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칼럼

[주류저널] 영화 속 술 <언터처블>

밀주 시대 범죄와의 전쟁

by 우주

1920년대 미국, 바야흐로 술의 암흑기다. 청교도 가족주의를 바탕으로 미국 전역에서 술의 제조, 판매, 운반, 수출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금주법이 발효됐다. 금주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칵테일 부흥기’, ‘마피아 전성기’라는 부제를 얻는다.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로 명명되는 비밀 술집에서는 화려한 춤과 노래가 술꾼의 흥을 북돋고, 마피아들은 미국 전역을 무대로 밀주를 유통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부를 축적했다. 수천 년 동안 인간 삶에 스며든 술을 억지로 규제하면서 본격적인 술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살다보면 재밌어서 웃고, 진실이라 웃고

1987년 개봉한 영화 <언터처블>(The Untouchables)은 193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금주법은 시카고를 분쟁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알 카포네의 시대다”(Prohibition has transformed Chicago into a City at War. It is the time of Al Capone)는 자막과 함께 알카포네(로버트 드 니로)를 등장시킨다. 편히 누워 면도를 받고 있는 알 카포네에게 한 기자가 묻는다. “사실상 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왜 임명이 안 되셨는지?”, 알 카포네는 “난 그저 사람들의 소망에 답하고 있을 뿐이요”라고 답한다. 여기서 사람들의 소망이란 ‘술’을 뜻한다. 알 카포네는 이탈리아 나폴리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파이브 포인츠’(Five Points) 갱단에서 범죄를 일삼았다. 금주법과 함께 밀주, 매춘, 도박 등 불법을 자행해 엄청난 자금을 벌어들이고, 그 자금으로 정계인사, 경찰 등을 매수하여 시카고 제일의 갱단 두목으로 군림한다.


임무가 끝나면 살아 집에 돌아가라

10년간 금주법이 지속되면서 그 누구도 금주법을 지지하지 않던 때, 재무성 특별 수사관 엘리엇 네스(케빈 코스트너)가 시카고 경찰 연합 <밀주와 그에 따른 폭력에 대비한 프로그램>의 총지휘를 맡는다. “혹시 쇼 아닙니까?”, “술은 드십니까?”라는 기자들의 짓궂은 질문에 네스 수사관은 “금주법도 법입니다”는 소신을 밝힌다. 어떤 이유에서든 불법은 불법이며, 법을 수호하는 경찰로서 모범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경찰의 투사라는 별명을 얻은 엘리엇 네스의 첫 수사는 장렬하게 실패한다. 홀로 시름을 달래던 중, 순찰중인 순경 지미 말론(숀 코네리)을 만난다. 등장과 함께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라”는 대사를 친 말론 순경은 네스 수사관의 든든한 오른팔이 된다. 그들은 이미 부패할 대로 부패한 경찰과 별개로 새로운 팀을 꾸린다. 워싱턴에서 온 회계사 오스카 월러스(찰스 마틴 스미스), 사격 솜씨가 뛰어난 경찰 지망생 조지 스톤(앤디 가르시아)까지 총 4명이 거대한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들이 알 카포네를 잡는 법은 ‘시카고 스타일’이다. 지미 말론은 엘리엇 네스에게 당부한다. “놈이 칼을 뽑으면 자넨 총을 뽑게. 동료를 다치게 하면 놈들 중 하나는 황천으로 보내게.” 그렇다. 알 카포네는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당해낼 수 없는 상대다.


싸움은 끝날 때까지 싸워야 이기는 법

갱단의 두목인 알 카포네는 살인과 같은 지독한 범죄를 수도 없이 저질렀지만 그의 악행은 흔적조차 없다. “팀이 지면 난 아무것도 아니다”를 외치는 알 카포네는 모든 장부를 암호로 기입하고, 필요하다면 아군이든 적군이든 무참히 살해한다. 주류밀매를 거절하는 가게는 폭탄으로 날려버린다. 알 카포네의 주된 무기는 폭력과 살인이다. 영화는 이를 “갱단들은 수류탄과 자동기관총으로 수십억 달러의 불법 주류를 차지하려고 경쟁

했다”(Rival gangs compete for control of the citys’ billion dollar empire of illegal alcohol)라

고 표현한다.

두 시간 여의 러닝타임 내내 금주법을 수호하려는 소수의 경찰과 사람들의 소망에 맞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거대한 알 카포네 일당이 대립한다. 타협은 없다. 그러나 알 카포네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관중은 그저 돈과 권력, 그리고 총의 싸움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거기에 오스카 월러스, 지미 말론의 죽음까지 차례로 목격하면서 극심한 무력함에 지쳐간다. 엔딩 크레딧이 채 10분도 남지 않은 시점에 도달해서야 알 카포네의 유죄가 인정된다. 길고 긴 싸움이 끝났다. 그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는 탈세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는다. 그로부터 1년 후 금주법이 폐지된다.

영화의 말미, 경찰서를 나서는 엘리엇 네스에게 한 기자가 다가와 묻는다. “금주법이 폐지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가 대답한다. “그땐 한잔 해야지”(I think I will have a drink).


Let’s have a drink!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미국 내에서는 이미 주류의 제조판매를 금지하는 주가 10여 곳에 달했다. 그러던 중, 미국이 1차 세계대전에 참여하면서 전시식량 확보, 맥주로 상징되는 독일에 대한 거부감, 가난한 이민자들의 음주문제 등 여러 이유로 금주운동에 불이 붙었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가 법으로 술을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1920년 1월 금주법이 시행된다.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는 만국 공통인지, 금주법 시대에 오히려 더 많은 술이 소비됐다. 밀주, 밀매, 갱단의 횡포, 살인과 더불어 1929년 대공황 등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며 금주법은 사실상 그 효력을 잃고 결국 1933년 폐지된다.

<언터처블>은 미국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 중 가장 대표적인 영화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마멧 작가가 각본을 썼고, 영화 <미션 임파서블>로 유명한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는 수사관 네스가 쓴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1959년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500만 달

러의 예산을 들인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1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금주법 폐지와 영화의 흥행을 축하하며 모두 함께 한잔 어떠신지? Let’s have a dr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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