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눈부신 꿈결
1200년 주기로 지구를 도는 티아마트 혜성. 1200년 전 운석이 떨어져 생긴 호수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져 있는 이토모리 마을. 인구 1500명 남짓한 시골 깡촌에 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사는 여고생 미야미즈 미츠하. 대대로 신사를 운영하는 가업을 이어 여동생 요츠하와 함께 무녀로서 본분을 다한다. 전통을 이어 실매듭을 만드는 것은 기본. 매년 열리는 신사 풍양제에서는 무녀 차림을 하고 신관인 할머니에게 춤을 전수받고, 우물우물 쌀을 씹고 되에 뱉어 신에게 바치는 술, 구치카미사케(口噛み酒,くちかみざけ)를 만든다. 침의 힘으로 달콤해진 쌀을 발효시키면 술이 된다. 미츠하의 몸과 쌀이 맺어져 만들어진 술은 미츠하의 절반이나 다름없다. 영화는 “모든 것은 이어져 있다”는 ‘무스비’(結び, 이어짐, 매듭)에 기조를 두고 있다. “실을 이어 매듭을 만드는 것도 무스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무스비. 모두 신의 영역이야.”
내 이름은, 미츠하!
사춘기 소녀 미츠하는 작디 작은 이 마을이 정말 싫다.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생 요츠하는 “언니, 까짓 거 구치카미사케 많이 만들어서 도쿄 상경자금을 만들어봐! 사진이나 메이킹 필름 같은 것도 찍어 ‘무녀 입술’ 같은 이름 붙여서! 분명 잘 팔릴 거야!” 같은 소리를 내뱉는다. 어이가 없는 미츠하는 “다음 생에는 도쿄의 꽃미남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를 크게 외친다. 이후 미츠하는 거짓말처럼 도쿄의 남고생 타치바나 타키와 일주일에 2~3번 하루 동안 몸이 바뀌는 현상을 겪게 된다. 꿈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마치 꿈처럼 아침에 눈을 뜨면 기억은 점차 흐릿해진다. 몸이 뒤바뀐 기간은 1200년에 한 번 지구로 근접하는 혜성이 오기 한 달 전부터 혜성이 도착한 날까지. 하루는 이토모리의 미츠하, 다른 날은 도쿄의 타키로 사는 것에 익숙해질 무렵, 더 이상 몸이 바뀌지 않자 타키는 미츠하를 만나러 떠난다. 그가 가진 단서는 희미해진 기억을 겨우겨우 붙잡아 그린 이토모리의 풍경 한 장.
영혼을 이어주는 술, 구치카미사케
그림 한 장 들고, 꿈속의 그곳을 찾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곳저곳 헤매다 자포자기 상태로 허기를 채우러 들어간 라멘집. 타키의 그림을 본 라멘집 주인 부부가 그곳은 이토모리이며, 3년 전 혜성 운석이 떨어져 사라진 마을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불과 몇 주 전까지 미츠하와 몸이 바뀌었던 타키는 큰 충격에 빠진 채 이토모리와 관련된 수십 가지의 자료를 뒤진다. 그러던 중 손목에 채워진 실매듭에서 불현듯 사소한 기억 하나를 끄집어낸다.
미츠하의 몸에서 미츠하의 삶을 살던 어느 날, 타키는 미츠하의 할머니를 따라 신사의 신체에 미츠하가 만든 구치카미사케를 바친 적이 있다. 미츠하의 절반인 그 술, 그것이 해답이 될 것 같았다. “물이든, 쌀이든, 술이든, 무언가를 몸에 넣는 행위 또한 ‘무스비’라고 한단다. 사람 몸에 들어간 것은 영혼과 이어지는 법이지.” 산속의 신체를 어렵사리 찾아간 타키는 미츠하의 절반인 구치카미사케 한 모금을 마시고 3년 전 혜성이 떨어지던 날의 미츠하로 돌아간다.
이 세상이 아닌 것과 만나는 시간, 황혼의 기적
2016년 8월 일본에서 개봉하자마자 큰 인기를 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지난 1월 국내 개봉 이후, 2월 중순까지 35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 개봉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301만 명 흥행기록은 2위로 물러났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고통 받은 이들에게 위로를, 사랑과 연애에 주저하는 젊은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는 제작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극중 이토모리 마을의 역사는 1000년이 넘지만, 역사의 기록은 200년 전 마유고로네 목욕탕에서 난 화재로 전부 타서 없어졌다. 때문에 미츠하가 맺는 실매듭의 의미, 미츠하가 추는 무녀 춤의 뜻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야미즈 신사를 굳건히 지켜온 미츠하의 할머니는 말한다. “의미가 지워졌다고 형식까지 없어지게 놔둬서는 안 돼. 형식에 새겨진 의미는 언젠가 반드시 되살아나는 법이니까.” 미츠하와 타키 그리고 우리가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