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야망을 한 여자를 위해 쏟아낸 남자
한 여자를 위해 운명을 바꾼 남자,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 미국소설의 고전이다. 원작자인 스콧 피츠제럴드는 헤밍웨이, 포크너와 함께 20세기 미국 3대 소설가로 손꼽힌다. 2013년 바즈 루어만 감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또 하나의 개츠비를 그려냈다.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계속해서 술을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미국 신흥부자들이 모여 살던 롱아일랜드 웨스트에그에는 매주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파티의 주최자는 ‘황제의 팔촌’, ‘악마와 육촌’이라는 소문만 무성한 서른 살의 백만장자, 제이 개츠비.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었는지 궁금해 한다.
개츠비가 파티를 연 목적은 단 하나. 첫사랑 ‘데이지’와 재회하기 위해서다. 데이지는 개츠비의 집 건너편인 이스트에그의 한 저택에서 남편 톰 뷰캐넌, 딸 페미와 살고 있다. 데이지는 자신의 딸이 태어나던 날, “바보로 컸으면 좋겠어. 그런 여자로 사는 게 속 편한 세상이잖아. 예쁜 우리 딸”이라 했다. 데이지 역시 그런 삶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데이지의 꽃말은 명랑과 순수함, 아름다움과 천진난만함인데 그 속에 역설이 도사리고 있다.
데이지의 남편, 톰의 말을 빌리자면 “개츠비는 갱스터 울프심의 수하로 약국을 잔뜩 사들여서 밀주를 판 것도 모자라 채권 사기를 벌인 사기꾼”이다. 어느 날, 개츠비는 뉴욕 시내로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도착한 곳은 한 이발소. 이발소의 한쪽 벽을 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일명 스피크이지 바. 미국 금주법 시대에 경찰의 단속을 피해 술을 제조하거나 팔던 곳이다.
1920년 미국은 재즈의 시대였다. 흥겨운 재즈에 술이 빠질 수 없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금주법의 시대이기도 했다. 미국 영토 내 알코올 제조, 운반, 판매, 수출입 등이 금지됐다. 덕분에 밀주가 큰 돈벌이가 됐다. 돈 냄새를 맡은 갱단이 밀주 제조에 나섰고, 부패한 경찰과 정치인이 갱단과 검은 거래를 진행했다. 음주로 인한 노동력 저하를 막기 위해 시행한 법이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 술독에 빠졌다. 술 소비량이 금주법 이전보다 10% 증가했고, 술집은 3배 이상 늘었다.
“하이볼 한 잔 드릴까요?”
금주법 때문에 술을 대놓고 마실 수는 없었던 시절, 음료처럼 보이는 칵테일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기도 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도 다양한 술과 칵테일이 등장한다. 개츠비가 이발소 지하의 재즈 클럽에 들어서자 한 웨이터가 하이볼 한 잔을 권한다. 하이볼은 길게 쭉 뻗은 잔에 얼음을 채우고,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칵테일이다. 얼음이 가득 들어 있어 여름에 마시기 적합하다.
영화는 지독히 더운 여름의 한 가운데 서 있다. 개츠비가 첫사랑 데이지를 다시금 쟁취하려는 결정의 날, 역시 더웠다. 더위를 씻어줄 음료로 ‘진 리키’ 칵테일이 나온다. 진 리키는 드라이 진에 라임즙, 탄산수를 넣어 만든 간단한 칵테일이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 피츠제럴드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로도 알려져 있다.
영화 속에서 무더위에 가장 숨 막히는 곳은 플라자호텔의 스위트룸이다. 데이지와 개츠비, 그리고 톰의 ‘욕망의 소용돌이’가 절정에 달해 관객마저 숨이 턱 막힌다. “모든 걸 예전처럼 돌려놓을 거야” 개츠비는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 5년간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데이지에게 오직 한 가지를 강요한다. 톰에게 “난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어”라고 말하라는 것.
그러나 데이지는 가족, 남편의 보호 아래 살아온 한없이 약한 속물기 있는 여자다. 그녀는 톰도, 개츠비도 사랑했던 것이다. 우리의 개츠비는 인정할 수 없는, 그 잔인한 진실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반면 “자기 삶을 주도해가는 것, 그게 진짜 남자야”라며 톰 역시 물러서지 않는다. 개츠비, 데이지, 그리고 톰. 이 세 사람의 지독한 감정의 맞섬. 그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는 영화 속 인물을 대신해 버번 위스키에 설탕을 넣어 민트로 장식한 ‘민트 줄렙’ 칵테일을 마신다. 위스키에 설탕만 넣어 독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마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데이지를 형상화하는 듯하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 2013년판은 화려한 영상미와 출연진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만 한 번 봐서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영화 속에 숨겨진 주종 불문 다양한 술과 칵테일을 찾기 위해서라도 두 번, 세 번 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