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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진 Jun 25. 2020

디지털 전환시대의 UXer의 파워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UXer의 권력은 사용자로부터 나온다”


사용자 조사를 앞두고 있는 pxd의 주니어들에게, 그리고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종종 하는 말입니다. 뭔가 익숙한 느낌의 표현임을 눈치채셨을 텐데요, 다음의 헌법 제1조 2항의 문장을 차용하였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그의 책 '권력이동'에서 이야기한 

"미래에는 정보를 가진 자가 권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Knowledge(information) is the most democratic source of Power"

라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UXer는 사용자와 고객을 관찰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얻습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하고 해석하여 통찰을 얻고 해법의 방향을 모색합니다. 사용자에 대한 정보란 ‘누가 어떤 정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에 대한 정보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해석과 판단을 통하여 ‘왜?’에 대하여 이해하게 되고 ‘행동의 목표’를 알게 됩니다.


사용자 현장 인터뷰를 앞두고 있는 주니어들에게 이렇게 말을 해주기도 합니다. 

"오늘 사용자를 만나서 보고 듣고 알게 되는 것들은 세상 사람들 중 여러분들이 처음으로 손에 쥐게 되는 정보일 거예요."

세상에서 유일한 정보를 손에 쥐고 이를 해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면 사람들은 UXer 여러분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사용자(고객)의 목소리, 행동 정보는 서비스와 제품의 전략과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데이터입니다. 따라서 사용자의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가진 UXer는 파워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UXer와 UX조직이 파워가 없다면?… 사용자와 고객의 제대로 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거나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조직에서 사용자와 고객의 정보로서 어떤 것들이 파악되어 관리되고 있고 누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디지털 전환시대와 UX


최근에 pxd와 협업하는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습니다. 대규모 조직의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추어 진행되는 여러 프로젝트에서 pxd는 UX진단과 컨설팅, 해법에 대한 디자인 프로토타이핑과 검증을 합니다. 그리고 과정 전반에 걸쳐 디자인씽킹 프로세스에 따라 연관된 조직들과 협업을 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직면하는 기업들에게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과 방법을 설명하면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고객 경험의 혁신이야말로 디지털 전환의 핵심 요소이며, 디지털 시대에 달라진 고객의 눈높이를 이해하고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고객과의 연결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객 데이터를 중심으로 고객의 경험을 지속해서 혁신할 것을 주문합니다. 즉, 기존의 고객 접점의 채널에 머무르지 말고 이를 넘나들면서 진정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조지 웨스터먼 외, 2장 ‘강력한 고객 경험을 창출하기 내용 중) 그리고 이러한 고객 경험 혁신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업무 방식과 사람들 간의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업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최근 pxd가 참여하는 디지털 전환 과제들은 이러한 내부 구성원들의 업무 시스템에 관한 것들이 많습니다. 참고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흐름과 함께 최근의 인적자원관리(HRM-Human Resource Management)의 트렌드는 사내 구성원의 경험(EX : Employee Experience)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가고 있습니다.


UX가 디지털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서의 사용자 중심의 만족스러운 사용 경험에 관한 분야임을 생각해보면, 디지털 전환 흐름에서 UX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높은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UXer들은 사용자와 고객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하여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인터뷰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사용자 참여적 방법을 사용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행동 이면의 숨겨진 니즈와 목표를 발견하는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디지털화’(digitization 또는 digitalization)를 넘어서 산업과 서비스 전반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직접적인 조사 방법으로 얻어내는 사용자의 경험만을 다루는 것으로는 점차로 한계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 흔적, UXer가 다루는 사용자 정보의 변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많은 서비스들이 디바이스와 서비스, 장소를 넘나들며 일상생활의 전반에 스며들면서 그 모습을 광범위하게 재편하고 있습니다. 쇼핑, 금융,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는 물론이고 여객, 운송, 음식 배달, 세탁소, 심부름 서비스까지 오프라인에 익숙했던 일상적인 영역까지 디지털 플랫폼의 영역에 편입되고 있습니다. 기업 내의 업무 환경도 이메일과 메신저를 넘어서 커뮤니케이션과 문서 파일, 의사결정 과정, 모니터링, 알림, 회의 예약과 미팅 진행 등 업무 전반에 걸쳐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적인 워킹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옴니아 2가 출시된 해가 2009년, 갤럭시 S가 처음 출시된 것이 2010년으로 불과 10년 전 임을 생각해보면 너무도 익숙해 보이는 지금의 모습들이 얼마나 급격하게 주어진 환경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디지털 흔적을 남깁니다. 흔적은 행동의 결과입니다. 즉,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의 행동뿐 아니라 이들이 남기는 디지털 행동 데이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 서비스와 서비스 플랫폼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환경을 중심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서비스 이용 행태를 이해하기 위하여 직접 인터뷰와 관찰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사용자에 대한 직접 조사 방법이 여전히 유효하고 유용한 조사 방법이긴 하겠지만, 점점 늘어나는 디지털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더 할 수 있다면 정량화된 근거와 함께 통찰의 기회를 확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UXer가 수집하고 분석하고 이해해야 할 사용자 데이터의 소스가 디지털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UXer는 필요한 디지털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루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이를 처리하는 기술을 알고 있어야 하며, 적어도 해당 전문가들과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정성적인 직접 조사 방법 외에도 고객의 디지털 흔적을 통하여 정보를 얻고, 분석하고 가공하여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서비스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서비스 간에 연결점들은 더욱더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UXer로서 사용자의 데이터에 무관심하거나 혹은 이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제대로 얻어낼 수 없다면, 디자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용자를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사용자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갖지 못한 UXer의 파워는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에 적응하기


기술이 변화함에 따라 이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이와 연결된 산업과 비즈니스가 달라지고 새로운 직업군이 나타나고 기존의 직업군도 새롭게 정의됩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도태되기도 합니다. 즉, 어떤 식으로든 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과정에서 UXer가 다루어야 하는 사용자 데이터가 변하고 있고 이를 잘 다루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해지리라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pxd에서는 ‘Data driven UX process’에 대해 다양한 시도와 실제 프로젝트에서의 적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차례 외부에 이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UXer가 통계 처리와 같은 데이터 분석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인가요?”


일부는 그럴 수도 있고 일부는 아니겠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무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모든 UXer가 새로운 능력을 갑자기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UX분야 종사자들은 노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확장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꽤 오랫동안 자기가 하던 방식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어떤 사람들은 시장의 수요에 의하여 UX와 데이터 분석 두 가지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영역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것입니다. 데이터 분석 영역에 있던 사람이 UXer가 되어 경계를 넘어올 수도 있고 데이터 분석가로서 UX 전문 능력을 추가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변화는 인접한 영역 양쪽에서 동시에 일어납니다. 각 영역의 전문가들은 적어도 협업할 줄 알아야 하고, 상대 영역을 자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어떤 기회가 있을지 예측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살아남는 종(種)은 강한 종이 아니고, 똑똑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It is not the strongest of the species that survive, nor the most intelligent, but the one most responsive to change."
-찰스 다윈


기업의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과 의미를 설명하기 위하여 자주 인용되는 다윈의 말은 UXer에게도 해당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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