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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Aug 07. 2020

그랜드 티톤, 그 웅장함에 대하여

옐로우스톤 여정 5일 차

RV Park을 출발하여 티톤 빌리지를 둘러보고 그랜드 티톤과 그녀의 호수 제니 레이크와 모란봉과 그녀의 호수 잭슨 레이크까지 둘러보는 일정. 티톤 빌리지에서 무스까지 가는 시골길 풍경이 볼만하다고 하던데 길이 좁은지 RV는 진입금지. 승용차로 가시는 분들은 잊지 말고 들리시라.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사용되는 티톤 빌리지 이곳은 여름에도 각종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파트로슈처럼 착하디 착하게 생긴 강아지에게 렌즈를 맞추고 있으니 웬 배낭을 엉망으로 짊어진 처자가 지나간다. 텐트랑 짐이랑 배낭에 그냥 마구 구겨 넣은 줄 알았다.

하지만 고개 들어 하늘을 보고는 이내 그것이 낙하산임을 알게 된다. 창공을 가르는 시원함이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할 뿐 경험치가 없으니 가슴은 반응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눈으로 보는 걸로 충분하다. 저걸 타고 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 함께 저걸 타보자고 하지 않는 애들 엄마가 고맙다.

하늘에선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땅에선 승마를 즐긴다. 참으로 여유가 만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1YCjPRPlYJo

짧은 거리지만 긴 감동을 주었던 티톤의 웅장함. 꼭 한번 보시라. 티톤에 가고 싶어 진다.  

티톤 빌리지를 나와 시닉 드라이브를 따라 올라가니 스위스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거대한 봉우리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힘 좋은 트럭도 잠시 쉬어가는 곳. 티톤이 내어준 언덕이다.


해발 4,198미터의 티턴봉은 처음 볼 땐 기골이 장대하여 남자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티턴의 의미를 알고 나선 이내 생각을 접는다. 티턴이란 여성의 가슴 또는 유두를 가리키는 단어. 그랜드 티턴이 땅의 신이 여신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그렇다면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옐로우스톤은 과연 어떤 곳일지 궁금해진다. 


서 있는 곳이 해발 2,100미터. 그런데 갑자기 산이 2,000미터 가까이 눈 앞에서 솟아버렸으니 압도당할 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비슷한 규모의 융프라우나 마터호른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에 비하여 이곳은 잭슨홀 비행장이 있어 항공사에서 운항을 하고 있을 정도로 편리하다. LA에서 직항이 있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그랜드 티톤도 볼만하지 싶다. 많은 분들이 솔트레이크 시티로 가서 그곳에서 다시 5시간 정도 차를 운전하여 올라오는데 개인 자유 여행이라면 잭슨홀도 고려해봄 직하다.

티턴 빌리지에서부터 잭슨 레이크까지 이어진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질주하는 바이커들. 그들에게도 이곳은 무릉도원. 

앉은 김에 쉬어간다. 산에서는 역시 비빔이다. 팔도 비빔면. 

한 여름임에도 만년설이 쉼 없이 녹아내려 제니 레이크로 흘러 들어간다. 

이 사진 한 장 건지겠다고 RV를 개구리 주차했다. 그러기엔 차가 너무 높다. 담부턴 힘들지 싶다. 

애들 엄마가 뛰어가서 담아온 사진인데 저곳 계단을 내려가면 포토 스폿이 몇 군데 있다. 승용차의 경우는 주차장이 넉넉하니 기다려서 인증숏 꼭 챙기고 가시라. 그리고 자전거 전용도로에 주차하고 잠시 내려가시는 분들이 계신데 거의 대부분 파크 레인저의 스티커 제물이 되니 한 바퀴 도는 한이 있어도 자전거 전용도로는 그냥 못 본 채 두시라. 

스네이크 리버의 많은 수량(水量)은 산 높고 골 깊은 저곳에서 나온 것이려니.

오늘의 목적지 콜터배이에 들어서니 보트가 즐비하다. 바위에 걸터앉아 명상에 잠긴 어린 소녀의 모습이 호수에 평화를 더한다.

콜터 배이가 인파로 붐비는 통에 근처 또 다른 보트 선착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왼편 위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모란봉(Mt. Moran). 그랜드 티톤이 만들어 낸 제니 레이크보다 훨씬 커서 이곳 잭슨 레이크는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오후 4시 (사진의 시간은 LA시간) 평온하던 호수가

갑자기 하늘에 구멍을 만들며 구름이 모여들더니

하늘의 물 기운이 땅으로 드리운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얼른 배를 꺼내야 하는 노부부.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이곳에선 거의 대부분 할아버지가 보트 운전, 할머니가 보트 고정 및 차량 운전 담당이다. 물에 들어가서 체인을 감는 일도 척척 잘도 하신다.

그리고는 천둥 번개가 치더니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 붓는다. 비가 오는 와중에 우산 쓰고 번개 사진을 담아보겠다고 더 기다렸는데 실패하고 애들 엄마 비디오에 담긴 화면을 캡처해서 고화질 증폭기로 두 번 돌려서 얻은 그림.

비를 피해 오늘의 숙소 콜터배이 RV Park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내일 일정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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