 전만큼 신경을 쓸 수 없어 더욱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냥 하나만 잘 키울걸 하고 후회가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울고만 있을 때가 아닙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정신 차리고 가족을 살리는 육아 세팅에 돌입해야 하니까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해수는 다시 한번 찬찬히 워킹맘을 살리는 세팅에 들어갑니다.



1.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난 언제 행복한가?

내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내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어떤 가정을 꿈꾸는가?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는가?


내 자신과 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다시 한번 답해봅니다. 철학적이고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장기전으로 들어간 워킹맘에겐 필수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2. 일할 것을 선포하고 도움을 청하기


육아의 터널에서 가장 친밀한 조력자가 되어야 하는 남편에게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합니다. 여러 번의 민석과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해수가 깨달은 건 같이 살고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야 합니다.

두 아이 양육으로 피폐해진 해수는 민석에게 둘째를 뉘어서 재울 수 있을 때까지는 개인적인 저녁 약속은 잡지 말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해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윤서 때문에 둘째 밤 육아는 민석에게 맡겼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센터에서 운동할 시간도 확보합니다.

이렇게 해수는 주기적으로 자신이 상태를 알리고 최대한 서로 돕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버틸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주는 건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그리고 가정의 재정적인 부분도 다시 정리합니다. 시터 비용을 제외한 둘의 수입에서 생활비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을 제외하고 앞으로 어떻게 재테크를 할지도 의논합니다. 풀타임 이모를 포함한 육아 세팅에서 구체적인 재정 계획은 너무나 중요하니까요.


그만두신 지 6개월... 해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윤서를 잘 돌봐주셨던 이모님에게 연락을 해봤습니다. 이모님이 다시 와주신다면 안심이 되고 윤서도 다시 새로운 사람에게 적응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너무나 다행히도 이모님은 다른 집에 가지 않으시고 쉬고 계셨습니다. 감사하게도 두 아이를 맡아 주시기로 했고 보수도 이전보다 훨씬 더 올려드렸습니다. 돈보다도 안정되게 두 아이들을 맡아줄 사람이 절실했기 때문에 이젠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3. 체력 키우기


책임져야 하는 아이가 둘인 엄마는 이제 아플 여유도 없습니다. 첫째를 낳고 복직 후에 잔병치레에 체력 저하로 인한 고난의 시간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복직 전에 제대로 운동하기로 결심합니다. 이모님을 복직 전에 미리 오시게 해서 둘째를 맡기고 윤서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면서 바로 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은 개인 PT를 받았지만, PT가 없는 날에도 체육관에 갔습니다. 트레이너에게 배운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한 뒤, 사우나에서 몸을 풀었습니다.

오전 내내 운동을 한 뒤 점심은 혼자 먹었습니다. 오후에는 카페에서 동영상도 보고 책도 읽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충전하면 4시 이후부터 두 아이를 돌볼 육체적, 정신적 힘이 났습니다. 운동 덕분에 기분도 좋아지고 덤으로 살도 많이 빠졌습니다.



4.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


두 아이 워킹맘이라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벅차기에 해수는 포기하라 수 있는 건 과감히 포기하기로 합니다.

우선 집안일을 되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집은 더러워졌지만 괜찮았습니다. 반찬도 배달시키고 설거지나 빨래는 남편에게 맡겼습니다. 전처럼 퇴근 후 늦은 밤까지 이유식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반은 배달로 반은 이모님에게 부탁했습니다. 엄마가 직접 만들지 않아도 아이는 잘 자라니까요.


짧은 육아휴직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학교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지만 해수는 직장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기로 합니다. 엄마가 되기 전에 나와 비교하지 않기!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기! 집에 일을 가져가지 않기! 약간의 민폐에 자책하지 않기!

"막내가 5살이 될 때까지는 왔다 갔다 출퇴근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라는 선배 엄마들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며 스스로에게 당당해집니다.


아이들에 대한 욕심도 버리기로 했습니다. 남들 보기에 '좋은 엄마'에 집착하지 않기루요. 아이들에게 브랜드 대신 아웃렛이나 물려받은 물건들로 키웁니다. 비싼 유기농 재료보다는 마트에서 파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먹이고요. 곧 5살이 되는 첫째는 영어 유치원이나 사립 유치원 대신 보육에 유리한 길 건너 어린이집에 보냅니다. 아이가 기억도 못할 해외여행을 가거나 관심도 없는 체험활동도 지양합니다. 주말에 네 식구가 동네를 산책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겐 충분하니까요.



5. 어설픈 조언 대신 내면에 귀 기울이기


마지막으로 책임지지 못할 타인의 어설픈 조언들에 귀를 닫습니다. 엄마와 아이를 향한 무의미한 관심들은 90% 이상이 오지랖이라는 걸 이제 해수도 알고 있으니까요.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 상처 입거나 작아지지 않기로 합니다.

그 대신 최대한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면에 귀를 기울입니다. 카페에 앉아있거나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하거나 늦은 밤 조용히 앉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너... 괜찮니?”


이젠 홀로 울고 있거나 잘하려고 허덕이지 않습니다.

그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엄마는 공주님이야!”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은 퉁퉁 부은 해수의 얼굴을 매만지며 윤서가 말합니다. 어딜 봐도 공주와 거리가 멀건만... 아이의 눈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가 봅니다. 해수는 그런 윤서를 보며 세상 어떤 사람이 이렇게 절대적이며 계산적이지 않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보드랍고 좋은 향이 나는 윤서의 볼을 자신의 볼에 비비며 속삭입니다.


“윤서는 엄마의 공주님이야. 너무너무 사랑해~~”



아침부터 눈꼴신 애정공세에 바쁜 그때, 방문이 빼곡~ 열리며 둘째 은서가 뒤뚱뒤뚱 걸어 나옵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은서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신기합니다. 처음도 아니건만... 마음의 여유가 생긴 해수에겐 은서의 발달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기특합니다.

처음엔 동생을 질투하고 엄마를 독차지하려던 윤서도 편안해진 엄마를 닮아 동생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걸어 나오는 동생을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가 꼭 안아줍니다. 동생이 사랑을 나눠야 하는 경쟁자가 아닌 평생 둘도 없는 친구라는 걸 윤서도 서서히 깨닫고 있나 봅니다.



복직하고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학교에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바로 나윤정 샘이 출산 소식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윤서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은서는 5살이 되면서 기저귀하고도 이별하고 어린이집에서도 상급반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육아가 점점 수월해지는 걸 느낍니다. 윤서와 은서는 이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로서의 책임과 업무들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아이들이 크면 그만큼 다른 걱정과 챙겨야 할 것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이젠 다가올 날들이 그렇게 두렵지 않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주어진 상황 때문에 나를 버리지는 않을 거니까요.



아이들은 하루하루 자랍니다.

엄마 경력 7년이 된 해수도 하루하루 자랍니다.

그렇게 함. 께. 하루하루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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