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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Jun 27. 2020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그리고 히비스커스 무궁화의 반전

볼튼의 회고록이 연일 화제다. 싱가포르 북미회담을 마치고 난 후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북한에서 다 된 밥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회담장에서 대한민국 숟가락을 슬쩍 치우고 북미 양자회담으로 방향을 급선회하여 결국 회담은 성과 없이 결렬되고 말았다는 내용이 공개되고 그게 또 아베 볼튼 그네들의 이간계였다는 것 또한 회고록 내용. 


마침 화원에 함께 간 애들 엄마가 화분 하나를 안고 있다. 무궁화랑 닮았다. 데리고 오지 않을 수 없는 날이다. 

새로 자란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한 송이씩 꽃을 피운다는 히비스커스. 고대 이집트의 달의 여신 히비스라는 단어에 닮았다는 의미의 이커스(오늘날의 -ish에 해당)를 붙여서 만든 이름.

꽃잎이 5개인데 암술도 5개. 왠지 친근하고 안정된 숫자. 그래서 또 좋다.


노란색 히비스커스는 하와이의 주화(州花)로도 정해져 있는데 방문객을 환영하는 여인들이 머리에 꽂고 있는 것을 하와이 공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봉우리가 워낙 커서 웬만한 얼굴은 다 작아 보이는 건 비밀이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이라는 의미의 조개모락화(朝開暮落花)에서 무궁화가 되는 것은 일종의 극대극(極對極) 반전.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이 보면 하루 피었다가 지고 마는 개화기간이 짧은 꽃으로 알겠지만 실상은 가지의 잎겨드랑이마다 꽃몽오리를 달고 있으니 매일 피고 지는 패턴을 지속할 수 있다. 그래서 무궁(無窮) 화다. 또 한 가지, 사진 오른쪽 위의 꽃몽오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피고 난 후 장미나 벚꽃이 꽃잎 하나하나 천지사방으로 떨어뜨리며 지는 것이 아니라 다 피고 나서 지면서도 뭉쳐있어 깔끔하다. 한철 잠시 피고 사정없이 떨어지는 벚꽃 입장에서 보면 100일 이상 꽃을 피우며 지는 모습조차 카리스마쩌는 히비스커스는 부러움의 대상. 피고 지고 또 피고 지는 무궁화를 보면서 그들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고 느꼈지 싶다. 콤플렉스는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감추려고 해도 감추어지지 않는 법이니 이해는 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히비스커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레이시아 국화로 정해져 쓰이는 히비스커스 로사 시넨시스 (rose of China) 구경도 하고 넘어가자.  장미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가 시센시스만 붙이기에 심심했거나 멋을 부리려 장미라는 단어를 넣었지 싶다. 아무려면 어떤가. 히비스커스의 원조는 붉은 이 꽃이라는 것이 중요할 뿐.

출처: https://www.mois.go.kr/chd/sub/a05/mugunghwa1/screen.do

우리나라 꽃 무궁화. 한자로는 근화(槿花), 영어로는 히비스커스 시리아쿠스. 이름에 뜬금없이 시리아가 붙어 있다. 이 또한 린네가 그 당시 무궁화의 원산지를 시리아로 알고 있어서 시리아쿠스가 된 것. 인도와 중국 서남부 원산지의 로사 시넨시스가 한국에서 개량되어 흰색/분홍색을 띠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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